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남자는 무와 닮았고, 여자는 배추와 같다

김훤주 2011. 12. 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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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산청에 갔는데 이런 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 밭에 있었는데요, 이 녀석 말고도 이렇게 널려 있는 무가 많았습니다. 아니 밭에 있는 모든 무가 이런 신세였습니다.

물론 아직 캐내지 않은 무도 많았습니다만, 캐낸 녀석들은 이처럼 무 몸통이 버려져 있었고 다만 무청만 커다란 포대에 담겨 있었습니다. 요즘 무가 제 값을 못 받는 탓이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모양입니다. 무 몸통은 이렇게 버려지고 무청만 선택을 받는 것이지요. 여기 무들이 모두 몸통이 조그마한 데 비춰보면, 어쩌면 여기 무들은 무청을 건지기 위해 길러진 것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버림받은 무 몸통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무가 마치 남자 같다고 말입니다. 몸통이 둘로 갈려져 있고 그 가운데에 무슨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처럼 무가 처음부터 버림받지는 않는다 해도 갈수록 쓸모가 없어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처음도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무로 김치를 담그면 처음에는 맛이 세어서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알맞게 익었을 때라야 사람들이 맛 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버리면 무 김치는 제 모습을 잃고는 갈수록 흐물흐물해집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국물까지 맛이 이상해지면서 완전히 버림받고 맙니다.

남자는 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아직은 잘 모르지만, 남자는 늙을수록 혼자 살기가 힘들어지고 여자는 늙을수록 혼자 살기가 더 좋아진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사람이 늙으면 남자는 여자가 없으면 살기 어렵지만 여자는 남자가 없어도 잘 살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남자가 없을수록 더 잘 산다고도 들었습니다.

이처럼 무가 남자랑 여러 측면에서 닮아 있다면 배추는 여자랑 닮아 있습니다. 배추는 김치를 담가도 무 김치와 처지가 다릅니다.

배추 김치는 처음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람들이 그 싱싱한 맛으로 먹습니다. 그러다가 맛이 들면 그야말로 배추 김치는 더욱 제대로 된 대접을 받습니다.

배추 김치는 또 늙어지면 늙어진대로 좋은 대접을 받습니다. 물론 배추 김치 가운데도 늙어지면 그대로 삭아서 흐물흐물해지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도 '묵은지'가 돼서 오히려 대접이 더 좋아지기도 합니다.

남자와 무 김치는 늙을수록 쓸모가 없어지고 초라해지는 반면, 여자와 배추 김치는 늙어져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을 뿐 아니라 초라해지지도 않습니다.

저는 남자입니다. 40대 후반입니다. 앞으로 더 나이가 들면 무 김치처럼 초라해지고 쓸모 또한 없어지겠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생겨난대로 살다가 사라질 따름입니다.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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