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서해갯벌보다 남해갯벌이 풍성한 까닭

김훤주 2011. 11. 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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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별하지 않아도 좋을 특별한 손님들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 주최하고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하는 2011 세 번째 생태·역사기행이 지난 4일 있었습니다. 9월 경북 문경 새재와 10월 창녕 우포늪(소벌)·김해 화포천을 찾은 데 이어 11월에는 하동 진교 술상갯벌과 사천 용현 종포~대포 바닷가를 찾았답니다.

이번 기행에는 특별한 손님이 함께했습니다. 마산용마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과 선생님 17명이 버스를 타고 같이 떠난 것입니다. 덕분에 45인승 버스가 한 자리 빼고 가득차 버렸습니다. 참여한 사람들은 버스에서 손뼉으로 따뜻하게 이들을 맞았습니다.

이날도 참여한 이들 가운데 몇몇이 지난 두 번째 기행과 마찬가지로 새참거리를 마련해 왔습니다. 삶은 달걀과 감귤과 단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가져온 먹을거리를 나눴습니다.

술상마을 앞 갯벌.


버스는 오전 9시 30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경남도민일보 앞을 출발했습니다. 술상갯벌에 가 닿은 때는 11시 30분. 단풍 드는 가을을 맞아 이른바 행락객이 넘친 탓인지 고속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예정보다 30분이 늦었더랬습니다.

2. 남해갯벌에 더 많은 생물이 사는 까닭


오전 10시 어름에 가장 많이 빠졌던 바다는 조금씩 물이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날 인공에서 자연으로 나온 이들을 햇살이 반겼습니다. 하늘은 맑았고 날씨는 따뜻했습니다. 참가한 대부분은 걸쳤던 덧옷을 벗었습니다.


술상 바다는 오밀조밀하답니다. 바로 앞에는 섬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고 갯벌 이쪽에는 갯잔디와 갈대 따위가 무성합니다. 작은 배도 한두 척 있고요 조금 떨어진 바다에는 양식을 하는 데 쓰는 나무막대가 살짝 솟았습니다.


가이드로 나선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이 갯가로 내려섰습니다. 조그만 배 위에 올라서더니 사람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데 나오면 대부분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게 마련입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윤 국장이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왼쪽 흰옷 입은 이가 윤미숙 국장.

윤 국장의 이끎을 따라 기수고동을 찾는 사람들.


"남해안 갯벌은 언제 봐도 좋습니다. 남해안 갯벌은 서해안 갯벌보다 사는 생물이 두 배가량 많습니다. 왜인지 아세요? 서해 갯벌은 진흙이 대부분인 펄갯벌이지만 남해 갯벌은 그보다 모래가 더 많이 섞여 있습니다. 서해 갯벌은 펄에서 사는 생물만 있지만 남해 갯벌에는 모래에서 사는 생물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밟고 서 있는 풀이 뭔지 아시나요? 갯잔디입니다. 갯잔디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이른바 '기수역'에만 자랍니다. 이것이 소중한 생명의 보고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수고둥이 있는데, 이것은 갯잔디 속에서만 자랄 수 있습니다. 기수고둥은 바다를 찾는 철새들의 먹이가 됩니다. 생태계 먹이사슬 가운데 한 부분이지요."


"바로 뒤에는 갯질경이가 있습니다. 이것도 귀한 식물입니다. 사람들이 약재로 쓴다고 많이들 뜯어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옆에 불그스름한 녀석은 칠면초입니다. 한 해 일곱 차례 색깔이 바뀐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입에 넣고 씹어먹으면 짭쪼롬한 맛이 난답니다."


짧게 술상 갯벌을 둘러본 일행은 사천 종포 마을에 있는 밥집 연화정(055-834-3111)으로 향했습니다. 연화정은 인천 강화도에서 생산된 연을 주재료로 삼아 먹을거리를 만든다고 합니다.

3. 사천 종포~대포 갯벌에서도 즐거운 한 때를

연으로 만든 반찬 두엇은 기본으로 나옵니다. 이에 더해 찌개 끓이는 국물에도 연이 들어가고 집에서 담가 내놓는 동동주에도 연이 들어간답니다. 이밖에도 연이 들어가는 음식이 몇몇 더 있는데, 내놓는 반찬은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하다는 점이 특징이었습니다.


대부분 음식 맛을 칭찬하며 나온 사람들은 종포에서 대포까지 갯가를 따라 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길은 매우 한적했습니다. 걷는 내내 지나다닌 차량은 승용차 넉 대가 전부였습니다.

종포마을 앞 갯벌.


갯가 아니라도 이렇게 걷는 사람이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은 드문 편인데요, 바닷물이 넘실대고 갯벌이 펼쳐지고 갯잔디와 갈대가 이어지는 풍경까지 함께하니 사람들은 마냥 좋아했습니다.


갈대는 갯잔디가 끝나는 지점에서야 자라나기 시작한답니다. 그런데 제방에서 바닷가쪽으로는 갈대가 드문드문 있습니다. 오히려 제방 넘어 농사짓는 들판쪽에 갈대가 더 많은 지경도 때때로 나왔습니다. 함께한 한 사람이 이를 두고 "분단의 현실이네요" 했습니다. 제방이 가운데 들어서 갯벌이 끊어졌다는 말씀입지요.

제방에 바짝 붙어 자라난 갈대들. 그 너머로 길을 걷는 사람들 모습이 얼핏 보입니다.


용마고 특수학급 학생들을 비롯해 이날 기행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너나없이 어울렸습니다. 함께 걸으며 얘기를 주고받았지요. 서로 이름을 묻고 대답했습니다. 마주보고 웃으며 어깨를 감싸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큰 웃음이 만들어졌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찍는 학생들.

갯가를 따라 걷는 용마고 학생과 선생님들.


오후 4시가 조금 못 된 시점에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올랐습니다. 갈 때처럼 올 때도 막히면 안 되겠다 싶어서 조금 일찍 서둘렀던 것입니다. 걱정과는 달리 고속도로는 밀리지 않았습니다. 5시가 채 안 된 시각에 경남도민일보 앞에서 해산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마지막이자 네 번째 생태·역사기행은 12월 2일(금) 창녕으로 떠납니다. 가야 세력 비사벌의 옛 땅인 창녕에는 가야는 물론 신라와 고려·조선 시대로 이어지는 문화재와 유적이 많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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