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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와인터널엔 연인 말고 부부도 많더라

김훤주 2011.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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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에 있는 와인터널은 철도 폐선 터널을 활용한 시설입니다. 21일 청도 블로거 탐방 때 들렀습니다. 1905년 개통했다는데, 터널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선선해서(그러니까 기온이 일정하다는) 와인 따위를 보관하기가 좋다고 합니다.

길이가 1km남짓 된다는 와인터널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 같은 데 보면 많이 나옵니다. 자치단체나 공기업이 아닌 '청도와인'(www.gamwine.com)이라는 사기업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색달라 보였습니다. 청도와인은 그 유명한 '청도 반시'로 만듭니다.

1. 와인터널 오는 대부분이 '연인'이라고 했지만

이 날 저희들 소개를 맡은 '청도와인' 직원은 여기 찾아와 느긋하게 와인 한 잔 하면서 즐기는 사람 대부분이 '연인'이라고 했습니다. 부부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터널 들머리에 달린 장식용 감. '하늘을 대신해 성공한다'는 테라우치 마사다케인가 하는 일본 지배자가 썼답니다.


처음 이 말을 듣고는 그러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그렇게 많이 온다는 얘기? 이런 생각을 했는데, 직원 말고 해설사의 이어지는 말이 궁금증을 풀어줬습니다. 결혼한 상대방 말고 따로 만나는 사이가 연인이라 했습니다.

직원이 말했습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카메라를 들고 우루루 들어오니까 사람들이 많이 나갑니다." 얼굴이 사진 찍히면 곤란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구나, 여겼습니다. 실제로 보니 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였고 또 우리가 찾아간 때가 오후 3시 무렵이었으니 왔다가 돌아갈 때가 됐다고 볼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둘레를 돌아보니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40대나 50대는 자식들이 다 커서 이런 데 데리고 다니지 않으니 부부인지 연인인지 표시가 안 나지만 이 날 젊은 축에 드는 남녀들이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부부 사이가 아닌 연인들이라면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 없을 것이고 나이가 든 축인 아이 데리고 다니기 어려운 세대인 40~50대는 부부인지 연인인지 겉으로 봐서는 전혀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연인이 대부분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겠다 싶었던 것입니다.

2. "다시 오게 만들고는 싶은데……"

평일에는 하루 500명, 주말에는 4000~5000명이 찾는다는데 여기서는 터널 안 여기저기를 적당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와인을 칵테일이나 병으로 마실 수도 있습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이 두 가지 와인을 맛보게 했는데, 저는 좀 비싸다는 술이 좋았습니다. 감기는 맛이 없고 잘 넘어갔는데, 반면 싸다는 녀석은 단 맛이 좀 진한 편인데다 끈적거리며 목에 감겼습니다. 그런데 이 싼 술을 여자들이 좋아한다네요.

일행에게 와인을 따라주는 김태운 매니저.


직원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한 번 다녀가신 분들이 다시 찾고 싶도록 만들고 싶어서 '키핑'(마시던 술이 남으면 병에 마개를 해서 잠가 놓는 일)을 해서 기념이 될 만한 메모나 편지글도 붙여 놓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 놓고 돌아가기는 하는데, 다시 와서 마시는 축이 10% 정도라면 나머지 90%는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키핑한 병으로 택배로 보내달라고 주문한다는 것입니다.

3. 다른 프로그램이랑 연계하면 어떨까?

사람들이 다시 오지 않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와인터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면 다시 찾을 수 없을 만큼 바빠서? 또 아니면 와인터널보다 가서 누리고 싶은 데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드는 생각은 와인터널이 좋기는 하지만 이것 하나만 놓고 보면 다시 찾아 오기가 좀 '거시기'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안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치즈나 비스킷을 안주 삼아 감와인 한두 잔을 홀짝거려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청도군이나 가까운 지역에 있는 사람만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이라면 몰라도 조금 더 바깥으로 외연을 넓히려면 와인터널과 함께 더불어 즐길 만한 거리가 하나 정도 더 있으면 낫겠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창원에 살고 있는데, 여기 창원에서라면 와인터널이 아무리 좋아도 한 시간짜리 구경거리 하나만 보고 경북 청도까지 걸음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제가 청도에 대해 잘 몰라서 구체적인 얘기는 하기 어렵지만, 이를테면 전유성 개그극장 또는 그와 성격이 비슷한 다른 프로그램이랑 연계를 한다든지 하면 훨씬 더 많이 사람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4. 버스로 좀 더 쉽게 올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또 하나 자가용 자동차 말고 버스로 와인터널에 쉽게 올 수 있도록 하면 그것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가용 자동차를 몰고 오면 연인이든 부부든 한 사람은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합니다. 만약 둘 다 제대로 마시면 결국에는 음주운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자가용 자동차 말고도 와인터널에 올 수 있으면 오는 사람 모두가 돌아갈 때는 다시 자가용을 몰아야 한다는 부담이 없이, 여기서 와인을 맛보고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찾아오는 숫자가 상당히 늘어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군내버스가 지금 하루 다섯 대씩 와인터널까지 드나들고 있고 어쩌면 이로써 충분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오가는 열차 시각에 맞춰 청도역~와인터널을 오가는 버스 노선 신설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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