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영월 장터서 맛본 메밀과 감자의 참 맛

김훤주 2011. 11. 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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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래서 즐거운가 봅니다. 9월 14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들러 메밀꽃축제를 구경했습니다. 하얗게 핀 매밀꽃이 장하게 펼쳐지는 밭들은 좋았지만 먹을거리는 별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나에 5000원 했다는 기억이 나는 감자전 하나랑 같이 주문해 마신 막걸리가 탈이었습니다. 원재료에 수입산이 많이 섞인 탓인지 마시고 나니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같이 나온 밑반찬도 형편이 '무인지경'이었습니다. 달랑 양배추 절임 하나만 나왔습니다. 흔한 김치도 한 조각 없었고 나온 양배추도 지역 특산물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름난 축제에 묻어가자는 장삿속이 빤히 보였습니다.

그렇게 썩 즐겁지 못한 기억을 안고 다음다음날에는 같은 강원도의 영월을 찾았습니다. 장터를 찾았는데 장날이 아니어서 텅 비어 있었습니다만 거기에는 그 즐겁지 못했던 기억을 지우고도 남을만한 보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골 장터라면 어디에나 있음직한 그런 가게였습니다. 여기 가게에서 감자전과 메밀전병과 국수를 먹었습니다. 물론 막걸리도 함께 곁들였지요.

상호가 '맛나분식'쯤 되는 것 같습니다.


막걸리는 당연히 여기 가게 주인이 만들지 않고 같은 영월에 있는 한 양조장에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맛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그 책임이 여기 가게 주인에게 있지 않다는 말씀을 하려고 부러 양조장 얘기를 끌어들였습니다.

먼저 감자전입니다. 지금 기억으로는 하나에 2000원을 받았던 것 같은데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굵은 감자를 끄집어내어 강판에다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저기에 무슨 찰진 기운이 있어서 전이 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하얀색으로 노릇노릇 잘 익은 감자전이 곧바로 만들어졌습니다. 일상에서는 무심히 여겼는데, 녹말에 그런 찰진 기운이 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한 점 뜯어서 먹어보니 그냥 살살 녹았습니다. 봉평 축제장에서 맛본 감자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궁금해서 주인 아주머니한테 물었습니다. "그저께 메밀꽃축제를 하는 봉평에서 먹은 감자전하고는 색깔도 다르고 맛도 다르네요?"

이웃 가게 아주머니랑 얘기하고 있는 맛나분식 주인 아주머니(왼쪽).


아주머니는 말씀했습니다. "당연하지요. 축제장에는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미리 감자를 갈아놓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까 그렇지요. 바로 갈지 않으면 색깔도 탁해지고 맛도 떨어집니다."

봉평 축제장에서 먹은 감자전. 색깔이 짙습니다. 옆에는 보기에도 맛없는 양배추 무침이 있습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감자를 갈아서 바로 부친다는 점만 달랐습니다. 채소가 조금 더 많이 들어갔지만, 어쩌면 그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 붐비는 축제장에 가시거들랑 신선한 감자전을 맛볼 생각은 아예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신선하고 맛있는 감자전을 맛보려면 강원도 이런 허름한 가게를 골라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

다음은 감자전병입니다. 이 녀석은 한 접시에 두 줄이 나왔는데요, 값이 1000원밖에 안 했습니다. 놀랐습니다. 제가 사는 마산이나 창원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값입니다. 어지간한 튀김조차 하나에 600원 700원이거든요.

맛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겉을 둘러싼 메밀은 씹히는 느낌이 좋았고요, 안에 들어 있던 당면 따위는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풍성해 여유로웠습니다. 같이 나온 오이 무침도 매우 싱싱해 두 번이나 더 달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감자전 하나와 메밀전병 두 개를 주문해 막걸리 한 통을 다 마신 다음에는 국수를 시켰습니다. 국수 또한 쫄깃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국수가 가장 비쌌습니다. 기억으로는 4000원입니다. 그런데 막걸리 값 3000원까지 더해도 1만1000밖에 안 됐습니다.

영월에 가시는 걸음이 있으시면 이름난 굳이 이름난 밥집을 찾을 필요는 없지 싶습니다. 게다가 여기 나온 먹을거리들은 강원도나 영월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지역 특산입니다. 얼마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누리고 나니까 기분까지 덩달아 상큼해졌답니다.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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