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는 어떤 관계?

김훤주 2011. 10. 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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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남 최초 사회적기업가학교 개강

경남 지역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창업 입문 과정 사회적기업가학교가 10월 8일 개강했습니다. 이 날 오전 10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개강식이 열렸습니다.

또 개강식에 이어 신영규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김용기 창원대학교 사회적기업지원센터 협동사무처장·김영만 마산대학 유통경영학과 교수가 나서 오후 5시까지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경남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사회적기업가학교는 경남도민일보와 창원대 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주관은 사단법인 행복한미래문화를만드는사람들(행복문화인)과 한신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합니다.


주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하는데 2010년 12월 31일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라 설립됐습니다. 사회적기업의 육성과 진흥 업무를 효과 있게 수행하는 데 목적이 있는 고용노동부 출연 기관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번 사회적기업가학교는 한편으로 보도매체가 진행을 맡은 것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갱상도 문화학교’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로 하고 추진단을 만드는 등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 취지는 이번 사회적기업가학교 진행으로 아직은 지역에서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사회적기업을 널리 알려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어 보자는 데 있습니다.

11월 12일까지 토요일마다 이뤄지는 강의 일정은 10월 15일 제4강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 정신(차민석 창원대 경영학과 교수), 제5강 사회적 기업의 인적 자원 관리와 조직 문화(전수욱 경남사회적기업연구회 경영학 박사)를 하며 22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북 전주 한옥 마을로 현장 견학(제6강)을 떠납니다.

이어 29일에는 제7강 사회적 기업 창업의 법적·제도적 요건과 절차(창원대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제8강 청년과 창조적 사회적 기업 특강(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 소장)을 한 다음 제9강으로 비전 워크숍·분임 토론을 벌입니다.

11월 5일에는 제10강 사회적 기업의 재무 관리와 자본 조달 방안(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과 제11강 경남의 사회적기업가와의 만남(전창현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부회장)을, 마지막 12일에는 제12강 한국의 사회적 기업 현황과 전망 특강(서형수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학교 교장), 제13강 워크숍 : 사업 계획서 발표·토론을 하고 나서 수료식을 합니다.

앞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그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 블로그에 올리려고 합니다. 먼저 10월 8일 있었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의 이해’, ‘사회적 기업의 경영·마케팅 전략’ 강의 내용을 차례대로 올립니다.

2. 첫 번째 강의는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

지금 사회적기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은 역사가 짧습니다. 5년 전인 2007년에야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야기와 시도들은 역사가 깊습니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시발은 1997년 금융위기였습니다. 실업 증가와 고용 불안, 그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기존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습니다.

‘시장 경제’를 두고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인 분배 방식”이라고들 합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품들이 있을 텐데, 그것을 시장을 통해 나누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시장 경제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양극화는 더욱 커졌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비효율, 계층 갈등이 커지고 사회 통합이 저해됐습니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사회적기업이 부상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삶, 지속가능한 경제, 이런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이 상정된 것입니다.

1997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실업극복운동이 벌어졌고 경제 활동 등을 해 보겠다는 자활운동도 이어졌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도 이런저런 지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10년가량 지나 일정한 성과를 내니까 정부 지원이 바뀝니다.

처음에는 시민사회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사회적 경제’라는 것이 확립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기업 지원은 시기상조다, 지원이 끊겨도 자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안 생긴다, 시민사회의 동의·지지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다 등등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으로 추진을 합니다.

“밭을 넓히고 비옥하게 한 다음에 시작하자”는 얘기였는데 어쨌든 2007년 7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됐습니다.

3. 유럽 역사에서 알아보는 사회적 경제

유럽을 비롯한 서양의 경우 사회적기업보다는 사회적 경제가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이전에는 모두 대부분이 사회적 경제였습니다. 경제의 목적이 돈 벌이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 또는 사회 전체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oikosnomos(오이코스 노모스)라는 말을 썼는데요, 경제학(Economy)의 어원입니다. oikos+nomos인데 이는 가정·가계(家計)와 규칙·관리의 결합입니다. 이 oikos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가정·가계가 아닙니다. 당시는 대가족 단위로 살았는데요, 필요한 최소한을 넘어서는 정도를 공급할 수 있는 단위로서 이를테면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oikos에 logos가 붙으면 무엇이 될까요? ecology(이콜로지), 생태학이 됩니다. 생태계, 먹이사슬이 말해주듯 서로 다른 존재들이 의존하면서 공생하는 자족자립 시스템이라는 면에서도 oikos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동체 관리 바로 그것이 경제입니다. 내가 사람을 고용하고 “얼마를 줄까?” “얼마만 줘도 괜찮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같이 살 수 있을까?”가 고민거리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돈벌이는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그리스에 위기가 옵니다. 금권정치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4. 잘못 알려진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

16~19세기 유럽의 청교도 운동도 사회적 경제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교회를 원래 모습대로 돌려보겠다”는 운동이었습니다. 그 공동체의 윤리가 청교도 윤리였는데, 원시 기독교적인 사회와 교회를 추진했고 자선사업, 교육, 사회보험 등에 힘을 쏟았습니다.

루터는 종교개혁을 주도하면서 직업소명설을 제기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노동을 ‘하나님에게 죄를 지었기 때문에 받는 벌’로 여겼습니다. 노동을 적게 하는 사람은 벌을 받지 않았거나 벌을 적게 받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반대였습니다. 신과 인간의 직접적인 교감이 없이 교회의 지배를 1000년 넘게 받아왔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 최종 목적은 고역을 끝내고 죽어서 천당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루터는 하나님이 세상에 사람을 내면서 임무를 맡겼다고 봤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세상에서 하는 자기 직업입니다. 자기 직업을 제대로 수행하면 그것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일이 됩니다. 신이 준 선물, 신이 시킨 임무를 수행하면서 서로 다른 일을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 얘기도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영국에서도 잉글랜드가 아닌 스코틀랜드 출신입니다. 잉글랜드는 발전해 있었고 스코틀랜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도덕철학자인 이 사람이 가만히 보니까 잉글랜드가 발전한 배경에 분업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개인이 스스로 즐겁기 위해 막 일을 하니까 국가 전체가 풍족해지더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이기적이고 경제적인 행동’을 찬양하고 부추겼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하지만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국부론>은 자유방임이지만 <도덕 감정>에서는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21세기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지구 전체를 장악했습니다. 앞서 20세기 초반에 자본주의 약점이 나타났습니다. 대공황, 전쟁, 파시즘, 같은 불안함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를 배경으로 사회민주주의가 등장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줄이고 복지와 분배를 강화하자고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케인즈주의와 같은 수정자본주의가 등장했는데, 이는 적극적·능동적 시장 경제 정책으로 복지와 분배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사회민주주의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경제를 키우자는 것입니다.

5. '시장' 없어도 잘 살 수 있더라

이런 가운데 칼 폴라니(Karl Polanyi)라는 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경제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까 시장만 있지는 않더라 했습니다. 경제에는 교환(시장) 말고도 자급자족(가계), 재분배(국가), 호혜성(사회) 같은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호혜성은, 이를테면 선물을 보기로 들 수 있습니다. 선물은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자기한테 돌아올지는 몰라도 당장은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물을 했는데, 그것이 돌고돌아 자기한테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해도 사람이 살 수 있더라는 것입니다.

칼 폴라니는 ‘사회적 경제’를 얘기했고 그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간다운 삶의 질 향상 추구가 목적입니다. 조직 형태로 보자면 ‘협동조합’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사회 전체의 삶의 질 개선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영역이 축소됐습니다. 여기에는 노동조합의 탄생, 사회보장제도의 발전, 기술의 발전을 통한 생활의 안정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사회적 경제 조직 자체의 문제도 있습니다. 제도화되면서 구성원이 아닌 다른 사람은 배제하게 된 것입니다.

6. 사회적 목적도 함께 추구하는 기업

사회적기업이란 한 마디로 하자면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물론 사회적 기업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아직 없습니다. 유럽이 다르고 미국이 다르고 동아시아 여러 나라가 또 다르지만 대체로 이와 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OECD는 사회적 기업을 가르는 경제적 기준으로 1. 재화와 서비스의 지속적인 생산·판매, 2. 높은 자율성, 3. 의미 있는 수준의 경제적 위험(수익 창출을 못하면 망한다는), 4. 최소한의 유급 노동을 꼽습니다. 사회적 기준으로는 1. 지역 사회에 이바지, 2. 시민 그룹의 주도로 설립, 3. 자본 소유에 기반하지 않는 의사 결정, 4.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5. 제한적인 이윤 배분을 꼽습니다.

또 장원봉이라는 경제학자는 사회적 기업의 특성을 세 가지 짚었습니다. 1. 사회적 목적 : (지역) 사회에 이바지, 2. 사회적 소유 : 공동체의 소유 또는 1주1표가 아닌 1인1표, 3. 사회적 자본 :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그것입니다.

한국에 유럽형 사회적기업의 개념이 소개된 때는 2002년으로 이제 10년이 됐습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모색 단계와 태동 단계, 사회화 단계와 제도화 단계를 거쳐 이제 지역화 단계에 와 있습니다.

7. 성공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려면

사회적기업의 성공 요인을 네 가지 차원에서 꼽아보겠습니다. 다른 나라의 한 연구자가 살펴봤더니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한 차원마다 중요한 요소를 두 개씩 짚었는데요, 물론 이 말고 다른 요소도 더 있습니다.

먼저 기업가 차원에서는 이전의 경험과 전적인 헌신이 있습니다. 환경 차원에서는 사회적 벤처에 대한 대중의 용인과 사회적 네트워크입니다. 조직 차원에서는 설립 단계에서의 재정 확보와 설립 단계에서의 인적 구성입니다. 과정 차원에서는 다른 조직과의 장기적 협력 구축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검증입니다.

사회적기업가의 역할은 사회적 경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적 경제 조직의 개방형 연대, 사회적 경제 활동 영역의 확대, 사회적 경제의 재정 기반 마련 등이 될 것입니다.

어쨌거나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기업이라면 대표 한 사람이 혼자 결정하고 추진하지 말고 구성원끼리 두고두고 거듭거듭 논의하면서 일을 추진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하는 일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야 사회적기업을 꾸준히 할 수 있고 또 잘할 수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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