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펼침막 보내기 운동을 해 봤더니

김훤주 2008. 6. 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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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습니다. 반응이 생각보다 아주 뜨거웠습니다. 저희 지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펼침막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때가 5월 20일인데 31일 현재 발송된 분량이 2100장 남짓이니까 하루에 170장 꼴로 나간 셈입니다.

정부가 우리를 얕잡아보고 마구 추진한 데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그래도 독자 여러분의 경남도민일보에 대한 관심 또는 기대가 없다면 저희 반대 펼침막 보내기 운동이 이토록 뜨거운 호응을 받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고마운 호응을 마주하면서, 저희 보내기 운동이 무슨 뜻이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희가 보내드린 펼침막의 숫자가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2000장이라야 전국 가정집을 1000만개로 줄잡아도 0.02%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동해 바닷물에 보태어진, 물 한 방울일 뿐이지요.

펼침막으로 절박함 표현하는 주부들

하지만 물량만으로 따지기는 어려운 구석이 있더군요. 펼침막 신청하시는 아파트 주소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펼침막은 크기가 가로 100㎝ 세로 90㎝여서, 6~7층만 돼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신청하신 층수가 11~12층은 예사고 15층이나 18층, 심지어는 20층이나 23층도 여럿 있었습니다.

숫자를 보면서 저는 눈물이 겨워졌습니다. 아래서 보면 달려 있는지 가늠조차 안 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나 달아놓음으로써 안타깝고 애타는 심정을 나타내려는 분들이 이토록 많음을 알았습니다. 이런 상태는 댓글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촛불집회 보면서 맘이 넘 아팠는데,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이것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될 수 있게 되길 기도합니다!! 저는 자라나는 큰딸과 앞으로 태어날 세쌍둥이를 가진 엄마입니다.’

보기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시위에 직접 참여하진 못해도 모두가 작은 몸짓으로라도 하나 되어 우리 서민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행동으로 적극 옮기지 못한 저를 질책합니다. 저도 신청해서 달아놓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우리 대신에 이렇게 앞장서서 길을 보여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하는 일에 의미가 있다면, 바로 이런 분들에게 본인 의사를 당당하게 나타내보일 기회를 제공해 드렸다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500장만 하고 그만두자고 했다가, 지금은 끝까지 한 번 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요청이 있으므로 끝까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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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서 절실하게 바라는 이상, ‘약한자의 힘’을 사시로 내걸고 있는 신문사의 노조원인 저희로서는, 그렇게 말고 달리 마음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제약이 하나 따릅니다. 바로 돈입니다. 이익을 챙기는 일이 아니다 보니 최소한 성의만 보이시면 펼침막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최소한은 발송료 3000원, 10장 이상 신청하시면 제작비 개당 3000원입니다. 받아 걸자고 마음먹는 데 걸림돌이 안 될 수준을 3000원으로 잡았습니다. 돈 때문에 뜻있는 일조차 못할 때 느끼는 참담함을 나름대로 짐작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입니다.(그래서 인터넷 알림에서는 실제 원가가 4000원인데도 일부러 3000원이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500장 정도를 소화해 낼 때 예상되는 적자 100만원 정도는 저희 지부 주머니에서 거출하면 됩니다. 1000장 소화할 때 예상되는 적자 200만원도, 거출 범위를 조금만 넓히면 해결됩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재생산에 필요한 여러 분의 뜻있는 성금

벌써 2000장이 넘었습니다. 앞으로 한 주일만 더해도 5000장은 훌쩍 넘을 것 같습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하면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정성을 떼어내 주시지 않으면 재생산을 못 하게 됐습니다.

받는 사람 따로 있고 돈 내는 사람 따로 있느냐 따지실 수도 물론 있으십니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어디에서나 조금씩은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길 만드는 사람 따로 있고 그리로 내달리는 사람 따로 있잖아요? 이해관계가 다른 경우도 있는 판에, 이 운동은 받아 걸어 동참하든 돈을 내어 동참하든 목표가 똑같으니 한 번 해볼만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성금이 들어오지 않아도 8일까지는 보내기 운동을 계속할 작정입니다. 행여 정성을 떼어내 뜻을 보태고 싶으시면, <기업은행 171-040009-01-014 김훤주>를 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모쪼록 성금이 모여 펼침막 보내기 운동을 줄곧 이어가고 싶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장)

※<경남도민일보> 6월 2일치에 실린 글입니다.

<<펼침막을 신청하시려거든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http://www.idomin.com/)에 가신 다음 첫 화면에서 "미국소 수입반대 펼침막을 무료로 드립니다" 내용을 읽어보시고 그에 걸맞게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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