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불복종 표시로 집집마다 조기를 달자

기록하는 사람 2008. 5. 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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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에서 열린 촛불집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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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저녁 경남 창원의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에서 한 시민이 발언대에 나왔다. 그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조기로 내걸어 시민불복종 의지를 표현하자"고 제안했다.

"촛불만으로는 절대 이명박 대통령을 집에 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촛불집회에 나오시지 못하는 모든 국민들이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면서 깃봉에서 한 뼘씩 내려 달거나, 검은 천을 태극기와 함께 걸어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복종 의사를 표현합시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자기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조기를 게양합시다."

여기 저기서 "옳소"하는 소리가 나왔다.

"제 말씀에 동의하시는 분들, 오늘 당장 집에 가면 조기를 거실 분들은 촛불을 높이 들어주십시오."

"와! 와!"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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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함안에서 왔다는 한 여성 농민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농촌은 한창 바쁠 땝니다. 이런 때에 아스팔트 농사만 짓고 있자니 남편에게도 미안합니다. 처음부터 안될 싹은 뽑아버리는 게  농사의 기본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안될 싹입니다. 뽑아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소!" "와~."(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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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와 있는 의경들 보이시죠? 쇠고기가 안팔리면 그걸 다 누가 먹겠습니까? 의경들과 군인들이 다 먹게 됩니다. 저도 군대 있을 때 돼지콜레라 파동이 나니 돼지고기가 지겹도록 많이 나왔습니다. 가장 불쌍한 이들이 저기 저 의경들과 군인입니다. 그들을 우리가 지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40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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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자존심이 상해서 화딱질이 납니다. 국민이 싫타카모 안하모 될껄 와 이렇게 자꾸 밀어부칠라 카는지 모르겠습니다. 5년 동안 이 정권을 참을 수 없습니다. 차를 몰아야 할 사람이 전투기를 몰아서야 되것십니까?"(와이셔츠를 입은 40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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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입니다. 우리는 죽는 한이 있어도 미국산 수입쇠고기는 운송하지 않겠습니다. 이것만은 오늘 여기서 창원시민들에게 분명히 약속드리겠습니다." (화물연대 경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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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대열 인근에서 촛불에 불을 붙이고 있던 중학생들이 나를 보더니 "아저씨, 기자세요? 우리 사진 찍어주세요" 한다.

"신문에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냐?"
"왜요?"
"너희 얼굴 알려지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혼나지 않니?"
"왜 혼나요? 이거 좋은 일이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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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좁다.

오후 7시쯤 200여 명에 불과했던 촛불집회 참가자는 9시쯤 5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엑스플러스 빌딩과 정우상가-한국노총 경남본부까지 대열이 길게 이어졌다. 그동안 여기서 열린 촛불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장소가 비좁았다. 대열이 길어지니 뒤쪽에선 무대가 잘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실 이 정우상가 앞은 이런 집회를 하기에 알맞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의 통행에도 많은 불편을 주는데다, 사람이 조금만 많이 모이면 대열이 너무 길어져버린다.

또 이런 공간형태상 사람들은 줄을 맞춰 앉을 수밖에 없다. 웬만큼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대열 안에 들어가 앉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최근 새로 조성된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하면 어떨까. 거기라면 종대로 줄을 맞춰 앉을 필요도 없고, 자연스레 아무곳이나 편한 곳을 찾아 앉으면 된다.

다만 물을 뿜는 분수대 때문에 주변에 물기가 많은 게 흠이다. 촛불집회가 있는 날은 분수를 좀 꺼달라고 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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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동 분수광장. 여기서 촛불집회를 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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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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