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사람이야기

송미영 이야기(6)23년만의 재회

기록하는 사람 2011. 6. 3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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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동안 맺혀있던 가슴 속 응어리가 치밀어오르는 것 같았다. 뭐라고 울부짖는 듯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옛 제자는 그렇게 한참동안 큰 소리로 울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조순자(67) 가곡전수관장이 지난 3일 오후 3시 20분 창원시 성산구 내동 호호국수 송미영 씨를 찾아갔다. 23년 전 수양딸과 후계자로 삼으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조순자 관장과 미영 씨의 사연이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된 바로 그 날이었다.

상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호호국수의 단골이자 페이스북 창원시그룹 회원인 손민규(45) 씨가 조 관장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사장님, 조 관장님 오셨는데요."

그 말에 놀라 주방에서 나오던 미영 씨의 다리가 휘청했다. 털썩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조 관장이 그녀를 부축해 안았다. 이내 식당 안은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입구에서부터 미영 씨보다 먼저 조 관장을 발견한 동생 애영 씨의 얼굴도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저도 언니 따라 선생님 댁에 놀러도 가곤 했어요. 초등학교도 가기 전이었는데…."


미영 씨도 울며 뭔가를 계속 웅얼거렸지만 알아듣기 어려웠다.


"이제 울지마! 넌 성공했어. 고대광실에 있어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이름이 높이 난다고 해서 성공한 것도 아니야. 널 예술가로 키우진 못했지만, 너처럼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고 사는 게 바로 성공한 거야."

"…지금도……지금도……어머니 딸로 태어나고 싶고…."

"뭐하러 딸로 태어나! 왜 다음 세상까지 가? 지금도 내 딸이야!"


"그게…. 흐엉, 엄마~."

"그런데 너 가야금 줄이 그 뭐냐? 신문에 난 (가야금) 사진 보니 기가 막히더라. 내가 어떻게 가르쳤어? 가야금 줄 항상 가지런히 매어 놓는 것부터 가르쳤지? 이제 가야금도 하고 노래도 배우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알았지? 뚝 그쳐! 이게 그만 울어."

조순자 관장은 다시 미영 씨를 가르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얘 다시 가르쳐서 우리 전수관 목요풍류 무대에 세울테니까 그 때 취재해주세요."

매주 토요일만 동생에게 가게를 맡겨두고 시간을 내라고 했다. 동생 애영 씨가 "언니가 음식을 다 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사실 애영 씨는 둘째를 임신중이다.) 그러자 조 관장은 "배워! 손 뒀다 뭐해?"라고 호통을 쳤다.

이어 조 관장이 미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영아, 너 사랑하는 사람들 참 많더라? 성공했어. 국악과 대학교수 된 것보다 더 좋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자~ 이제 웃어봐!"

그렇게 30분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미영 씨가 "선생님, 식사는 하셨어요?"하고 물었다.

"너희 호호국수가 맛있다며? 그거 먹어봐야지. 여기 계신 분들 오늘 국숫값은 내가 낼테니 다들 시키세요."


이날 옛 스승과 제자의 재회 광경은 기자를 포함해 모두 7명이 함께 지켜봤다.


"이제는 미영이가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니라 송미영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미영이의 가슴에 응어리가 가득 차 있어요. 그걸 치유해야 해요. 음악으로 치유할 수 있어요."

미영 씨가 그동안 가야금 줄을 풀어놨던 것은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조순자 관장이 시킨대로 다시 가야금 줄을 매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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