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가 부산 사람들만의 것일까
저는 경남 창녕 산골 출신입니다. 저는 철도를 국민학교 6학년 때 처음 타 봤습니다. 지금도 창녕에는 열차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 때 길과 땅과 열차가 하나가 돼서 움직이던 것을 본 신기한 느낌이 제게 있습니다.
열차는 부산과 연결돼 있습니다. 제가 부산으로 전학가면서 밀양에서 열차로 부산으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국민학교 때 처음 봤던 해운대는 굉장했습니다. 저는 해운대 하면 아련한 기억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지내던 중학교 시절인 1976년 한가위인데도 고향에 가지 못했습니다.
저는 슬펐고 저보다 일곱 살 많은 작은누나는 저를 달래기 위해 해운대로 데리고 갔습니다. 해운대는 광대무변했습니다.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지점에 놓인 해운대에서는 푸른 바다만 넘실거릴 뿐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그 충격적인 기억은 여지껏 남아 있어서 지금도 한 번씩 바다가 보고 싶으면 제가 사는 마산 바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로 두고 일망무제 광활한 부산 해운대를 찾고는 합니다.
해운대에 얽힌 제 기억이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기는 하겠지만요, 다른 사람들도 해운대에 대한 이런 기억이 한 자락씩은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2006년 10월 21일 발표한 것입니다.
길이 1.8km에 너비 최대 50m로 2만1800평남짓한 해운대 해수욕장이 7~8월에 1조4000억원을 웃도는 경제유발효과를 올렸다는 것입니다.
2006년 해운대를 찾았던 부산 사람 250명과 외지인 250명, 관련 업자 223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1인당 평균 3만9445원을 썼고 전체 지출액은 5944억3000여만 원이며 생산 유발액은 1조 4170억 원, 고용 유발 인원은 1만8452명이라 했습니다.
돈으로 따질 수밖에 없어서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이처럼 해운대를 많은 사람이 찾으며 그로 말미암아 부산 사람들이 누리는 덕택이 적지 않음을 나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저처럼 부산 해운대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찾는 사람도 이 가운데에는 섞여 있을 것입니다.
마산에 해운대 같은 해수욕장이 있다면
뒤집어서,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마산에 이런 해운대 같은 해수욕장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마산 사람들 지금보다 훨씬 더 먹고 살기 좋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창동이 오동동이 상권이 죽어간다는 소리도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마산에도 해운대 버금가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었습니다. 월포해수욕장입니다. 기록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백사장이 1km가량 됐고 둘레에 솔숲도 우거져 있었던 해수욕장이 있었습니다.
여름철이면 이를 위해 서울에서 마산까지 특별 열차가 운행되기도 했는데, 일제 강점기인 1939년 만주사변(1931년)으로 시작된 대륙 침략을 뒷받침하는 병참기지 건설을 하면서 여기다 부두를 만들고 매립해 버림으로써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마산에 월포해수욕장이 살아 남았다면 마산에 엄청난 혜택을 끼쳤을 것이 분명합니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하나가 7~8월뿐 아니라 한 해 내내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이들에게 이런저런 추억을 안겨 주기 때문입니다.
해운대에 108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면
바닷가 해수욕장은 눈맛이 으뜸입니다. 시원하게 툭 트인 전망이 해수욕장의 가치를 좌우합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그런 눈맛이 다른 데서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108층짜리 477m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거다란'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108층짜리 개념도입니다.
108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 '달그리메'님 블로그에서 가져왔지 싶습니다.
해운대가 사유물이 되는 순간입니다. 시사 블로거 '거다란'이 쓴 글을 따르면 이 아파트는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들어서는 터가 넓지 않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교통 대책도 앞에 도로를 4차로로 내는 것 말고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편법도 있었다고 합니다. 부산시는 2005년부터 해운대 해수욕장 등 6개 지역에 해안경관개선지침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에 따르면 높이가 60m 넘는 건물은 지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산시가 2007년 108층짜리 건물을 짓는 해운대 관광 리조트 사업의 시작과 함께 고도제한을 해제했고 건축 높이가 최고 14m로 돼 있었던 해안 쪽 제한도 풀어버렸다고 합니다.
108층짜리 해운대 관광 리조트가 들어설 지역의 뒤편에서는 108층이 완공되는 2016년이면 해운대를 볼 수 없습니다. 당초 부산시의 공모에는 주거시설이 제외돼 있었답니다. 108층짜리 건물을 짓고자 나선 트리플스퀘어는 117층으로 응모해 당선됐고 1년 뒤 사업성을 보장해달라며 주거시설 도입을 요청했고 부산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답니다. 해운대는 여기서 완전 사유화됐습니다.
4월 14일 블로거들의 1차 집결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 언론과 지역 주민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참다 못해 앞에 말씀드린 블로거 '거다란'이 나섰습니다. 4월 14일 거다란의 요청을 받은 경남 지역 블로거들이 해운대에 모였습니다. 저도 그 날 가고 싶었지만 같은 날 경주 출장이 있는 바람에 가지 못했습니다.
이들 블로거가 쓴 글의 반향은 엄청났습니다. 경남블로그공동체 소속인 선비와 달그리메의 글도 있지만 특히 거다란의 글은 더했습니다. “'RT' 안해주시면 해운대가 죽습니다.”
트위터의 뉴스들을 모아 놓은 ‘위키트리’에 4월 20일 0시쯤 ‘거다란’이 해운대의 초고층 중심 막개발로 흉하게 변해버릴 해운대 해변과 해외 유명 해변 사진을 비교해 올려놓고 해운대를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이 글이 이틀만에 무려 1150차례 넘게 리트윗돼 100만 명이 넘게 봤습니다.
1124리트윗을 기뻐하는 부산참여자치연대. '거다란'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해운대에 사는 사람들도 4월 28일 이를 저지하는 모임을 만들고 30일 피켓을 들고 행동에 나서는 등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역 방송에서도 5월 4일 해운대 108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는 부당함을 알리는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거다란'님 블로그에서 가져온 해운대 사람들 움직임 사진입니다.
지금 부산시는 이를 승인했고 공은 해운대구청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합니다. 이제 해운대의 사유화를 막으려면 해운대뿐 아니라 부산뿐 아니라 경남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해운대 사유화 막는 2차 3차 4차 5차 집결이 필요하다
해운대에 자기 추억의 한 자락을 이렇게든 저렇게든 걸치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시점입니다. 부산과 경남 지역의 블로거들이 나름대로 관심과 행동을 끌어내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4월 14일 1차 집결이 그것이었습니다. 이제 2차 집결이 필요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 친애하는 거다란님에게 13일 금요일 시간이 있느냐고 여쭸더니 정말 반기면서 어서 오라고 했습니다. 13일 금요일 오후 2시 해운대 지하철역 가까운 역전치안센터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혼자보다는 둘이가 낫고 둘이보다는 셋이 넷이가 낫지 않겠습니까?
13일 금요일 뜻있는 이들이 모여서 2차 집결을 이뤄내면 좋겠습니다. 1차 집결에서 거다란과 다른 블로거들이 이뤘던 성과를 한 번 더 만들어내면 좋겠습니다. 해운대의 사유화를 막고 그 유명한 달맞이고개에서 달은 보지 못하고 108층짜리 아파트만 보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달맞이 고갯길인데요, 108층 짜리 아파트가 들어서면 '아파트맞이 고갯길'이 될 것 같습니다. '달그리메'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지금도 해운대 둘레에는 즐비하게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 더 이상 경관을 해치지 않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해운대에 얽혀 있는 여러 많은 사람들의 추억에 금이 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돼서 해운대 사람들에게도 이 아름다운 해운대가 그대로 살아 있도록 하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정말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를 비롯해 해운대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들이 13일 금요일 오후 2시 해운대 지하철역 가까운 역전치안센터 앞에 모여서 한 번 더 문제 현장을 둘러보고 그 심각성과 부당함을 한 번 더 널리 알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날 오시는 이들께는 제게 있는 깜냥 범위 안에서 맛있는 밥 한 끼 대접해 올리겠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어쩌면 실제 현실에서는 아무 영향을 끼칠 수 없다 해도 사람이 자기가 아는 이상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입니다. 해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은 일단 하고 보는 것이 어쩌면 사람 사는 기본인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물며 어떻게든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정말 부탁드립니다. 댓글로 의견을 남기셔도 좋고요, 제 손전화 010-2926-3543으로 연락을 주셔도 고맙겠습니다. 그 날 10만원어치 넘게 밥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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