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언론학회 봄철 학술대회가 열립니다. 이날 행사장 103호에서는 '라운드 테이블'이 '로컬리티, 저널리즘 그리고 우리 :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를 주제 삼아 열립니다.

여기에 제가 어쭙잖게 나가게 됐습니다. 경남도민일보의 저를 비롯해 이병철 부산일보 기자, 황상현 대구방송 기자, 권장원(대구가톨릭대) 문종대(동의대) 안차수(경남대) 원용진(서강대) 교수가 토론을 벌입니다.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보도에서 나타난 지역 문제, 갈등, 저널리즘 논의를 제한 없이 하는 자리라고 합니다. 그동안 보고 들으면서 느낀 바를 편하게 써라고 해서 이렇게 한 번 적어봤습니다.

한 번 보시고 무엇이든 생각이나 의견이 있으시면 일러주시기 바랍니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잘못됐다는 질책이나 지적도 상관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밀양 신공항 조감도.


1. 국책사업인데도 국가가 없었다

정부의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 싶습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노무현 대통령도 필요성을 거론했고 이명박 지금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국가 차원의 사업(국책 사업)으로 추진됐습니다. 그런데 진행 과정을 보면 국가는 사라지고 없으며 지방자치단체만 두드러져 보입니다. 이른바 같은 국책 사업인 '4대강 살리기'와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4대강 사업을 두고는 국책 사업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용납되지 않았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사라지고 국가만 보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했다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다시 시작되기까지 과정을 보면 제대로 검토를 했는지 매우 미심쩍은데도 그랬습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009년 12월 국토연구원이 밀양 하남과 부산 가덕이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는데도 결정은 계속 연기됐습니다. 6·2지방선거 뒤로, 2010년 12월로, 2011년 3월로 미뤄졌다가 결국 짓지 않는다는 발표를 3월 30일 했습니다.

물론 두 국책 사업의 공통점은 있습니다. 정부 당국 또는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점과 자체의 타당성이나 경제성보다 앞서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입니다.

2. 지역에는 분열과 상처가 남았다

지역에서 쓸데없는 분열이 일어나고 서로 상처를 입었다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부산과 경남·울산·대구·경북 사이에서도 분열과 상처가 있었지만 해당 지역 주민 사이에 생긴 분열과 상처가 더 크고 깊은 것 같습니다.

광역자치단체 사이 분열과 상처는 그다지 크지도 않고 직접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밀양이라는 지역 사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밀양시장은 반대 주민을 향해 쌍소리를 하면서 폭행을 했습니다.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은 서로 나뉘어 다퉜습니다.

밀양시장한테 폭행당했다는 신공항 반대 단체 대표.

찬성 단체 대표들의 삭발 장면.


3.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국책 사업이라 해도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삶은 제대로 고민하고 충분히 배려해야 마땅합니다. 여태 대부분 국책 사업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신공항 문제에서도 지역 주민의 삶은 그런 고민과 배려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역 주민과 그 삶은 배제되고 없었습니다.

강제 수용으로 토지를 잃게 될 농민들은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신공항 건설로 지역 주민들이 입게 될 손해는 무엇이고 이득은 무엇인지 따위는 검토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유동 인구가 늘어날 것이고 공항 종사자가 몇 명이나 될 것이고 신공항 건설 기간에 경제 효과가 크게 날 것이고 가동에 들어가면 관련 지방세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숫자만 나열됐을 뿐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살아가는 터전인 생태 환경에 대한 검토도 없었습니다. 자연 생태는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사람의 삶터로서도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생태 환경 파괴를 동반하는 신공항 건설인데도 이런 생각은 별로 되지 않았습니다.

4 신공항 건설하면 누가 이득을 볼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공항 건설로 이익을 보게 될 사람이 누구인지 제대로 따져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신공항이 나중에 제대로 운영된다 해도) 대형 토목·건설자본, 공무원 집단, 지역 유지 등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5. 신공항 건설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신공항 건설이 동남권과 동남권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지금 지역 산업의 구성이 어떠한지와 앞으로 어떻게 바뀔는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신공항이 없으면 절대 안 되거나 매우 불리한 산업이 어떠어떠한 것들인지가 따져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좀 더 나아가 보자면, 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사회 구성이 현재 어떻게 돼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 같은 평가와 예상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마다 집단마다 다르게 마련이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사회 구성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제가 보기에는 할 수 있었고 또 해야 하는데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이는 밀양을 소농 중심 공동체로 가면 좋겠다 하고 어
떤 이는 지금 상태를 벗어나 자족 도시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6 한나라당은 도대체 무엇을 했지

정치권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대구·경북·울산·경남이든 아니면 부산이든 국회의원은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입니다. 같은 정당 소속인데도 출신 지역구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객관적으로 연구 평가 검토를 진행해 합당한 결론을 내놓으면 풀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고, 이상적으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 동남권 신공항에서 나타난 이런 문제점들을 지역 신문이나 지역 방송이 제대로 짚어내고 고치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지역 신문·방송에 있는 아래와 같은 한계 또는 잘못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역 신문·방송의 한계 또는 잘못

제가 보기에 지역 신문이나 지역 방송만의 한계나 잘못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매체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한계 또는 잘못으로 여겨집니다.

1. 깊이 있는 연구가 불가능하다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없습니다. 갖은 수준의 연구 기관들이 해도 어려운 판에 이른바 전문성도 없는 보도 매체 종사자가 할 수 있는 연구란 깊이가 빤합니다. 게다가 나날이 기사를 생산해 내야 하는 어려움까지 겹쳐 있습니다. 그러니 경마식 보도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2. 지역 유력 인사·집단에게 약하다

해당 지역의 유력 인사나 유력 집단한테 약하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매체들이 지역 주민과 밀착돼 있기보다는 지역의 여러 유력 기관이나 인사들과 밀착돼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본받고자 하는 프랑스 영국 캐나다 미국 같은 그런 나라들의 지역 신문은 지역 주민들과 매우 친합니다.

그래서 해당 지역 시장·군수나 도지사 같은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시청·군청이나 도청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무어라 하거나 행사를 만들고 판을 기획하면 이를 아주 중요하게 보도하는 편향이 있습니다. 신공항 문제도 저는 그런 측면이 세었다고 봅니다.

3. 지역 주민의 관점에서 보지 못한다

따라서 지역 주민의 눈으로 본다는 관점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해답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필요성이 제기되면 먼저 국가 차원에서 어디가 좋은지를 객관적으로 검토를 진행하는 동시에 들어설 개연성이 있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이득과 손해가 돌아가는지, 그이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보도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4. 이런 잘못과 한계는 언제든 되풀이될 개연성이 높다

가장 큰 한계 또는 잘못은 앞에서 꼽아본 이런 한계나 잘못들이 앞으로도 그대로 되풀이될 개연성 또는 필연성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지역 신문·방송이 갖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이고 또 지난 나날 쌓아온 역사나 관행의 문제입니다.

신공항 건설 문제로 과연 지역 사회와 지역 주민의 삶이 어떻게 바뀔는지에 대한 질문과 토론, 성찰과 전망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지역 신문과 지역 방송으로는 그런 질문과 토론, 성찰과 전망을 끌어내기가 아주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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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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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unbee.tistory.com/108 선비 2011.05.12 1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명박이 경제논리만을 가지고 이야기 하지 않고 환경과 사회적 논리도 같이 언급했더라면 오히려 밀양 시민들이 죽자고 반대를 하였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포늪과 주남 저수지의 철새와 비행기의 추돌 문제, 4대강 사업이 완료되어 안개가 많아지는 문제, 할주거리로 인한 건물의 고도제한, 비행기의 소음으로 인한 문제, 주민의 이주 대책 등에서 오히려 삶의 질이나 환경의 질은 더 나빠질 개연성이 더 많은 사업입니다. 대통령이 맨날 하는 이야기가 경제.경제하니까 국민들도 경제만이 삶의 전부인냥으로 착각에 빠진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너무 공무원들의 말만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마창대교 공사 시작무렵부터 줄기차게 문제점을 제기하였는데 언론은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개통되고 나서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또한 39사 이전사업의 경우 부산의 108층 건물보다 더 큰 문제점이 있고 PF사업의 종결판을 여기서 볼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장담하건데 39사 이전사업은 금융권의 PF자금 조달 중단으로 중도에 하차 할 것이고 그 대가는 결국 국민들이 치르게 될 것입니다. 부산저축은행에서 보는 꼴이 재현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