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남해군에서 창선섬은 버림받은 땅인가

김훤주 2011. 4. 26. 14:01
반응형
아름다운 섬 남해는 크게 보면 섬 두 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보물섬 남해는 지도를 펴 놓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나비처럼 생겼는데요, 오른쪽 위에 창선섬이 있고 나머지 세 덩치는 남해 본섬에 해당됩니다.

4월 22일 금요일 남해로 답사를 갔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하고 있는 '시내버스 타고 우리 지역 10배 즐기기'에 쓰일 거리를 장만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둘러보다 창선섬이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마산에서 출발했으니 남해대교보다는 삼천포대교를 통해 들어가는 편이 낫겠다 싶었지요. 그러면 사천을 지나 창선섬을 거쳐 남해 본섬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창선섬 가로수 처지가 남해 본섬의 그것과는 완전 달랐습니다.

남해 본섬 가로수는 가지치기를 무지막지하게 당하지 않았는데, 창선섬은 대부분 가로수가 무지막지한 해코지를 입었더군요. 게다가 남해 본섬은 가로수 종류가 다양하기까지 했습니다.

남해는 전국에서 이름난 관광지입니다. 관광지에서는 눈에 보이는 어느 것 하나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다니러 온 사람들 눈에 좋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가꿔야 마땅하지요.


가로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멋진 가로수를 만나 마음이 푸근해지고 눈이 아주 산뜻한 맛을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걷거나 차를 타고 길가면서 그런 풍경을 누리는 즐거움이 작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남해 본섬의 가로수는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마을 당산나무나 정자나무와 어울려 동백에서 잎과 꽃이 빛나고요 느티나무도 그 푸른색이 함께했습니다. 제가 이름을 모르는 상록수가 잎에서 빛을 뿜으며 늘어서 있기도 했습니다.

남해 본섬의 가로수 모습. 멀리 오른쪽 마을 정자나무가 보입니다.


그러나 창선섬의 가로수는 그렇지 않은 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국도 일부분만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대로 성하게 남아 있는 가로수는 일부에 그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지요.


나머지 대부분은 거의 테러 수준 모습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소리가 절로 입에서 나왔습니다. 이름난 관광지말고 매연에 찌든 도시나 별로 사람이 안 찾는 시골 도로서도 요즘은 이렇게까지 심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얼핏 보면 위에 있는 전봇대와 전깃줄 때문에 저렇게 싹뚝 잘랐나 싶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원인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전봇대나 전깃줄이 없는 경우에도 저렇게 무지막지한 가위질을 당한 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깃줄 때문에 잘라낸 것처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왼쪽 나무들은 손댈 필요가 없는데도 해코지를 입었습니다.


더욱이 다른 나라로까지 눈을 돌리면, 전깃줄이 지나간다 해도 저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2005년 중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항주에서 본 가로수가 그랬습니다.

플라타너스였는데요, 우리나라는 나무가 전깃줄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죄다 잘라버리지만, 거기서는 전깃줄이 지나가는 데만 잘라내어 지장이 없게 하고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위로 쑥쑥 자라도록 배려를 해 놓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나무가 자라는 가지들 한가운데로 터널이 뚫려 있고 거기로 전깃줄이 지나가는 셈입니다. 그러니 크게 보면 가로수가 많이 다치지는 않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전깃줄이 지나가지 않는 데조차 저렇게 무참하게 살륙을 벌이다니 이런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진짜로 그럴 리야 없겠지만, 어쩌면 창선섬만 가로수 풍치와 환경을 저리도 거칠고 보기 싫게 만듦으로써 누군가가 그 반대편에서 무슨 이득을 노리고서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까지 할 지경이었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