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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타고 10배 즐기기 실패담

김훤주 2011. 4. 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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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시내버스 타고 우리 지역 10배 즐기기'를 시작했습니다. 1월 4일치 신문에 첫 번째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 일대를 다뤘습니다.

어항과 시장, 동헌을 비롯한 문화재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묶는 끈은 당연히 시내버스입니다. 창원역을 출발해 마산 고속버스터미널과 경남도민일보, 내서읍을 거쳐 진동으로 빠지는 80번 말입니다.

3월 29일까지 모두 열세 차례 다녀와 글을 썼습니다. 바다도 들판도 시가지도 자연도 건물도 있었습니다. 한 번 나가면 적어도 3km안팎, 보통은 6~7km, 많게는 10km넘게 걷습니다만, 그리 힘들거나 피곤하지는 않습니다.

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게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리 답사를 해서 한 번 걸러내면 실수할 개연성이 낮습니다만, 믿는 구석이 확실하거나 일정이 빠듯해 미리 걸러내지 못한 때는 실패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여태 실패가 두 번 있었습니다. 하나는 창원시 진해구 행암만 일대 바닷가였으며 다른 하나는 진주시 지수면 안계 마을 일대 남강가였습니다.행암만은 답사를 했는데도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고 안계 마을은 답사를 안 해 실패했습니다.

행암만은 속천 여객선터미널에서 진해루~행암갯벌~어항~소죽도 공원으로 이어지는데 2월 셋째 주 나갔다가 바닷바람이 세고 매워서 도저히 걸어보시라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눈물 줄줄 흘리며 보람 없이 돌아왔습니다.

안계 마을은 3월 4일 나갔습니다. 쉬는 날이었는데, 저희 신문 노조 구성원과 함께 걸었습니다. 앞서 소개받기를 '남강의 하회마을'이라 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남강 물길이 마을을 동그랗게 감싸 흐른다 했습니다.

그러면 굉장하겠는데, 생각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어디서든 강가 모래밭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안계 마을 건너편 언덕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안동의 부용대까지는 안돼도 버금은 가겠거니 여겼습니다.

안계 일대는 지도로 대충 보니 거리가 4km안팎이었습니다. 4km면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면 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도로를 기준으로 삼아서만 그렇고, 모래밭에 들어가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월 4일 아침 중리역에서 8시 20분 출발해 반성역에 9시 도착하는 열차를 탔습니다. 다른 몇몇은 앞서 마산역에서 탔습니다. 기차는 연착·연발했습니다만 달리면서 속도를 낸 덕분인지 반성역에는 한 3분밖에 늦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반성터미널로 갔습니다. 오전 9시 10분에 안계 마을 들어가는 005번 시내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역과 터미널은 멀지 않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25분남짓만에 안계 마을에 가 닿았습니다.


이렇게 찾아간 데가 소개·추천해도 될 만큼 쓸만한지 아닌지는 두 가지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는 한 바퀴 돌며 즐기는 시간과 버스 시간이 잘 맞아 떨어지느냐입니다. 다른 하나는 강가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느냐입니다.

안계 마을 들어가는 005번 버스는 오전 6시 40분과 9시 10분, 오후 1시 20분과 6시 30분 네 차례 있습니다. 안계서 나오는 005번 버스도 오전 7시 5분과  9시 40분, 오후 1시 50분과 7시 네 차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는 오전 9시 10분에 들어갔다가 오후 1시 50분 버스를 타고 나오면 맞습니다. 4시간가량 노닐 거리가 있으면 그만이라는 말씀입니다.

내리면서 가늠해 봤습니다. '도로만 걸으면 1시간남짓, 여럿 왔으니 점심 먹고 노닥거리면 그것도 1시간남짓, 그러면 강가에서 모래밭을 걷거나 기웃대면서 1시간남짓 더 지낼 수 있으면 성공이다. 30분은 예비 개념으로 보면 되겠다.'

그런데, 강가로 가는 길이 막혀 있었습니다. 제방이 풀과 나무와 함께 가로막았습니다. 동네 어르신에게 물었더니 "저기 창고 뒤로 돌아가면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갈 수는 없고 다시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물론 눈에 담고 발로 새긴 장면은 아름답고 볼만했고 건너편 풍경도 그럴 듯했습니다. 모래에 새겨진 새 발자국도 예뻤고, 강물이 물결로 새겨놓은 모래 무늬도 좋았습니다만 그것뿐이었습니다.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조금만 놀고 도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방을 지나 밭을 가로질러 나왔다가 다시 강가로 갈 수 있겠다 싶은 대목이 나오면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냥 돌아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길가 낮게 엎드려 꽃을 피운 봄풀들은 그런 가운데서도 일행들 눈길을 끌었습니다. 봄은 그처럼 땅에 붙어서 제 몸을 낮춰 꽃을 뿌리며 소리없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길이 마을을 벗어날 즈음해서 오른쪽으로 내려가 강가에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갖고 온 김밥을 먹고 컵라면도 데워먹었습니다. 술은, 제가 가져간 소주 한 병으로 여덟이 나눠마셨습니다. 강가 풍경이 고즈넉하고 좋기는 했습니다.


밥을 먹고 자리를 일어난 때가 12시 30분 전후로 기억됩니다. 별로 춥지는 않았습니다만 바람은 조금 불었습니다. 일행은 웃고 떠들며 두세 무리로 나뉘어 계속 걸었습니다. 안계 마을을 빠져 나와 다른 마을 있는 데까지 걸었습니다.


오른쪽 남강 하천 습지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놀았습니다. 나중에는 이조차 심드렁해져 길가에 늘어앉아 얘기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했습니다.


요컨대, 나가는 005번 버스가 안계 마을을 돌아나오는 1시50분까지 너무 멀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노닐어도 되지만, 이렇게 노니시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안계 마을이 지형은 안동 하회마을을 닮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①하회마을과 달리 강가 모래밭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②마을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강가에서 노니는 데 드는 시간(3시간 안팎)과 005번 버스 간격(4시간 20분)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이렇게 두 가지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경남도민일보 '시내버스 타고 우리 지역 10배 즐기기'에 진주 지수 안계 마을을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마을 거의 마지막 지점. 콘크리트 포장이었는데, 1988년 세운 도로포장기념비가 있었습니다. 어지간히 '오지'이기는 하나 봅니다.


005번 버스를 타고 반성터미널에 나와 시외버스를 타고 진동까지 왔습니다. 진동에서 다시 80번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와 시계를 보니 4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안계 마을 풍경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한 번 가 보실 이들을 위해 관련 정보를 올려놓습니다. 반성 장날은 3일과 8일입니다. 돌아나오시는 길에 시골 장날 인심을 장바구니에 담아 올 수도 있겠습니다.

기차
중리→반성(2500원 40분 남짓 걸림) 8시 20분 9시 20분 오후 12시 10분 2시 36분 3시 22분 7시 58분
마산→반성(2500원 50분남짓 걸림) 오전 8시 10분 9시 10분 12시 오후 2시 28분 3시 14분 7시 50분
창원→반성(2700원 1시간정도 걸림) 오전 8시 3분 11시 54분 2시 22분 3시 8분 7시 43분
진주→반성(2500원 50분남짓 걸림) 오전 9시 19분 11시 33분 오후 2시 1분 3시 40분 6시 31분

반성→중리·마산·창원 오전 7시 38분 9시 48분 오후 12시 8분 2시 34분 4시 20분 7시 2분
반성→진주 출발 오전 9시 2분 10시 5분 오후 12시 52분 3시 23분 3시 58분 8시 42분

시외버스
마산남부터미널→반성터미널(3900원)
오전 6시 40분~10시(30~40분 간격) 11시 20분~오후 9시 40분(30~50분 간격)

반성터미널→마산 남부 터미널
오전 5시 50분~오후 8시 30분(30~50분 간격)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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