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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타고 10배 즐기기 : 감천 쌀재 임도

김훤주 2011. 1. 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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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즐겨 타는 사람은 대부분 걷기 또한 자주 즐겨 합니다. 시내버스 타기는 환경에 좋고 걷기는 건강에 좋습니다.  이에 더해 드는 비용도 적으니 일석삼조라 하겠습니다.

자가용 자동차를 '지참'하지 않는 보람은 이밖에도 여럿 있습니다. 알맞추 걸은 뒤 상쾌한 정도에 따라 술을 마시고 취해도 되고, 원래 출발한 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자가용이 없으면 이렇게 매이지 않으니 그만큼 자유롭습니다.

창원시 마산 합포구 월영아파트에서 50~9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51번 버스가 50분정도 걸려 가닿는 종점은 마산회원구 감천초등학교랍니다.

지난 13일, 오전 9시 기점을 떠났을 51번 버스를 '대우백화점 앞 어시장' 정류장에서 9시 20분 못 미친 시각에 타고 종점까지 갔더니 9시 55분이 됐습니다.

감천초교는 담장이나 울타리가 없는 대신 아름드리 나무들이 빙 둘러선 모습이 남다릅니다. 나이테가 굵은 나무들에서 학교 역사가 짐작이 됩니다.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따사롭고 양지바른 감천 마을을 왼편에 두고 남쪽으로 걸어 쌀재고개로 이어지는 임도를 찾아들었습니다.

마을 끄트머리에 새로 난 국도 5호선과 나란히 다리가 나 있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무학산을 향해 올라가는 임도를 만난답니다. 감천초교를 출발하고 10분만이네요.

감천에서 쌀재고개까지 이어지는 임도는 그야말로 숨은 보석 같은 존재라 하겠습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니 숨은 셈이 되고 삭막하기 쉬운 겨울에도 풍경에 정취가 반짝반짝 스몄으니 보석이랍니다.

길이 사납지 않습니다. 쏟아지는 햇살이 벗은 나무들을 빛나게 합니다.

햇빛 덕분에 멀리 보이는 산이 온통 들떠 있습니다.


가다가 오른쪽으로 내려다보면, 이렇게 다닥다닥 어깨를 걸친 다랑논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길 끝에 심겨 있는 잎진 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눈부십니다.


게다가 임도라면 가풀막이 가파르리라 예단하기 십상인데, 실제 걸어보면 기울기가 적당해 아주 산책하기에 편안합니다. 콘크리트길은 조금이고 대부분이 흙길인 점도 좋습니다.

쏟아지는 햇살과 산그늘이 만들어내는 음지와 양지의 선명한 구분을 튕겨 나오는 일광의 눈부심으로 느낄 수도 있고, 한 때 움켜쥐고 소유했던 잎들을 이제 모두 버린 채 버티고 선 겨울나무들의 당당함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나 길을 가는 즐거움은 앞을 멀리 내다보고 한 번씩 뒤로 돌아보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자신한테 물어도 좋고요, 이 끝에 그 무엇이 있기에 이리 쳐다만 봐도 마음이 아련해지거나 아리는지 곱씹어도 좋습니다.

가는 끝이 가려지도록 휘어져 있는 길을 만나면 그냥 까닭도 없이 마음이 아려오는 때가 있습니다.


임도는 모처럼 닥친 모진 추위로 꽝꽝 얼어버린 개울물도 만나고, 산불감시초소도 만나고, 개발로 망가진 현장도 만나고, 장마로 무너져 내린 흙더미도 만납니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11시 30분 즈음 쌀재고개 마루에 올랐습니다. 월영동쪽에서는 올라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감천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다시 돌아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쌀재고개 지나 만날고개 가는 길 오른편에 있는 어느 집. 시계가 10개 걸려 있습니다.


여기서 만날공원까지는 2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길은 여기에 색다른 즐거움을 하나 감춰 놓았는데, 그것은 바로 만날공원 들어서기 직전에 만날고개에 오르면 마산 앞바다가 한 눈에 좌악 담기고 만다는 사실이랍니다.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재미는 충분히 있었답니다. 하하.


길 끝자락, 만날공원에서 산복도로로 이어지는 나들목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당산벽화마을과 만날재 옛날 손짜장 중국집이 그것입니다.


통영 동피랑 수준까지는 안 되고, 창신대 실용미술디자인과에서 그린 이 벽화마을에 들어가 둘러보면 닭고기나 파전 같은 안주와 술을 파는 음식점도 만날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텃밭도 있어서 삐죽 솟은 초록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만날재 옛날 손짜장은 지금도 이미 손님이 넘칩니다. 점심시간은 피하는 것이 제대로 대접받는 상책입니다. 주인 최점구(50)씨는 '좋은 재료 많이 쓴다'와 '이문 적게 남긴다' 두 가지가 원칙입니다.

상호에 목을 매는 이도 있다지만 최씨는 아닙니다. 만날재 들머리 있으니 '그냥' 만날재가 상호입니다. 옛날 다른 데서  '천안문' 간판을 내건 적도 있는데, 천안문이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축이니까 '그냥' 그리 달았답니다.

만날재 옛날 손짜장.

당산 벽화 마을 들머리.



경유지에서 "삼계성당~법륜사"는 "삼계성당 법륜사"의 잘못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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