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블로거들이 극찬한 순대집, 원산지가 궁금하다

김훤주 2010. 12. 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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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 진짜 순대>는 땅 짚고 헤엄만 치는 가게

11월 6일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이 마련한 경남 팸투어에서 점심을 창녕군 <도천 진짜 순대>에서 먹도록 일정이 짜여 있었습니다.


저는 바쁜 일이 있어 먼저 나오는 바람에 함께 가지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진짜 순대 고무· 찬양(?)하는 글들이 블로그에 바글바글했습니다.

저는 과연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집 음식이 맛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고무·찬양할만한 거리가 되는지 미심쩍었습니다.

얼마 전에 창녕에서 점심을 먹을 일이 있었는데 일부러 <도천 진짜 순대>를 찾았습니다. 블로거들의 극찬이 떠오르면서 슬그머니 확인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전에도 여러 차례 걸음을 했었지요.

음식은 무엇보다 먼저 맛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과 질이 달라집니다.
 

요즘 시대에 음식 하나를 두고 너무 거창하게 말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에서 나는 재료가 가장 바람직한 먹을거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안내 소개 팸플릿.


'요새 그런 음식점이 있나?' 이렇게 말씀하면 더 할 말이 없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저는 그래서 <도천 진짜 순대>가 지역에 있는 밥집이기는 하지만 지역과는 완전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순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막창 소창 흑미 두부 들깨 배추 상치 고추 마늘 따위들이 과연 지역에서 나는 것이겠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이런 정도 규모로 장사한다면 지역에 대한 그런 배려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경남 창녕군 도천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라고도 할 만한데, 고작 지역 주민에게 끼치는 정도가 동네 아줌마가 <도천 진짜 순대> 가게 앞에서 삶은 옥수수나 팔도록 하는 데서 그쳐서야 되겠습니까?

도천면에서 <도천 진짜 순대>를 두고 이웃 인심이 어떻게 돼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1996년 창업해 여태 장사하면서 지역 농민들을 고추 마늘 양파 파 들깨 콩 등등 작물 재배를 갖고 조직할 수도 있었지 않겠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 요즘은 생산자가 뚜렷하게 확인되는 경우가 억수로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함으로써 손님과 지역 주민 양 쪽 모두로부터 인심과 믿음을 더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건강한 먹을거리라면 이런 식으로 지역 먹을거리(local-food)를 쓰고 지역 먹을거리를 지향해야 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알려진대로, 먹을거리는 이동 거리가 길면 길수록 건강함과 싱싱함을 잃고 오염이 더욱 많이 됩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미국이나 남아메리카에서 수입돼 오는 농산물을 별로 쳐 주지 않는 가장 큰 까닭이 긴 이동거리와 오랜 수송 시간 때문입니다. 그 동안 썩지 않고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갖은 약품이 투입되기 마련인 것입니다. 

가서 먹어보신 분은 누구나 아시겠지만, <도천 진짜 순대>에 듬뿍 들어가는 들깨가 국산이라고 알리는 글귀가 한 군데도 붙어 있지 않습니다.

팸플릿 왼쪽 방송 출연 자랑과 오른쪽 메뉴 소개.


마찬가지 반드시 알리게 돼 있는 부분은 알리겠지만, 나머지 여러 가지 음식 재료에 대해 국산이라거나 창녕 도천에서 나는 물건이라고 알리는 대목도 전혀 없습니다.

두부를 국산 콩으로 만들었다고 알리지도 않으며, '7가지 신선한 야채'가 국산이거나 도천산이라고 알리지도 않으며 '혼합 양념 등 총 21가지의 재료'가 국산이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요즘은 국산이라고 하면 그 자체가 커다란 자랑거리이기도 하다는 추세에 비춰 보자면, 이렇게 일부러 알리지 않는 것을 보면 <도천 진짜 순대>에서는 국산이 별로 재료로 들어가지 않는가 봅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고 말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곳 <도천 진짜 순대>의 음식 가격이 일반 다른 순대집과 비슷하거나 싸다면 그런 말씀이 백분 그대로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천 진짜 순대>를 들러보신 분은 누구나 다 아시겠지만, 여기 음식은 분량만 본다면 아주 비싼 편입니다.

'소창순대와 김말이순대 왕순대 그리고 내장을 고루 맛볼 수 있다'는 '모듬순대'가 1만원인가 하는데 보통 시세로는 비싸도 6000원짜리 정도밖에 안 돼 보입니다.

제 아무리 '돼지 막창과 소창에 흑미, 두부, 돼지고기… 7가지 신선한 야채에 혼합양념 등 총 21가지의 재료로 버무려 만든 소를 채워 넣고 삶은 순대'라 해도 국산 재료 아니라면 이런 가격대가 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다가 언제나 손님들로 바글바글 넘쳐나는 지금 엄청나게 자금 회전이 잘 되는 현실에 비춰, 이윤율을 다른 일반 순대 가게보다 더욱 낮게 매길 수 있다고 본다면 더욱 터무니없이 비싼 값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값은 상대적으로 싸게 할 수 있는데도 비쌉니다. 적어도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입소문으로 맛있다고 알려졌고 그에 바탕삼아 SBS KBS KNN 따위 방송을 탔다는 호조건에 기대어 그냥 땅 짚고 헤엄치기만 하는 집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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