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다 보니 이런 보람도 있더라

11월 16일 '노래 공연장에 등장한 깡통 로봇 물고기'(
http://2kim.idomin.com/1737)를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재미있거나 관심을 많이 끌 글은 아니었습니다. 12일 저녁 마산 창동 예술 소극장에서 열렸던 지역 가수 김산의 생명 평화 콘서트에 다녀온 얘기였습니다.

무대를 꾸미는 소품에 깡통으로 만든 로봇 물고기가 있던데 그것을 보니 바로 생명과 평화라는 콘서트 이미지와 정면으로 맞서는 느낌이 바로 꽂히더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지역 미술가 이성헌이 만든 작품인데 잠깐 빌려왔다고 했습니다. 깡통 로봇 물고기를 보고 있으려니 슬그머니 웃음이 나더라면서, 이렇게 적었습지요.

"먼저 깡통입니다. 소통이 안 되는 꽉 막힌 이명박 대통령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자기 생각만 주장해 대는 그런 깡통 같은 모습 말입니다.

다음은 금속입니다. 금속성은 자연이 아닌 인공을 상징하기가 안성맞춤입니다. 자연에다 인공을 집어넣고 인공으로 자연을 망쳐먹는 모습입니다.

또 로봇 물고기는 그 자체로 이명박 선수의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의 한 상징입니다. 6m 깊이로 바닥을 준설한 다음 거기에다 수질 측정 장치가 들어 있는 로봇 물고기를 풀어넣겠다는 얘기를 그이들이 해댔습지요.

깡통으로 만든 깡통 같은 로봇 물고기. 강을 그대로 흐르게 하라는 생명 평화 콘서트에 아주 잘 어울리는 무대 소품이었습니다."

12일 공연에 소품으로 등장한 깡통 로봇 물고기들. 초청받아온 생명평화 가수 '인디안수니'를 오른쪽에서 공격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누구신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다음날인 17일 댓글을 이렇게 다신 것입니다. "이런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분이 누구실까?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데 더해 호기심까지 일어, "이렇게 칭찬을 해 주시는 고마우신 분은 누구실까요? 저도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만. ^^"이라고 답글을 적었지요. 제 전화번호랑 이메일 주소도 적었고요.

그렇다고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튿날 18일 저녁 연락이 왔습니다. 여자 분이셨는데요, 마산 창동에서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술 싫어하는 제가 아니라서 일 마치고 냉큼 달려나갔겠지요.

엽전 한 닢으로 술 두 동이 비운 이야기

나이는 저랑 비슷해 보였습니다. 저는 '제 무엇이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냐?' 물었습니다. 저는 제가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생각을 진짜 별로 하지 않는 편이거든요.(저는 실패한 시인이랍니다.)

여자 분은 그냥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무어라 말씀을 했습니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깡통에서 꽉 막힘을 생각하고 금속에서 자연에 맞서는 인공을 떠올리고 로봇 물고기에서 이명박의 토목을 읽어 내니 그렇다는 정도였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많지 않은 안주를 시켜놓고 넘치도록 얘기를 하면서 충분하게 술을 마셨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랑도 이렇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좀은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이런 보람도 어쩌다 한 번씩은 생기는 모양입니다.

여자 분은 다른 얘기도 했습니다. 들을 때는 몰랐지만, 조금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 여자 분이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엽전 한 닢으로 술 두 동이를 비운 역사를 아느냐고 제게 물었지요. 저는 당연히 모른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진짜로 모르기 때문이지요. 여자 분의 얘기는 이랬습니다.

어떤 고개 올라가는 산기슭에 술 좋아하는 두 친구가 저마다 술집을 차렸답니다. 차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손님은 거의 들지 않았답니다.

동이에는 술이 그대로 있었지요. 둘 다 술을 좋아했지만 그래도 염치가 있어서 자기 술을 자기가 퍼마시기는 어려웠나 봅니다. 물론, 둘 가운데 어느 하나가 자기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으면 상황은 달라졌겠습니다만.

군침을 꼴딱꼴딱 삼키던 두 사람 가운데 하나가 도저히 못 참겠던지 자기 주머니를 뒤져 엽전 한 닢을 꺼내더랍니다. 꺼내고는 친구 술집에 들어가 "여보게, 돈 여기 있으니 술 한 잔만 주세" 했겠지요.

이로부터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술 팔고 엽전 한 닢 받은 사람이 거꾸로 친구 술집에 가서 "나도 엽전 한 닢 있네, 나보고도 술 한 잔 주지" 이랬습니다.

술판은 오래 가지 않았답니다. 술 동이가 작았는지 아니면 술 실력이 세었는지는 몰라도 얼마 안 가 술이 비고 두 친구 모두 대취하고 말았답니다. 술 판 수입은 엽전 한 닢이 전부였고요.

이 여자 분은 얘기를 끝내더니 제게 대뜸 물었습니다. 물론 진지하거나 엄숙한 표정을 하지는 않고서 말입니다. 오히려 빙긋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블로그를 하기는 하는데, 그냥 하는 정도밖에 안 되는데, 요즘 파워 블로거라고 하는 블로그 보면 엽전 한 닢으로 술 동이 두 개를 비운 이 친구들 하고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충격을 주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이른바 '파워' 블로거의 맹점이나 허점이랄까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저더러 '파워' 블로거라 할 때 거북한 느낌이 좀 들곤 했기 때문입니다.

여자 분은 말을 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블친'(블로그 친구) 얘기도 했습니다. 서로서로 구독하고 구독받으면서 품앗이를 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자기네끼리 좋아 지내면서 들어가 읽고 추천도 하고 댓글도 달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댓글이 달리고 추천과 조회 숫자가 올라가면 '파워' 블로거 대접을 받는 것 같더라, 그래 어떤 경우는 보면 블로그에 좋은 글을 쓰려 하지는 않고 방문을 통해 사교를 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 뿐더러 대중에 영합하는 그런 글쓰기로 일관하는 '파워'블로거도 있는 것 같더라."

물론, 제게 직접 걸리는 대목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 여자 분이 저를 두고 이런 말씀을 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은연 중에 저한테 그런 경향이 있었지 싶고 그래서 제가 조금은 찔려 했던 것 같습니다.

<호질>에 나오는 북곽 선생이 된 것 같은 기분

연암 박지원이 쓴 <호질(虎叱)> 아시잖아요? '범의 꾸중'이라고도 하는데요. 여기 보면 범한테 호되게 꾸중을 듣는 북곽 선생이라는 선비가 나옵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속물의 전형입지요.

100%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날 그 여자 분 앞에서 저는 제가 북곽 선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게 자기 하고 싶은 생각을 있는 그대로 하는 본연에서 벗어나, 인기가 있고 '파워'를 행사하는 그런 블로거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욕망 실현을 위해, 부지불식간에라도 그런 방식으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댓글을 단 인연으로 만난 이 여자 분에게서 '엽전 한 닢으로 둘이서 술 두 동이를 비운 얘기'를 듣고나니, 한 순간 참 심란한 심정이 됐었답니다.

그 분은 그 날 저랑 술을 마시고 나서, <호질>에 나오는 범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스르르 사라져 갔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제게는 이런 생각이 남았습니다. "강호(江湖)는 넓고 고수(高手)는 많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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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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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ymca.pe.kr 이윤기 2010.11.29 1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엽전 한닢으로 술 두동이 비운 이야기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blog.daum.net/osaekri osaekri 2010.11.29 2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정으로 그런 분이라면 남자고 여자를 떠나 대화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블로거들의 그런 모습이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눈치 챌 수 있는 일이지요.
    글이 좋고 내용이 좋아 추천을 하는 게 아니라 인사치레로 추천을 하고 댓글을 남기는 모습 그건 어느 정도는 포털이 조장한 면도 있습니다.
    한 마디의 말이 아무리 보잘 것 없어도 규칙이 되고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글을 쓰는 블로거가 진정한 파워블로거가 아닐까요.
    하기야 아직도 블로그는 무엇이다는 답도 못 찾은 저같은 주변머리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