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정부의 낙동강 사업권 회수와 김두관의 생각

김훤주 2010. 11. 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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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가 경남도에 위임했던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지난 15일 회수해 간다고 통보했습니다. 경남도가 "사업을 반대하거나 지연하는 등 이행 거절을 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위임 협약에는 해제할 수 있는 경우를 △천재지변 △예산 문제 △쌍방 협의 세 가지만 두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과 어거지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낙동강 사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1. 김두관 도지사의 생각 1 - 이익은 키우고 손해는 줄이자

다만 그 사업으로 말미암을 수 있는 손해를 줄이려 했을 뿐입니다. 수질 개선과 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는 사업은 그대로(오히려 더 크게) 하고 도움이 안 되는 보 설치와 강바닥 준설은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사실 4대강 사업의 폐해는 거의 모두가 보 설치와 바닥 준설이 원인입니다. 부산 하굿둑에서 경북 안동까지 302km를 죄다 6m 깊이로 파내는 준설과, 경남 합천보와 함안보처럼 댐과 같은 규모로 지어지는 보가 문제인 것입니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블로거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두관 도지사.


준설 과정에서 수질이 나빠지고 거기서 퍼낸 준설토는 여태까지 농사를 지었던 강변 둔치를 뒤덮습니다. 그리고 준설토 처리를 위해 농지 리모델링을 합니다. 농경지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함안보 같은 보가 수질에 안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합리적 짐작입니다.

보를 설치하면 강물 수위가 높아져 둘레 농지나 택지가 침수될 개연성도 높아지고 안개가 자주 많이 끼어 농업·주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개연성도 높아집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이런 악영향을 줄이자고 했을 따름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생각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사업을 회수해 가려 합니다. 그이들한테도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제대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2. 김두관 도지사의 생각 2 - 민주주의도 일보 전진시키자

국토해양부(또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나 국토관리청)와 경남도 사이에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두관은 마련하자 했고 이명박은 거절했습니다.

김두관 지사는 여러 이견과 반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낙동강 사업을 두고 '조정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중앙 정부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김두관의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닙니다.

경남도의 기초자치단체장 18명 가운데 6·2지방선거에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 찬성을 공약으로 내건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낙동강 사업 반대하는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어쨌든 선거가 끝나고 김두관 지사가 낙동강 사업 재검토에 들어가자 이들이 줄줄이 낙동강 사업 찬성 기자회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한나라당 좋개 노릇을 하는 셈입니다.

김두관 지사는 이를 두고도 비판하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11월 5일 저녁 창원 감미로운 마을이라는 단감 농장에서 벌어진 '블로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낙동강 사업 찬성 기초자치단체에 행정·재정상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김 지사는 "예산 집행은 그 나름대로 합리성과 타당성을 갖고 해야지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불이익을 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으면서 자기 소신을 얘기했습니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그리고 기초자치단체가 의견이나 견해가 하나같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미 그렇게 됐고 앞으로는 더욱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이견이나 반대가 있을 때는 (기초자치단체장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자리를 만들어 협의하고 소통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이견이 있고 이를 협의·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경남 지역 기초단체장의 수준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찬성 이유라는 것이 중앙정부의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 운운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지사는 중앙정부가 소통을 하려 하지 않아 갑갑하다고 하면서도, 아울러 중앙 정부와 경남도 사이에 낙동강 사업 협의기구(이른바 '낙동강 사업 조정 협의회')를 꾸려 모범적으로 운영해 보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시·도지사-시장·군수가 모두 야당 일색이거나 여당 일색일 수는 없으므로 이견은 늘 존재하게 마련인데 여태까지 그런 이견을 조정·협의하는 모델이 없었다면서, 이런 모델이 하나 생기면 앞으로 이견을 조정하고 협의해 나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이번 낙동강 살리기 사업권 회수로 모든 것이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김 지사는 앞서 "중앙 정부는 '협의는 해도 협의회는 둘 수 없다'는 입장이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이견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것을 협의회 구성으로 '공식화'하기는 더욱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명박 정부의 이번 낙동강 사업권 회수가 어쩌면 낙동강을 망가뜨리는 데서 더 나아가 김두관이 발전시키고자 했던 민주주의까지 무너뜨릴는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더욱 걱정입니다.

김훤주
※ 매체 비평 전문 인터넷 매체 <미디어스>에 실은 글을 많이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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