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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시래기된장국, 최고의 히트상품 예감

기록하는 사람 2010. 12. 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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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래기국을 좋아한다. 시래기국뿐 아니라, 된장을 넣어 비슷하게 끓이는 쑥국이나 냉이국도 좋아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심 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이다. 그럴 때마다 회사 주위에 시래기국만 전문으로 파는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솥 가득 시래기국을 끓여놓고, 국 한 그릇과 밥 한 그릇, 깍두기 김치 하나만 내놓는 그런 시래기국 전문집 말이다. 가격도 2000~3000원 만 받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래기국에 밥 한 그릇 후루룩 말아먹고 일어서면 손님 입장이나 식당 주인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다. 많은 반찬을 준비할 필요도 없고, 국그릇과 밥그릇, 깍두기 그릇, 이렇게 딱 세 개만 내놓으면 되니까 설거지도 부담이 없다. 시래기국은 미리 끓여놓으면 되니까 요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필요도 없고, 손님 입장에선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사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있긴 하지만, 일에 몰두하다 보면 점심 먹으러 나가는 게 일의 맥이 끊기는 것 같아 귀찮을 때가 많다. 식당에 한 번 다녀오면 한 시간은 금방이다. 그럴 때 이런 시래기국 전문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TV에서 서울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냉이 시래기국'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는데, 손님이 줄을 잇는다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혼자 이런 생각까지 해봤다. 우리 신문사가 수익사업 차원에서 회사 근처에 시래기국 전문식당을 하면 어떨까? 좋은 된장과 좋은 간장을 쓰고 손맛 좋은 아주머니만 구할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계절에 따라 쑥이나 냉이를 조금씩 넣어 끓여내면 별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지난달 100인닷컴 주최로 경북 상주 팸투어에 다녀왔다. 일정 중 도림사라는 사찰에 들렀는데, 거기서 그야말로 대박 시래기국을 만났다.


도림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이렇게 온통 시래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처음엔 이게 절에서 건조 중인 시래기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절에 도착해서 보니 이 시래기는 바로 그 절에서 말리고 있는 것이었다.


절 앞마당에는 이렇게 수많은 장독이 있다. 간장과 고추장, 그리고 된장을 숙성시키고 있는 장독이다. 메주도 도림사에서 만들고, 모든 장류를 이렇게 직접 만들어 숙성시키고 있다.

이렇게 하여 도림사는 곶감이 들어간 특유의 된장, 고추장, 간장을 만들어 도림원영농조합법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그 수익금은 고려시대 사찰인 도림사의 불사 기금으로 쓸 거라고 한다.

된장, 고추장도 정말 전통의 맛이었지만, 그야말로 대박은 '즉석 시래기 된장국'이었다. 냉동건조한 시래기와 된장을 적절히 배합해 진공포장한 것인데,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으로 보자.


스님의 손에 들려 있는 이것. 한 포장에 열 개가 들었다. 열 개들이 한 팩에 1만 1000원이다.

팸투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도림원영농조합법인 홈페이지에서 된장 하나, 고추장 하나, 깻잎지 하나, 콩잎지 하나, 그리고 즉석 시래기된장국 3팩을 주문했다.

모든 것이 기대를 충족시켰다. 화학 조미료의 맛이 전혀 없는 전통의 그 맛이다.


팩을 뜯으면 이런 결정체가 있다.


여기에 그냥 뜨거운 물만 적당량으로 부으면 된다. 좀 싱겁게 국으로 먹으려면 물을 많이 부으면 되고, 된장처럼 진하게 먹으려면 물을 조금만 부으면 된다.


이건 물을 좀 적게 부은 것이다.

밥을 말았다.


깻잎지를 얹어 먹으니 정말 내 입맛에 딱이다. 콩잎지나 깻잎지나 질긴 맛이 전혀 없이 그 얇은 잎에서 아삭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제 아침도 이렇게 해서 먹고...


오늘 점심도 이렇게 해서 먹었다.


이렇게 한 그릇 후루룩 말아먹으면 한끼는 거뜬하다.


아들녀석과 아내도 아주 맛있어 한다.

모두 서른 개를 구입했지만, 금방 동이 날 것 같다. 등산할 때 뜨거운 물과 함께 챙겨가면 정말 딱이다.


아예 구입할 때 좀 많이 사둘 걸 그랬나? 하는 생각에 오늘 다시 도림원영농조합법인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헉!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간 품절'이란다. 주문이 몰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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