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소벌에서 철새들을 관찰하는 재미

김훤주 2010. 11. 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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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벌 철새들의 '선회'와 '앞으로 나란히'

고성에 사는 '독수리 아빠' 김덕성 선생님이 한 말이 있습니다. 새들은 종류마다 모두 다르고 같은 종류라 해도 개체마다 하는 짓이 다르다 했습니다.

고성 철성고교에서 미술을 가르치시는 김 선생님은 고성 대가저수지에 들르는 독수리들을 잘 보살펴 주는 바람에 '독수리 아빠'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독수리 아빠 김덕성 선생님은 고성 당항만 일대에서도 철새들을 관찰합니다. 선생님과 함께하면 갖은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기 자맥질하는 녀석은 무엇, 저기 두리번거리는 놈은 무엇, 저기는 주로 작은 녀석들이 모여들고 저기저기는 철새들 쉼터…….

사실 저도 잘 모르는 터이지만, 철새들은 그냥 들여다보면 밋밋한 느낌만 받게 됩니다. 저기 앞에 있는 철새들이 하나하나 별나게 보이지 않고 다 비슷한 무리로 여겨지기 십상이라는 말씀입니다.

비슷비슷하면 무슨 재미가 있을 리 없겠지요. 하하.
그래서 말입니다. 철새들 들여다보는 재미는 이 친구들 움직임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데 있습니다.

저것은 무슨 짓을 하고 저것은 또 무슨 짓을 하는지, 저기 저 짓과 여기 이 짓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이렇게 낱낱이 구분해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때로는 보이기도 합니다.

11월 6일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이 주최한 경남 팸투어에서 경남 창녕 유어면 소벌(우포늪)을 다녀왔습니다. 한두 시간만에 다 볼 수 있는 그런 데가 아니어서 짧게 맛만 볼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서 저는 철새 보는 즐거움을 작으나마 누릴 수 있었습니다.

모두 김덕성 선생님 덕분입니다. 멀리 있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철새를 무리로 보는 대신 낱낱을 하나하나 뜯어보려고 했기 때문에 느낀 즐거움입니다. '선회(旋回)'와 '앞으로 나란히'입니다.

그러니까 저 철새 무리를 무리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서 저마다 갖고 있는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 철새 관찰의 핵심인 셈입니다.

여기 사진을 보면 이렇습니다. 하는 행동이 같은 새가 여기서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제각각 하는 짓이 모두 다릅니다. 하나는 머리를 꼬고 있고 다른 하나는 먼산을 보고 있습니다.

어떤 새는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고 어떤 녀석은 자맥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맥질을 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서도 어떤 새는 깊숙이 대가리를 쳐박은 반면 어떤 새는 머리를 조금만 집어넣었습니다.


또 여기서는 새들이 줄을 지어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사람들과 견주자면 같은 식구쯤 되는 것 같은데요, 어미 새가 앞장서고 나머지 새끼들이 뒤따라가는 형상입니다.

다른 철새들은 이리 하지 않는데, 이것들만 그렇게 '앞으로 나란히'를 해서 나아가니 많이 색달라 보입니다. 둘레 다른 새들이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 오히려 이 '나란히'가 도드라져 보이기까지 합니다.


'선회'는 어떻습니까? 이것들을 하나하나 잘라 놓으면 아무 감흥이 없겠지만 이렇게 이어지는 행동으로 파악해 보니 이 또한 아름답습니다.

일곱 마리 철새가 날아올라 앞으로 다가옵니다. 무엇인가에 부딪힌 듯 왼쪽으로 한꺼번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니 새들이 저렇게 얇아졌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휘감아돌더니 튕겨나가듯이 쭉 뻗어 날아갑니다.

딱 일곱 마리만 날아올라 '선회'를 했는데도 이렇게 예쁜데, 만약 스무 마리 서른 마리가 이렇게 한다면 더욱 멋져 보였을 것입니다. 200마리, 300마리라면 더욱 그럴 듯했을 것이고요.

그리고 이런 다양한 모습을 보고 난 다음이라면 저렇게 새들이 그냥 모여 있는 모습만 봐도 그 안에서 이런저런 움직임이 있으리라 짐작이 될 테고 그러면 저 풍경이 저절로 풍성하게 여겨질 테지요.

철새들이 모여 있는 모습.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저 새들은 다들 무엇인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거나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철새들을 보는 즐거움은, 이렇게 낱낱을 뜯어보는 데 있는 것이 분명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보면 소벌(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를 찾아가더라도 그냥 밋밋한 느낌만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진리 소벌 들머리 호랑이 국화.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고? 생뚱맞으니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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