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 따라 저절로 그림이 움직이는 벽지

11월 5일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이 주최한 경남도 팸투어에서 우리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있는 경남지능형홈 홍보체험관에 들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갖은 별난 구경을 다했는데 그런 가운데 그림이 철 따라 변하고 움직이는 그런 벽지도 하나 끼여 있었습니다.
 
벽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철이 달라짐에 따라 그림도 덩달아졌습니다.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겨울에는 눈, 가을에는 단풍, 봄에는 꽃, 여름에는 녹음.

게다가 이것들은 사람의 움직임이나 목소리에 반응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를테면 가을철 단풍이 들어 잎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사람이 막 손을 휘저으면 그에 따라 낙엽이 이리저리 휘날립니다.


겨울철 눈 오는 풍경도 마찬가지였고 여름철 짙은 나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원래 그대로인 양 자연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안내하는 사람이 먼저 시범삼아 벽지 그림을 움직이는 손짓을 했고, 그랬더니 이 블로거 저 블로거 안내원 흉내내어 이리저리 손을 흔들어 보곤 했습니다. 바라보는 저도 신기했지요. 하하.

그런데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려니 불현듯 <어린 왕자>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어린 왕자>를 좋아하기 때문이겠지요.

2. <어린 왕자> 목마름을 없애는 알약 장수

소행성 B-612에서 살던 어린 왕자는 길을 떠나 이런저런 별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일곱 번째로 찾은 별이 바로 지구였습니다.

지구에서도 어린 왕자는 여러 식물과 동물과 사람을 만납니다. 그러다가 약장수까지 만나지요. 쌩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 23장은 이렇게 이뤄져 있습니다.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안녕." 장사꾼이 대답했어요.
목마름을 가라앉혀 주는 알약을 파는 장수였어요.
일 주일에 한 알만 먹으면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는 약이에요.
"아저씨는 이런 것을 왜 팔아요?"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으니까. 전문가가 계산을 했는데, 매주 53분이나 절약이 된대." 장사꾼이 대답했어요.
"그러면 그 53분으로 뭘 하는데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내게 53분이 있다면 천천히 우물로 걸어갈 텐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소설 <어린 왕자>는 장면이 전환돼 어린 왕자와 주인공 '나'가 조난한 사막으로 돌아갑니다. 목이 말라 죽겠는 상황이 나오고 우물을 찾아 목숨을 걸고 걸어가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3. 원래 있는 그대로 있으면 안 될까

지능형 홈에 적용된 이런저런 기술들은 또다른 설치나 장비에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똑똑한 주방'이 구체화되면서 '똑똑한 냉장고'로 나타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사람을 편하게 하거나 아니면 여태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옛날에는 아무리 힘센 임금이라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꿈은 전혀 꾸지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능형 홈의 철따라 움직이고 사람에 따라 반응을 하는 벽지는 자연(정확하게 말하자면 모조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집안을 자연처럼 만들려는 시도인 셈입니다.

지능형 홈에는 이밖에 A/V실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A/V를 두고 Adult Video(성인용 비디오-이러면 우리 공장 정성인 기자가 울겠습니다만 ^^)라고 농담을 했습니다만, 실제 A/V는 Audio & Video겠지요.

이것은 영화관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겠는데, 저는 이런 것이 취향에 맞지 않습니다. <어린 왕자>가 목마름을 없애주는 약을 저어하고 대신 우물로 걸어가는 길을 골라잡은 것처럼요.

저는 가을이 돼서 낙엽이 보고 싶으면 숲 속으로 걸어들어가겠습니다.

겨울철 눈이 보고 싶으면 시간을 내어 지리산 천왕봉을 찾거나 하겠습니다.

봄철 신록을 보고 싶으면 일하는 공장에서 고개를 들어 멀리 나앉은 산들을 바라보겠습니다.


보기만 하지 않고 새 잎과 꽃을 만지고 싶으면 길섶에 자리잡은 여린 풀들 맺힌 몽오리에 눈을 맞추겠습니다.

어쩌다 눈길을 끄는 영화가 나오면 발품을 팔아 가까이 있는 영화관을 찾겠습니다. 

친한 벗들에게 연락을 해서 함께 가기도 하고 영화 보고 나서 소주 한 잔 나눠 마시면서 품평도 하고 그러겠습니다.


4. 자본주의 사회 기술 발전은 높은 노동 강도로 귀결될 뿐

다른 사회는 살아보지 못해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본주의 세상에서만큼은 기술 발전이 인간 생활의 행복이나 즐거움과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이 생각납니다. 컴퓨터 덕분에 종이 문서가 없어지고 일하는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고 나아가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어느 하나도 맞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똑같은 강도로 일을 한다면 업무 부담이 크게 줄지 않을 수 없겠지만, 기술 발전으로 일하기가 쉬워지면 자본은 그것을 모두 계산에 넣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습니다.

그것은 밥벌이 또는 돈벌이랑 바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낱낱으로 흩어져 있는 인간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습니다.

전자계산기가 도입되면서 대형 유통점 물건 계산이 10배 쉬워졌다면 자본이 사람에게 일을 다시 10배를 더 시키게 되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손전화도 마찬가집니다. 손전화가 없던 옛날에는 '연락이 안 돼서'라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해진 것은 맞지만 그만큼 일하는 밀도가 빽빽해졌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의 발전을 일러주는 새로운 제품을 볼 때(대부분 광고에서) 소름이 끼쳐지기도 합니다. 저것이 사람을 또 얼마나 단순화하고 피땀을 뽑아가려나 싶어서요.

컴퓨터의 자동제어 기능이 설치된 선반을 보기로 들 수 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만 해도 자동제어 선반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낱낱이 재어서 쇳덩어리를 가공하는 선반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 뒤 자동제어 선반이 일반화되면서 노동 강도가 낮아지고 일하기가 편해질 줄 여겼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노동에 대한 자본의 지배와 감시만 세어졌습니다. 자본에 대한 노동의 종속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말만 하면 다 알아듣고 자동으로 척척 하는 '똑똑한 냉장고'가 한편으로 싫은 까닭입니다. '똑똑한 컴퓨터'나 '똑똑한 기계 선반'이 출현하면 우리 일해 밥벌어 먹는 노동 강도가 더욱 세어지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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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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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편 2010.11.22 1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가을이 돼서 낙엽이 보고 싶으면 숲 속으로 걸어들어가겠습니다.
    겨울철 눈이 보고 싶으면 시간을 내어 지리산 천왕봉을 찾거나 하겠습니다.
    봄철 신록을 보고 싶으면 일하는 공장에서 고개를 들어 멀리 나앉은 산들을 바라보겠습니다.
    보기만 하지 않고 새 잎과 꽃을 만지고 싶으면 길섶에 자리잡은 여린 풀들 맺힌 몽오리에 눈을 맞추겠습니다.
    어쩌다 눈길을 끄는 영화가 나오면 발품을 팔아 가까이 있는 영화관을 찾겠습니다. 친한 벗들에게 연락을 해서 함께 가기도 하고 영화 보고 나서 소주 한 잔 나눠 마시면서 품평도 하고 그러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참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입니다.

  2. 동의 2010.11.22 2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동 선반 생기고 노동 강도가 너무 세졌습니다.
    버튼맨들 죽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3. Favicon of http://blog.daum.net/hitch 지민식객 2010.11.23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빌게이츠 집에 가면 있다는 바로 그런 집이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