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첫 날에는 경남테크노파크 지능형 홈 산업 센터 전시관(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을 둘러보고 명품 단감으로 이름높은 감미로운 마을 농장(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모산리)을 들렀습니다.
여기서 단감 따기 체험을 하고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간담회를 치렀습니다. 그리고는 저녁도 먹고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따뜻하게 불도 쬐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안개가 깊었습니다. 지난 밤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아침 6시 즈음해 눈이 떠졌습니다.
감미로운 마을이, 행정구역은 대산면이지만 동읍에 있는 주남저수지랑 가깝습니다. 대산 들판은 창원의 동읍 들판과 김해의 한림면 들판과 이어져 있습니다.
두 사람 걸어가는 모습이 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안개는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습니다. 안개는 강이나 저수지를 비롯한 습지 둘레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깊디 깊은 안개 속을 걸으면 느낌이 야릇합니다. 앞에서는 없던 길이 나타나고 뒤에서는 있던 길이 사라집니다.
안개가 없을 때 길을 걸으면 이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안개가 없으면 길은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누워 있습니다. 사람 앞에도 길이 있고 사람 뒤에도 길이 있는 것입니다.
안개 속에서는, 사람이 나아가는 데 따라서만 길이 등장하고 또 퇴장합니다. 이렇게 자기가 걸어가고 있는 길조차도 보이지 않다 보니 결국은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결국은 혼자라는 사실은, 우리 인생과 닮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런저런 관계를 형성하지만 나는 그냥 나일 뿐입니다. 누구도 나를 대신하지 않으며, 누구도 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1963년 태어나 2010년 이 때까지 살아온 나날들이 아주 짧은 순간 스산한 느낌으로 스쳐지나갔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을 과연 얼마나 즐겁게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섬뜩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까보다 안개가 많이 걷혔습니다. 앞에 거룻배는, 소벌(우포) 사람들이 기증한 것이랍니다.
돌아오는 길에 돌아봤더니,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안개은 벌써 꽤 얇아져 있었습니다. 짙게 끼었다가도 해가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마는 안개.
11월 6일 그날 대산 들녘에서 마주친 새벽 안개는, 좀 쌀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견딜만은 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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