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가시박과 이명박 대통령 닮은 점 네 가지

김훤주 2010. 11. 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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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를 읽는데 '가시박'이라는 낱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 가장 오래 된 내륙 습지라는 경남 창녕 소벌(우포늪)에서 가시박 제거 작업을 벌인다는 얘기였습니다.

가시박이라, 제게는 낯선 존재인데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알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여기저기 찾아봤습니다.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인 한해살이풀인데 지난해 6월 1일 환경부에서 생태 교란 식물로 지정했다고 나왔습니다.

조금 더 알아봤습니다. 여름엔 하루에 30cm씩 자라기도 할 정도로 생장력이 엄청나고 줄기와 가지에 뾰족한 가시가 별사탕 모양으로 촘촘히 나 있는데 이것은 짐승조차 다치게 할 만큼 세다고 합니다.

경천대 맞은편 낙동강 사업 공사 현장에 있는 가시박.


넓적한 이파리로 햇볕을 가리고 커다란 뱀이 먹이를 돌돌 마는 것처럼 자기가 타고 기어오르는 나무나 풀을 뒤덮어버리기 때문에 다른 식물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식물뿐 아니라 동물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답니다. 촘촘하게 달려 있는 가시는 한 번 박히면 잘 빠져지지 않아 살이 붓고 곪아 터지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가시박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 달린 것은 열매 같고, 거기 달린 털들은 나중에 무성한 가시가 되겠지요. 실비단안개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아마 정부의 지도가 있었으리라 저는 짐작하는데, 80년대 후반 경북 안동에서 농민들이 들여왔다고 합니다. 오이·호박을 접붙이는 데 쓰는 대목(臺木) 작물로 삼으려고 말입니다.

하루에 30cm씩도 자랄 만큼 생장 속도가 매우 빠르니까, 가시박 줄기를 싹뚝 잘라 오이 호박 접붙이는 생산성으로만 보자면 이만한 물건이 없었겠습니다.

크기가 1cm 가량 되는 가시박 씨앗은 주로 강물을 따라 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가시박을 없애려면 낙동강의 경우 하류가 아닌 상류에서부터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뿌리뽑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상류에 있는 가시박에서 계속 씨앗이 퍼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이 가시박이 자라는 곳에서는 어떤 다른 식물도 살아남지 못하고 황폐해지며 가시박이 우거진 수풀은 동물조차 얼씬하지 못하는 '녹색 무덤'이 되기에 이렇게 뿌리뽑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랫도리가 4대강 사업 삽질에 유린된 채 윗통을 가시박에게 통째로 점령당한 경북 상주 경천대 맞은편 낙동강 둔치.


이렇게 놓고 가만 보니, 이 가시박과 이명박 대통령이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첫째, 이름이 닮았습니다. 이름에 같은 '박'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하하.

둘째, 공존을 모르는 것이 닮습니다. 더 설명이 필요없을 텐데요, 이명박 대통령이 말로는 뭐라 하더라도 하는 정책을 보면 부자를 주로 위합니다. 가시박 또한 자기 생명 도모밖에 모릅니다.

셋째, 녹색을 내세우지만 결과는 황폐라는 점도 닮았습니다.

가시박이 우거진 데는 멀리서 모르고 보면 초록으로 빛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가시박이 아닌 다른 나무와 풀은 죽어나갑니다. 독야청청으로 이름높은 소나무도 이 가시박에 걸리면 끝장납니다.

이명박 정부가 벌이는 낙동강 사업을 비롯한 4대강 사업도 녹색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토목공사일 따름이고 결과는 자연생태계 파괴입니다. 그래서 저 아름다운 경천대도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에 걸리면 끝장나고 맙니다.

소나무를 타고 오른 가시박. 소나무는 잎이 거의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넷째로, 사람의 욕망을 여기 이 두 '박'이 번성해지는 바탕으로 삼았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가시박은, 정부의 지도나 안내가 있었다 해도, 근본을 보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빨리 접붙여 오이 호박 따위를 좀 더 많이 생산하고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농민들 욕심을 바탕삼고 있습니다.

이명박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 이미 한반도 대운하니 해서 자연 파괴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에 숱한 사람들이 줄곧 반대했지만 그래도 상대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이의 당선에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에서 오는 무슨 CEO 이미지처럼 "저 사람이면 잘 살게 해 주겠지" 하는 많은 사람들의 착각이 있었고 그 착각에 욕심이 깔려 있었기는 앞에 농민들과 마찬가지입니다.

10월 22일 경천대에서 소나무 줄기를 타고 오르는 가시박을 봤습니다. 가시박에 시달린 끝에 죽어가는 나무들을 봤습니다. 경천대 맞은편 강가에 있는 가시박은 덤불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시박에서, 저는 정말 보고 싶지가 않았지만, 이렇게 '이명박'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이명박'은, 지금 이 시대 욕망의 대한민국식 표현 양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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