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안쓰러운 이유

김훤주 2010. 11. 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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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손에게서 빌려 쓰는', '우리가 다시 살' 강

11월 5일 팸 투어에서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거기 참여한 블로거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많은 얘기를 했지만 그 가운데 제 귀가 쏠린 것은 김 지사의 자연 또는 환경에 대한 철학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까닭을 말하는 말미에 덧붙인 얘기였습니다.

김 지사가 말하기를 낙동강을 비롯한 자연은 원래부터 우리것이 아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좀은 뻔한 말이지만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니까 후손을 생각하면 아끼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겠습지요.

김두관 지사는 이어서 별난 얘기도 하나 보탰습니다. '우리가 다시 살 강'이라는 것입니다. 종교 냄새가 나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를 생각한다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특히 개신교 쪽에서 뭐라 시비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가 이번에 한 번 살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 우리가 다시 살 강이니까, 지금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우리가 다시 사는 데 필요하니까 아껴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렸습니다.

2. 사람과 무관하게 스스로 존재하는 강과 산

'우리가 다시 살 강'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우리 사람살이가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를 결정하는 기준이 '우리'의 '삶'이 돼도 무방할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생은 덧없는 것이지만 동시에 덧없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인생은 그냥 왔다가 그냥 가는 것일 따름입니다. 게다가 아주 짧기까지 합니다.

또 사람으로 지구가 넘쳐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기 소설책 <개미>에서 "외계 생물이 지구에 와서 주인을 꼽는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고 개미일 것"이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다시 살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낙동강이 버텨온 나날에 견주면 사람 목숨 80년 90년은 한 줌도 되지 않습니다. 이명박 선수가 저리 위세를 떨치지만 앞으로 대통령 노릇을 할 기간을 꼽으면 3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낙동강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대표되는 인간들의 갖은 해코지를 저리 말없이 견디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전체로 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인간들이 한 줌도 안 되는 세월 동안 하는 것일 따름이니까 말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놓고 보니 낙동강은 '덧없는 인생을 다시 영위할 강'이 됐습니다. '덧없는 인생을 다시 영위할 강'이면 무슨 값어치가 있겠습니까?

사람의 삶을 갖고 값어치를 따지면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 삶이 값나가는 것이 아니면 강도 값어치가 떨어집니다. 물론 반대도 가능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낙동강이든 한강이든 금강이든 영산강이든 사람 때문에 값어치가 매겨지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강을 비롯한 모든 자연물은 있는 그대로 제 값어치를 지니거나 지니지 않거나 할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강산이 후손에게서 빌려쓰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낙동강을 비롯한 자연은 아예 처음부터 저절로 존재해 왔습니다.

거기에 사람이 들어 이리저리 구획해 내것 네것 구분을 했을 따름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도 속하지 않고 우리 후손에게도 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많은 이들은 충분히 저하고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김두관 지사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제 생각이 그렇다고 말씀드릴 뿐입니다.

3. 경남도 반대 때문에 공정율이 낮다고?

현실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간담회 자리에서 김 지사는 먼저 중앙정부가 낙동강 사업 경남 구간 공정률이 낮은 데 대해 경남도지사가 사업을 반대해서 그렇다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자신의 반대와 공정율은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첫째는 문화재 지표 조사가 11월 말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둘째는 낙동강 사업 많은 구간에서 폐콘크리트 같은 폐기물이 잔뜩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셋째는 보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김해 상동 지구의 경우 부재지주들에 대한 보상은 끝났지만 거기서 터잡고 사는 이들에 대한 보상이 거의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부재지주는 보상만 받으면 그만이지만 거기 터잡고 사는 이들은 땅이 곧바로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쉬이 용납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4. 자기는 불법 하면서 국민에겐 준법 요구하는 정부

아울러 낙동강 사업을 비롯한 4대강 사업을 벌이면서 중앙정부가 잘못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는 않은 것 같은데, 관련 예산을 적법하지 않게 편성·집행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리고 예비 타당성 조사라든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지표 조사 따위도 적법하게 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면서 정부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간담회에 앞서 치러진 단감 따기 체험에 나선 김두관 도지사.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와 종교계를 비롯해 말 그대로 각계각층에서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짚으면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그냥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언에서 경북 안동까지 이르는 302km 구간을 정부가 모두 6m 깊이로 준설을 한다는 사실을 저는 처음 들었습니다.

이 6m를 3m로 낮추자고 요구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러는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협의는 할 수 있어도 협의 기구를 만들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런 이명박 앞에서 한 없이 답답해하는 김두관이, 저는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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