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눈치 안 보고 마음껏 김치 먹어도 되는 밥집

김훤주 2010. 10. 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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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라짐이 없다'는 말입니다. '한결'은 '예전보다 훨씬 더'라는 뜻입니다. '한결'과 '한결같다'는 이처럼 뜻이 좋아서 말맛 또한 곱습니다.

한결같아서 한결 좋은 밥집을 이번에 만났습니다. 예나 이제나 꼭 같이 김치를 내놓는 밥집입니다. 요즘 들어 배추·무 값이 엄청나게 비싸지면서 배추김치 무김치를 밥상에 올리지 않는 밥집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김치찌개를 김치값이 내릴 때까지 당분간 취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인 밥집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그 없는 속내야 짐작이 가지만, 야박한 인심에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밥집이 있었습니다. 김치값이 오르거나 말거나 내리거나 말거나 '한결같이' 이렇게 김치를 내놓는 밥집이 있었습니다.

지난 2일 마산 내서 가로수 은행나무 굵은 가지 잘려나간 사진을 찍었던 그 날 점심 약속이 있었던 밥집이었습니다.

무김치와 배추김치가 이렇게 주인의 통제를 받지 않고 이렇게 밥상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마치 손님들더러 "마음껏 드세요~~" 하는 것 같았습니다.


김치가 금치가 된 요즘 밥집에 가면 조그만 종지에 조그맣게 몇 점만 담겨 나오게 마련인 게 김치인데, 여기는 이처럼 통째로 나와 있었습니다.

조그만 종지 김치를 다 먹고 나면 그냥 젓가락만 빨거나 눈치를 억수로 보면서 사정하듯이 달라고 하는 게 요즘 김치인데, 여기서는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양껏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해도 그렇게 하지 않는 밥집보다 그다지 크게 손해를 보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손님들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정도보다 일부러 더 많이 먹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씩 덜어서 먹다 보니 남기는 경우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도 전혀 남기지 않았습니다.

값비싼 김치 아낀다고 조금씩 내놓는다 해도 남기는 사람은 남길 것이고 더 달라 해서 먹는 사람은 더 먹을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가게에 대한 손님들의 호감은 당연히 높아지겠지요. 그래서 저처럼 이렇게 블로그에다 글과 사진을 올리는 일도 더러 생기겠지요.

비빔밥은 지나치게 담백했고요, 수제비는 지나치게 맛이 좋았습니다. 막걸리와 함께 뜯어먹은 파전은 맛이 있고 양도 많았습니다. 마산 내서읍사무소 옆에 있는 '도토리나무'랍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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