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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STX조선해양 둘레 차량들의 자전거길을 뒤덮은 불법 주차 문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수치 마을 들머리에서 STX조선해양 정문에 이르기까지 1.8km남짓 길가에는 갖가지 자동차들이 거의 빈틈없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대부분 STX조선해양 하청업체 사람들의 것인데요, 근본 원인은 원청업체인 STX조선해양이 주차 시설을 충분히 장만하지 않은 데 있겠지요.
어쨌거나 취재를 위해 요즘은 자주 STX조선해양 둘레를 찾아갑니다. 지난 10일에는 제대로 된 취재를 위해 사전 답사를 갔었는데요.
한 바퀴 둘러보고 왔더니 날씨가 너무 더워 많이 지치는 바람에 수치 마을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건물 2층 가게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주문해 마셨습니다.
아마 밤에는 술을 팔고 낮에는 커피 같은 간단한 머실거리를 파는 그런 집이었는데, 저밖에 있지 않았는데도 주인 아저씨가 에어컨을 틀어줬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을 들고 눈길을 수치 마을 쪽으로 던지는데,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키우는 개인가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노루 아니면 고라니 같이 생긴 녀석이었습니다. 요즘 노루는 많이 없고 고라니가 많이 늘었다니 고라니라고 단정했습니다만. 크기를 보니 아직은 새끼 티를 벗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카메라를 끄집어내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움직임을 눈여겨 봤습니다.
배가 고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풀을 뜯어먹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풀 따위를 먹으려면 숲 속에 있으면 그만이고 이렇게 바깥으로 나올 리는 없었겠습니다.
이 녀석은 조금 경계를 하는 것 같았는데요. 한참을 같은 자리에 서 있더니 뒤로 목을 빼어 보기도 하고 아래위 오른쪽 왼쪽으로 조금씩 자리를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호들갑스럽지는 않아서 파닥파닥거리지는 않았습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싶은 때에 마을 안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이 녀석이 화들짝 놀라서 달아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빼어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소리가 점점 커지니까 아쉬운 듯 발길을 산쪽으로 옮겼습니다. 그것도 천천히 옮겼습니다.
무슨 호기심이 있어서, 사람들 어떻게 하고 사나 알아보려고 나온 것 같은 냄새를 풍기면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별 일은 아니지만, 고라니가 됐든 뭐가 됐든 산짐승을 이렇게 오래도록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냥 한 번 이렇게 블로그에 올려봅니다.
김훤주
수치 마을 들머리에서 STX조선해양 정문에 이르기까지 1.8km남짓 길가에는 갖가지 자동차들이 거의 빈틈없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대부분 STX조선해양 하청업체 사람들의 것인데요, 근본 원인은 원청업체인 STX조선해양이 주차 시설을 충분히 장만하지 않은 데 있겠지요.
어쨌거나 취재를 위해 요즘은 자주 STX조선해양 둘레를 찾아갑니다. 지난 10일에는 제대로 된 취재를 위해 사전 답사를 갔었는데요.
한 바퀴 둘러보고 왔더니 날씨가 너무 더워 많이 지치는 바람에 수치 마을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건물 2층 가게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주문해 마셨습니다.
아마 밤에는 술을 팔고 낮에는 커피 같은 간단한 머실거리를 파는 그런 집이었는데, 저밖에 있지 않았는데도 주인 아저씨가 에어컨을 틀어줬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을 들고 눈길을 수치 마을 쪽으로 던지는데,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키우는 개인가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노루 아니면 고라니 같이 생긴 녀석이었습니다. 요즘 노루는 많이 없고 고라니가 많이 늘었다니 고라니라고 단정했습니다만. 크기를 보니 아직은 새끼 티를 벗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카메라를 끄집어내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움직임을 눈여겨 봤습니다.
배가 고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풀을 뜯어먹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풀 따위를 먹으려면 숲 속에 있으면 그만이고 이렇게 바깥으로 나올 리는 없었겠습니다.
이 녀석은 조금 경계를 하는 것 같았는데요. 한참을 같은 자리에 서 있더니 뒤로 목을 빼어 보기도 하고 아래위 오른쪽 왼쪽으로 조금씩 자리를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호들갑스럽지는 않아서 파닥파닥거리지는 않았습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싶은 때에 마을 안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이 녀석이 화들짝 놀라서 달아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빼어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소리가 점점 커지니까 아쉬운 듯 발길을 산쪽으로 옮겼습니다. 그것도 천천히 옮겼습니다.
무슨 호기심이 있어서, 사람들 어떻게 하고 사나 알아보려고 나온 것 같은 냄새를 풍기면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별 일은 아니지만, 고라니가 됐든 뭐가 됐든 산짐승을 이렇게 오래도록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냥 한 번 이렇게 블로그에 올려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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