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현지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그러니까 2005년 봄 창원 주남저수지 둘레에 딸과 함께 나들이 갔다가 욕심을 내어 담아온 달래가 몇 뿌리 있습니다.

저는 이 녀석이 못내 시들시들해서 곧 죽어버릴 줄 알았습니다. 담아올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화분에다 심으니까 곧장 그리 됐습니다.

그러나 달래가 쉬이 자기 목숨을 거두지는 않았습니다. 비실거리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저는 녀석이 안쓰러웠지만, 원래 담아왔던 데에다 내다 놓지도 못했습니다. 어떤 분이 이르기를, '집에서 키우는 동안 야성(野性)을 다 잃어버렸기 때문에 바깥에 내어놓으면 바로 죽고 만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름에 창문 밖에 내어놓았습니다. 만약 죽을 조짐이 보이면 바로 거둬 넣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내어놓을 때 녀석들은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옆으로 비실비실 기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두어 달 지난 무렵 어느 날 문득 내다보니 이 녀석들이 꼿꼿하게 치켜 서서 하늘을 향해 대어들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안으로 들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라기도 잘 해서 안에 있을 때보다 한 뼘은 더 자란 것 같았습니다. 지난 네 해 동안 자란 것을 모두 더해도 올 여름 한 철 자라난 길이보다 못했습니다.

게다가 꽃까지 피어났습니다. 여태까지 이 녀석들은 꽃봉오리 맺는 것은 시늉조차 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더욱이 올해는 날씨도 사나웠습니다. 폭염은 날마다 이어졌고, 그러는 틈틈이 태풍이 왔다가곤 했습니다. 비도 자주 많이 뿌렸고 바람도 세게 자주 불었습니다.

창 밖으로 내몰린 이 녀석들이 겪었을 어려움이 절대 작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씨앗을 퍼뜨릴 준비까지 해내고 말입니다.

퍼뜩, 생각이 났습니다. 힘 셈이 먼저냐? 아름다움이 먼저냐?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풀도 마찬가지구나……. 비바람 속에서, 달래는 흔들리고 또 흔들렸을 것입니다.

이런 흔들림을 겪으면서 달라졌습니다. 흔들리는 과정은 달래가 단련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흔들림을 겪어냈으니 달래가 아름답습니다.

뒤집어서, 흔들리는 과정을 겪지 못하면 아름다움을 절대 얻지 못합니다. 달래가 집 안에 있었을 때를 생각하니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은 흔들림을 겪어낸 결과입니다. 흔들림에 휘둘려 버렸다면 절대 아름다움을 자기것으로 삼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아름다움과 힘 셈 사이에 어떤 인과 관계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힘이 세어져서 흔들림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달래는 절로 저렇게 아름다워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이 뒤에 서고, 힘 셈이 앞에 섭니다. 힘 셈이 한 발 앞서 가면서, 아름다움과 동행(同行)을 합니다.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스스로 힘을 길러 자기를 흔들리게 하는 존재들을 다스리지 못하면 절대 아름다워질 수 없는 노릇이구나…….

내가 종종 심하게 흔들리지만, 어떨 때는 꺾어질 정도로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괴로워만 할 일은 아니구나…….

달래를 앞에 놓고 보면서, 제가 오늘 괴로움은 하나 내려놓았고, 즐거움은 하나 얻어 가졌습니다.

그렇다 해도 달래를 너무 가까이 두지는 않겠습니다. 아무리 사랑스럽고 고마운 존재라 해도, 너무 가까이 두면 너무 멀리 두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입니다.

김훤주

카카오톡으로 친구맺기




김주완이 최근에 산 상품을 보여드립니다 : 아이폰용 USB 128GB / 오뚜기 햇반 / 중고 아이폰 A급
오뚜기 고시히카리... APPLE 새상품급... Apple 아이폰 ... Apple 아이폰 ...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ourvillage.tistory.com 촌스런블러그 2010.09.16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달래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셨네요
    스스로 힘으로 견디며 이겨내는 삶이 값질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9.18 0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겨낼 것이 없는 삶은 오히려 쓸쓸하다,,, 뭐 이런 생각도 한 번씩 들고 그렇습니다.

      집안에 있는 달래에게는 이겨낼 그 무엇이 없었던 것입니다.

  2.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저녁노을 2010.09.16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키도 엄청 크게 자랐네요. 그럼에도 꽃까지 피워내고...
    장하네요.ㅎㅎㅎ

    늘 우린 자연에게서 배웁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9.18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달래를 흔들리게 만든 비와 바람이 저는 고마울 따름이랍니다.

      흔들리면서도 꺾이거나 쓰러지지 않은 달래도 마찬가지고요. ^.^

  3. Favicon of http://junke1008.tistory.com/ mami5 2010.09.16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 달래꽃 넘 이쁘네요..
    처음 봅니다..^^
    소박하면서 넘 이뻐요~~~

  4. Favicon of http://bada92.tistory.com 무릉도원 2010.09.17 1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수한 달래꽃을 보니 왠지 어머니가 생각나는군요....
    갸냘퍼 보이면서도 강한 힘을 느길 수 있는 .....그것이 어머니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보고 갑니다...행복한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9.18 0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상상력이 뛰어나시군요. 달래꽃에서 어머니를 떠올리시다니.....

      저는 참 이상하게도 아무 생각이 사람 관련해서는 나지 않았는듸~~~~

  5. Favicon of https://sanzinibook.tistory.com 산지니북 2010.09.17 2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달래꽃이 저렇게 생겼군요.
    물만 주면 어떻게든 커가는 화분들을 보면서
    저도 한번씩 힘을 얻곤 합니다.

  6. 늦어도괜찮아 2010.09.18 0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안에 있던 달래는 이겨낼 것이 없었다는 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럼에도 바깥을 탓하고 제 집만 고집할 때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나서지 않는 것도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지면
    형질이 바뀌게 될까요? 진화??^^
    난 아직도 고집, 아집 속에 머물러 있는 생활 느림보!

    작은 것에서 큰 의미를 찾는 님, 부럽습니다~

  7. 유림 2010.09.20 1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기자님의 글 속엔 가끔 시인이 담긴 것 같아요.
    덜 시적인 글인데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몇줄을 계속 읽어대고 있으니..

    달래도 꽃이 피는 군요
    이만큼 살았는데도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 투성이 세상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9.21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제가 1982년 대학 입학 면접 때 시인이 되고 싶어서 원서 냈다고 그랬지요. 그러니까 저는 실패한 시인이랍니다. 하하.

    • 유림 2010.09.24 08: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러셨구나.
      김 기자님 글을 몽땅 읽어봐야 할 판입니다 하하하
      내력을 아는체 하려면 말입니다..

      그래서 글 속에 묻어 있는 시적인 냄새를 알아챘군요 제가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9.25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추석 즐겁게 잘 보내셨겠지요?

      언제 한 번 놀러 가겠습니당~~~

  8. 김연희 2010.11.05 2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스스로 힘을 길러 자기를 흔들리게 하는 존재들을 다스리지 못하면 절대 아름다워질 수 없는 노릇이구나…….

    동감~! 동감입니다.

    달래처럼 아름다워지려면 결코 흔들림을 두려워 하지 않아야 되겠슴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