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창원'은 그대로 남고, '마산'은 지워지고

김훤주 2010. 7.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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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에 있는 함안보 공사 현장에 취재하러 갔다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경남도민일보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길은 국도 79호선입니다. 79호선은 의령군 경계 지점에서 창녕군 유어면까지 84.5km 이어집니다. 전체 가운데 창원 소계동에서 창원 북면까지 오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옛 마산 쪽에서 나갈 때는 길바닥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옛 마산 쪽으로 들어오는 데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왕복 4차로 바닥 행선지 안내에서 '창원'은 그대로 남고 '마산'은 이렇게 지워져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산'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1899년 마산항 개항이 있고 1910년 10월 일제 강점기 창원부가 마산부로 이름을 바꾼 이래 딱 100년만에 '마산'이라는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7월 1일로 옛 마산·창원·진해시가 새롭게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이렇게 '마산'이 지워질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행정으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아무래도 마산 토박이를 비롯한 마산 사람들에게는 씁쓸함을 안겨주는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옛 마산시민의 이런 씁쓸함, 그리고 조금이나마 남기려는 안간힘은 옛 마산시에 해당하는 구(區)의 이름에 조금은 '구차하게'(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남아 있습니다.

1995년인가 마산시 인구가 50만을 넘어 행정구를 둘 수 있었을 때 썼던 합포구나 회원구로 하지 않고 대신 '마산'을 앞에 붙여 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로 했습니다.

저는 이런 작명을 처음 보는데, 어쨌든 여기에는 '마산'이라는 이름이 좀 처량하게 느껴질지언정 일부만이 아니라 전부가 남아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산 사람들 심정이 일부 담겨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안간힘이, 거기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처량함과 구차스러움이, 저 같은 제3자조차 저 국도 79호선 길바닥 위 지워진 '마산' 을 씁쓸하게 바라보도록 만들었습니다.

김훤주

전통도시의식민지적근대화(일제강점기의마산)
카테고리 역사/문화 > 한국사 > 개화기 > 일제시대
지은이 허정도 (신서원,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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