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자유민주주의 반대말이 공산주의일까?

김훤주 2010. 3. 2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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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으뜸으로 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부정하고 말살하는 자유는 빼고 모든 자유를 인정하고 용인합니다.

자유주의는 이런 속성 때문에 한편으로 개인에 대한 개인의 착취·수탈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만 취급돼 배척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자유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도 전에 비틀려 쓰이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를테면 조갑제 같은-조차(또는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가 내세우는 사실이나 생각 말고는 모조리 인정하지 않고 용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참 이상한 노릇이지요. 자유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자유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를 깔아뭉개는 이들이 설치고 다닌다니 말씀입니다.

하기야, 자기가 토목족임을 애써 숨기려고조차도 하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조차 이런 자유민주주의자이니 달리 무엇을 더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반공만이 자유주의라고 강변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자신이 속한 정파만이 절대적으로 정의롭고 이상향을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의 탈을 쓴 권위주의에 불과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주의에 기초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보편적 정치·사회 이념입니다. 특정 계층이나 편협한 이념의 전유물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권위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게 내버려 두는 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입니다.

시민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기본을 깨우치고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저항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주의자가 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야. 자유와 권리가 조금이라도 침해된다면 목숨을 걸고 싸울 용기를 갖고 있어야 해. 자신의 자유와 권리뿐 아니라 남의 자유와 권리까지도.

내가 우리 사회에서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것은 그들이 '엉터리' 자유주의자들이기 때문이야. 말로만 자유주의를 부르짖을 뿐 실제로는 민주적 원칙에 대한 존경심이 별로 없는 위선을 비웃는 것이지."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은, 엉터리 자유민주주의를 물리치고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보수를 옹호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진보를 바람직하다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싸우는 방법을 얘기하고 싸우는 상대를 제대로 골라잡아야 한다고 말할 뿐입니다.

"전선이 잘못되었다. 공공의 적은 권위주의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헌법에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대못을 박아 놓았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권위주의가 우리 국민의 적이다."

그러니까, 자유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민주주의 제도와 상대방의 자유를 인정하면 척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말씀입지요. 보수 대 진보로 싸우지 말고,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로 싸워야 맞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권위주의라는 '공공의 적'은, 지닌 바 특징이 "여럿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판에서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없고, 절대선도 없다. 그런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곳은 파시즘 국가나 과거 소련, 북한 같은 권위주의 정치판이다. 따라서 자기 입장이 절대적이라거나 매우 옳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권위주의가 아닌지 의심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두고 보면, 우리 사회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는 다른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권위주의에 맞서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는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안으로 받아들이는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상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그 구체 표현이 되겠습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을 따라 자유민주주의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색다른 관점도 나타납니다.

보기를 들자면 결선투표제가 그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 사람들의 상상력은 직선제에 머물러 있을 따름입니다만.

물론 우리나라도 노동조합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제가 이미 실행되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에서 민주주의는 평등에서 발원한답니다. 모든 구성원에게 평등하게 주권이 있으며 이것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원칙이 '단순 과반수'랍니다.

"대선 결선투표제를 채택하는 프랑스와 러시아 등을 참조한다면, 절차적 민주주의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서 발생하는 편익이 그(선거를 한 번 더 하는) 비용을 능가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과반수 유효 득표를 한 대통령 당선자가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표가 분산되어서 40% 득표율로 당선되었지만, 그 당선자를 55%가 반대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면 그런 후보는 당선되면 안 된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 탄생이 가능했을까 미심쩍어집니다.

그렇다면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나 지금 문제가 돼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따위로 우리 국민이 골머리를 싸맬 일일랑 아예 생기지도 않았었었었었었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 것입니다.

김훤주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 10점
안병길 지음/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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