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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병든 개 찾는 사례금이 백만원이나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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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강아지 2마리". "사례금 100만원". "이유 불문하고 사례금을 드리겠습니다." -- 뭐야? 이유 불문이라고? 그러면 개를 훔쳤다 해도 돌려만 주면 돈을 주겠다는 말이잖아.

"딸 : 슈나(10.7kg), 특징 : 꼬리 위에 피부병이 생기고 콩만한 혹이 있음". "엄마 : 슈(7.4kg), 특징 : 온순하고 귀와 발에 습진이 잘 생김". -- 아니, 이건 건강하지도 않은 개들이잖아.

"분실일자 : 2009년 11월 17일". "분실장소 : 봉곡 하나로마트 근처". --여기가 용호동이니 걸으면 한 시간 넘는 거리에 그것도 한참 오래 된 넉 달 가량 전에 잃어버린 것들이네.


2월 21일 집 앞 버스 정류장 전봇대에 붙어 있던 포스터입니다. 아래쪽에 보면 "사랑으로 기르던 가족 같은 개입니다."라든지, "아이를 찾는 심정으로 ……"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옛날에는 이런 포스터를 보면 참 쓸데없는 데 돈을 쓰고 있다, 이렇게 여기고 말았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읽었던 책 한 권 덕분입니다. 개를 비롯한 동물의 힘, 그이들의 인간보다 뛰어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습니다.

<엄마하고 나하고>라고, 막내 아들 전희식이 치매 걸린 어머니 김정임을 모시고 살면서 겪은 이야기와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놓은 책입니다. 여기에 보면 84쪽에 '동물매개치료사'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짐승을 아무렇지도 않게 얕잡아 보던 버릇이랄까 태도를 제가 여기를 읽고 나서 뜯어고쳤습니다. 아울러 어떤 이에게는 저렇게 병 걸린 개들이라도 100만원 이상으로 소중한 가치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다른 여러 분들이랑 함께 누리자는 뜻으로 해당 부분을 드문드문 가져와 보겠습니다. 조금이나마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단초가 되기를 바라면서 적습니다.

막내아들 전희식과 치매 걸린 어머니 김정임.

"멸치를 사와서 어머니 손에 쥐어 주면서 고양이 오면 좀 주라고 했다. 오래지 않아 어머니 손바닥까지 와서 멸치를 날름 물고는 달아나는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내 손바닥에는 고양이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손을 내밀면 덥석덥석 물고 갔다. 어머니는 그걸 더 신이 나 하셨다."

"어머니가 마루 끝에 앉으시면 닭이랑 고양이가 쪼르르 달려 온다. 닭은 닭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어머니 손끝을 쳐다보고 어떤 먹이가 던져질지 안달을 했다."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 올 때면 닭이 개보다도 더 사람을 따르는 영리한 동물이라 추어 세우셨다. …… 집 밖으로 나가실 때는 꼭 '모시 오댓노? 뭐 좀 먹을걸 주고 가야지' 하신다. 모이를 어머니에게 드리면 닭들이 어머니가 모이를 던져 주기도 전에 손바닥을 헤집고 쪼아 먹는다."

"고양이나 닭과 어울릴 때 어머니 정신은 아주 맑았다. 이들에게 짜증내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없었다. 고양이와 닭에게 기울이는 어머니의 관심과 정성을 재미있게 관찰하던 나는 어느 순간 닭과 고양이가 우리 어머니를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동물들의 세계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읽은 것이 칼 슈커 박가 지은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신비한 능력>이었고 그 다음 책이 마타 윌리엄스가 지은 <당신도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였다. 최재천 교수의 <개미제국의 발견>이라는 책까지 읽에 되었다."

"어머니가 앞마당의 닭과 고양이와 주고받는 대화를 눈여겨 보면서 내가 이것이야말로 '확장된 모성'이고 '우주적 온정'이라고 진단하게 된 실마리를 이들 책에서 얻었다."

"어머니가 도둑고양이나 닭을 친구처럼 사귀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나는 사람이 도달하지 못한 위치에 동물들이 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

"사람이 건강을 잃고 병드는 것은 대개 사람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고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가 빗나가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동물은 이해관계가 아주 단순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행동의 유형도 몇 가지로 정해져 있어서 관계 맺기와 풀기가 참 쉽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먹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이 깨어 있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추구하는 삶이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생각하고 추론하여 비평하는 인간 지성의 발달은 수많은 재앙을 만들어 왔다. 옛 사람들이 갖고 있던 높은 직관과 세상 만물과의 소통 능력은 사라져 버리고 저급한 물질 작용에만 얽매이게 된 것이다. 근대의 비극이다."

"동물들의 단순한 삶이 비록 본능적 욕구에 기초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덕목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역시 전문가의 견해도 나와 같은 것이었다. 대구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동물 매개 치료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 교수님은 동물들이 갖고 있는 그 단순함과 신뢰감이 병든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짐승들은 태어날 때 타고난 능력이 인간보다 엄청나게 뛰어납니다.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는 정도로 애를 써야 겨우 단순해지고 조금 믿음직한 구석도 얻게 되지만 그이들은 그런 것을 아예 타고 났습니다.

요즈음 저는, 이런 포스터를 보면서, 짐승 앞에서, 한 번 더 한없이 작아집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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