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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신용카드 5만원 연체하고 죄인 취급 받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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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는 독하고 우리은행은 점잖다

저도 다른 여느 사람들처럼 신용카드를 몇 개 쓰고 있습니다. 국민카드 BC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등입니다.

삼성카드는 여러 모로 이로운 점이 많은 줄은 알지만 삼성이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바람에 저도 삼성카드를 허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살다 보면 어쩌다 한 번씩 거래하는 은행 계좌에 잔고가 모자라 대금을 제 때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 잦지는 않지만, 제가 살림이 풍성하지 못하기에 한 해 두세 차례 정도는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지난 2월에는 제가 다니는 경남도민일보에 편집국장 임명 동의 투표가 부결되는 등 크게 사단이 생기고 해서 제가 넋을 놓고 다녀서인지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대금이 연체가 됐습니다.

신한카드에는 5만원 남짓, 우리카드에는 11만원 남짓이 제 때 출금되지 못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연락을 주는 내용과 방법이 아주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를 두고 '추심(推尋)'이라는 말을 쓰나 봅니다. "찾아내어 받거나 가짐"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추심을 위해 은행이나 카드회사에서 전화질을 합니다.

우리은행은 이랬습니다. "김훤주님, 우리은행 대출금 상환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깜박하신 모양인데요. 일부만 입금이 되고 11만원이 모자랍니다. 잊으신 것 같아서 알려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돈을 넣었느냐, 넣엇다면 언제 넣었느냐, 넣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넣을 것이냐, 넣을 계획이 없다면 왜 그러느냐 이렇게 따지지 않았습니다. 전혀 묻지도 않고 그냥 "알려드립니다"라고만 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모자라는 돈 11만원 남짓을 바로 우리은행 통장에 집어넣었습니다.

반면 신한카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신한카드와 합쳐지기 전에부터 엘지카드를 한 번씩 써 왔는데, 신한카드에서 걸려 온 전화는 이랬습니다.

"김훤주님, 연체된 것 아시지요? 사흘 전 시점에서 연체돼 있는데 그 사이 입금을 하셨는가요?" 여기서 저는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그러면 언제 정도 돈을 넣으실 생각인지요?" 제 입에서는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전화 건너편에서는 '왜 이러시느냐'는 투로 "언제 내실는지 일러주셔야 서로에게 좋습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즈음에서 슬그머니 전화를 끄고 맙니다.

신한카드 전화는 이튿날에 또 걸려 옵니다. 이들은 지치는 법이 없습니다. 저는 신한카드 대금은 밀릴 수 있는 데까지 밀어 두었다가 냈습니다.

신한카드는 이밖에 손전화 문자로도 대금을 넣어라고 독촉을 해댑니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이틀에 한 번 아니면 사흘에 한 번 꼴로 또박또박 찍혀 나옵니다.

문자메시지.영수증.

"신용 평점 관리 바랍니다. 입금 부탁드립니다."이쯤 되면 저는 옛날 생각이 납니다. 친한 후배 한 녀석이 급히 쓸 일이 있다면서 사정을 하기에 엘지카드로 500만원 대출을 해 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후배는 사정이 어려웠는지 제 때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했나 봅니다. 그랬더니 엘지카드에서 전화가 걸려 왔고 그것을 제가 고스란히 당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자와 원금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그에 걸맞게 연체 이자를 물면 그만입니다. 연체 이자를 물다가 계약이 정한 기간에도 갚지 못하면 정해진 절차를 거쳐 추심을 해 가면 그만입니다.

그러니까 "왜 갚지 않느냐?" "떼어먹을 작정이냐?" "사람이 이러면 되느냐?"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갚아야 하지 않느냐?" 하면서 마치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궁지로 몰고 죄인 취급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로 엘지카드(그리고 지금 신한카드)가 그런 따위로 추심을 했습니다. 물론 그 친구가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줄 나중에 눈치를 채고 제가 어렵사리 청산을 하기는 했지만 참 씁쓸했습니다.

이런 기억까지 한꺼번에 얽혀드니 정말 참기 어려웠습니다. 신한카드에게 우리은행처럼 추심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신한카드를 떠나는 수밖에요.

그래서요, 한 달만인 3월 8일에 밀린 돈 5만958원을 갚고 나서, 바로 그 신한카드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말았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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