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선희는 경남 함양 안의 출신으로 강원도 원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양선희가 시집 아닌 에세이집을 펴냈습니다.
'시간 저 편에 묻혀 있던 진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와 사진'이랍니다. 그리고 "엄마의 딸로 태어나 행복했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책이랍니다.
'이 세상 모든 꽃 향기를 일순간에 무색케 하는
채 눈을 뜨지 못한 새끼들을 불러 모으고,
자지러지는 아기의 울음을 멈추고,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어루만져 새살을 돋게 하고,
미로 속에서도 길을 찾게 하는
엄마 냄새'.
그러니까, 모든 사람에게 모든 어머니가 죄다 빠짐없이 이렇지는 않다는 점만 빠뜨리지 않으면 아주 그럴 듯한 책이겠습니다.
양선희는 '생업을 위한 덫 같은 일상' 때문에 2007년 9월에야 자기 카메라를 장만했답니다. 그리고 2008년 8월에야 첫 번째 편지와 사진을 어머니에게 보낼 수 있었답니다.
동네 의원을 찾은 어머니가 자기랑 아무 관계도 없는 의사를 붙들고 주저리주저리 한참 동안 이야기를 늘어놓는 장면에서 양선희는 어머니의 외로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요즘은 아무것도 좋은 것이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 흐느끼기도 했기에 양선희는 그 외로움을 덜기 위해 예쁜 풍경을 사진에 담아 편지와 함께 보내기 시작한 것이랍니다.
양선희 에세이 <엄마 냄새>에는 속절없이 늙어버린 엄마를 바라보는 애잔함이 있습니다.
책에서 양선희는 학교에 일어난 일을 꼬질꼬질 일러바치는 딸이 되기도 하고 어머니의 오랜 삶을 쓰다듬는 보호자가 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자기 아이를 키우는 또 다른 어머니가 되기도 합니다.
거기에는 또 어머니와 함께 옛날로 거슬러 내려가며 사라지고 줄어드는 우리 사회 전통과 어울림이 되떠오르는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아무 생명이 없으면서도 제 품에 갖은 생명을 품을 줄 아는 돌담의 넉넉한 품성을 보고, 이웃끼리 음식을 건네던 돌담 위로 난 길을 발견합니다.
자기 집 외등에 자리잡은 벌집을 보고 아이들 다칠까 걱정을 하면서도 제 품에 찾아든 것은 내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 그리고, 시인이 이런 품성과 눈길을 기른 것은 다름 아닌 '엄마'덕분이었습니다.'
"엄마 냄새를 떠올리면 그리움에 목이 메지만, 그 체취를 더듬다 보면 어느 새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 걸 느껴요. 참 이상하지요? 제가 겪는 모든 고통의 치료약이 바로 엄마 냄새니 말이에요."
거듭 말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이러하겠지만, 모든 엄마들이 이러하지는 않습니다.
양선희의 책 <엄마 생각>이 아무리 따뜻하고 좋아도, 그렇다고 예외없는 일반화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이리 거듭 말씀드리는 까닭은, 모녀 또는 모자 관계가 그야말로 비정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제가 알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런 예외없는 일반화가, 이 세상 '엄마들'에게도 절대 좋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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