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선희는 경남 함양 안의 출신으로 강원도 원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양선희가 시집 아닌 에세이집을 펴냈습니다.
'시간 저 편에 묻혀 있던 진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와 사진'이랍니다. 그리고 "엄마의 딸로 태어나 행복했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책이랍니다.
'이 세상 모든 꽃 향기를 일순간에 무색케 하는
채 눈을 뜨지 못한 새끼들을 불러 모으고,
자지러지는 아기의 울음을 멈추고,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어루만져 새살을 돋게 하고,
미로 속에서도 길을 찾게 하는
엄마 냄새'.
2001년 펴낸 시집 <그 인연에 울다>에서 어머니와 치유를 많이 얘기했던 양선희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에게 모든 어머니가 죄다 빠짐없이 이렇지는 않다는 점만 빠뜨리지 않으면 아주 그럴 듯한 책이겠습니다.
양선희는 '생업을 위한 덫 같은 일상' 때문에 2007년 9월에야 자기 카메라를 장만했답니다. 그리고 2008년 8월에야 첫 번째 편지와 사진을 어머니에게 보낼 수 있었답니다.
동네 의원을 찾은 어머니가 자기랑 아무 관계도 없는 의사를 붙들고 주저리주저리 한참 동안 이야기를 늘어놓는 장면에서 양선희는 어머니의 외로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요즘은 아무것도 좋은 것이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 흐느끼기도 했기에 양선희는 그 외로움을 덜기 위해 예쁜 풍경을 사진에 담아 편지와 함께 보내기 시작한 것이랍니다.
양선희 에세이 <엄마 냄새>에는 속절없이 늙어버린 엄마를 바라보는 애잔함이 있습니다.
책에서 양선희는 학교에 일어난 일을 꼬질꼬질 일러바치는 딸이 되기도 하고 어머니의 오랜 삶을 쓰다듬는 보호자가 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자기 아이를 키우는 또 다른 어머니가 되기도 합니다.
거기에는 또 어머니와 함께 옛날로 거슬러 내려가며 사라지고 줄어드는 우리 사회 전통과 어울림이 되떠오르는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아무 생명이 없으면서도 제 품에 갖은 생명을 품을 줄 아는 돌담의 넉넉한 품성을 보고, 이웃끼리 음식을 건네던 돌담 위로 난 길을 발견합니다.
자기 집 외등에 자리잡은 벌집을 보고 아이들 다칠까 걱정을 하면서도 제 품에 찾아든 것은 내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 그리고, 시인이 이런 품성과 눈길을 기른 것은 다름 아닌 '엄마'덕분이었습니다.'
"엄마 냄새를 떠올리면 그리움에 목이 메지만, 그 체취를 더듬다 보면 어느 새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 걸 느껴요. 참 이상하지요? 제가 겪는 모든 고통의 치료약이 바로 엄마 냄새니 말이에요."
거듭 말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이러하겠지만, 모든 엄마들이 이러하지는 않습니다.
양선희의 책 <엄마 생각>이 아무리 따뜻하고 좋아도, 그렇다고 예외없는 일반화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이리 거듭 말씀드리는 까닭은, 모녀 또는 모자 관계가 그야말로 비정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제가 알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런 예외없는 일반화가, 이 세상 '엄마들'에게도 절대 좋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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