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47세 남자에게 생일이 주는 의미는?

기록하는 사람 2010.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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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생일에 관한 재미있는 블로그 포스트를 보았습니다. 탐진강 님의 '최고의 생일파티, 40년 간 어떻게 변했나?'라는 글이었는데요.

시골에서 자랐던 탐진강 님으로선 생일 파티라는 게 영 어색하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그동안의 생일 파티 변천사를 정리한 글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아직까지 생일 파티를 떠들석하게 하는 문화엔 익숙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저는 생일에 관한 한 다른 분들이 들으면 약간 '꼰대'처럼 느낄 수 있는 나름대로의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즉, 생일이란 자기가 자기 태어난 날을 떠벌리고 자랑하는 날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굳이 자기가 밝히지 않으면 생일을 알 수 없는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는 것 자체가 좀 웃기는 일입니다. 자기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기 태어난 날을 자랑하고 축하하고 기념합니까?

각종 쇼핑몰에서 보내온 생일축하 메시지. 무려 10개가 넘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생일은 오히려 부모님이 자식을 낳은 날을 기념하는 날이자, 생일을 맞은 당사자 입장에선 낳고 길러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이유도 어머니가 자신을 낳으면서 겪은 출산의 고통을 되새기며 더 착실하게 살 것을 다짐하라는 의미라고 봅니다. (진짜 '꼰대' 같지요?)


그래서 저는 제 생일을 가족 아닌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긴, 묻는 사람도 없지만….) 몇 년 전 우리회사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의 생일에 문화상품권을 준다며 물어볼 때도 엉터리로(아마 3월 언제쯤으로) 알려줬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가족 외에 제 생일을 아는 사람은 신용카드 회사와 각종 쇼핑몰밖에 없습니다.

올해 생일은 어제였는데요. 이번 생일에는 아내도 출장가고 없어서인지 그냥 아무도 모르게 넘어갔습니다. 다만 제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각종 신용카드 회사와 쇼핑몰에서 문자메시지로 생일축하를 받았습니다. 할인쿠폰을 보내주는 곳도 많더군요.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을뿐 생일이라고 해서 별다른 감흥도 없었습니다.

어제 저녁 술 마시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냥 집에 왔습니다. 어머니 생각이나 하면서 조용히 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혼자 있던 아들 녀석이 불쑥 꽃다발을 내밀더군요. "웬 꽃이냐?" 했더니 "아버지 식물 좋아하잖아요. 베란다에 화분도 좋아하고…"라면서….

아들 녀석이 아버지의 생일 선물로 사온 1만 원짜리 꽃다발.


녀석은 원래 화분을 사려고 했답니다. 용돈 중 1만 원을 털어 꽃집에 갔는데, 꽃집 아주머니가 "생일엔 화분보다 꽃다발이 좋다"면서 2만 원짜리 꽃다발을 권했답니다. 그래서 만 원밖에 없다고 했더니, "아버지 생일선물을 사는 게 기특해서 5000원 깎아주고, 또 학생이라서 5000원 깎아 1만 원에 줄께"라며 만 원짜리 꽃다발을 만들어주었다는 겁니다. 그것 참…!


카드 속의 내용은 아들과 저의 비밀입니다. ㅎㅎ


어쨌든 아들에게 생일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뭐랄까, 이제 저에게 생일은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자식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날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짜~식, 부담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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