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파비 님이 오늘 아침 '강기갑 대표 블로거 간담회 질문통제에 유감'이라는 글을 올리셨네요. 저도 어제 있었던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기사로 출고해야 할 시간이지만, 이 글에 대한 답변부터 먼저 올려야 겠다는 생각에 급히 씁니다.

어차피 블로그는 '주관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해온 저로서는 자기가 보고 경험한 것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쓴다고 해서 누가 뭐랄 사람은 없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 '객관 저널리즘'인 신문기사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을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재미도 있겠죠.

하지만 그날 간담회에서 사회를 봤던 저는 이 글로 인해 졸지에 블로거의 '질문통제'나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군요. 그래도 뭐 거기에 대해 '반박'까지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사자는 그렇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테니까요. 다만 간담회 상황을 어느정도는 '객관적'으로 알려드리는 게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분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사회자의 역할은 모든 참석자에게 골고루 질문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통제'를 해주는 것입니다. 준비된 질문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한 사람이 많은 시간을 쓰는 데 대한 제지가 필요합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블로그 간담회.


간담회에는 모두 7명의 블로거가 질문자로 참석했습니다. 한 명이 하나씩만 해도 7개의 질문입니다. 게다가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질문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정해진 두 시간 안에 준비된 질문만 해도 빠듯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준비된 질문 중 2개는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우선 한 명이 하나씩의 질문을 먼저 한 뒤, 시간이 남으면 추가 질문 기회를 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파비 님의 첫 질문 때까진 그게 잘 지켜졌습니다.

그런데 파비 님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끝나자, 연이어 두 번째 질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것까지 제지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두 번째 질문과 답변이 꼬리를 물고 논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사회자의 권리로 다른 질문자를 위해 제지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파비 님은 두 개의 질문을 했지만, 구르다 님과 천부인권, 이윤기, 실비단안개 님 등은 하나의 질문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블로거는 아니지만 참석했던 정성인 기자도 아예 질문을 못했죠. 그런 상황을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기까진 '객관적인 상황'을 알려드린 것입니다만, 파비 님의 질문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생각'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심회 사건의 경우, 파비 님에겐 진보정당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 함께 한 다른 분들에겐 아예 알지도 못할뿐더라 별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진보정당 안에서 서로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대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저도 그 사건에 대해선 파비 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만, 블로거 간담회 자리에서 일심회 사건에 대한 강기갑 대표의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치 '당신이 내가 싫어하는 주사파들과 같은편인지 아닌지 이 자리에서 확인하겠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자칫 '사상검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90년대 초반의 어느 시기에 마산의 한 운동권 단체가 경상대 경제학과 장상환 교수 초청강연을 열었습니다. 그 운동권 단체는 장 교수가 쌀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을 강력히 성토해줄 것을 바랐지만, 강연 내용은 주로 한국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강연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주최측 간부가 장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통일이 우선입니까, 민중생존권이 우선입니까?"

그 말을 들은 장 교수는 굳은 표정으로 약 10초간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더군요. 사람들의 눈이 장 교수의 입으로 쏠렸습니다. 이윽고 장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통일도 우선이 아니고, 민중생존권도 우선이 아니다. 다만 자네처럼 그렇게 물어보는 놈들이 사라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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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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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9.12.06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고맙습니다. 사실은 결과적으로 덕분에 제 의사를 블로그로 한 번 더 쓸 수 있었습니다. 아니었다면 그냥 분위기만 전하는 밋밋한 글이 되었을 텐데요. 제가 두 번의 질문 기회를 가졌던 건 아닌 거 같고요. 진보정당 통합을 추진하는 강대표의 계획과 관련한 같은 질문이었던 거 같은데요. 오히려 다른 분들이 몇 차례 질문 기회를 더 가졌던 거 같고요. 구체적으로 묻고자 한 부분은 결국 다 하지 못한 거 같군요. 일심회 건은 이런 거죠. 그거에 대한 민노당 측의 해명과 개선이 없고선 통합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거 없이 통합을 주장하는 건 정치적 쇼맨십이며, 민노총 내 세력 다지기를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 이런 거요. 진정성이 없는 거죠. 그러니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죠. 반대로 진보신당을 비롯한 탈당세력도 마찬가지 비판과 성찰을 거쳐야 할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민노당의 현재 모습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강대표의 진보정당 대통합론에 대해 질문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을 할만큼 무엇이 변했느냐 하는 거죠. 아마 이수호 위원장이 민노당 분당 이후에 심상정과 비슷한 개혁을 하려다 실패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어 알고 있지만. 그리고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고 관심 없다는 얘기는, 글쎄요, 저는 반대로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진보세력이라고 자처하는 내부에선 별로 중요하지도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애써 생각하고요, 국민들이 볼 때 쟤네들은 역시 친북세력이고 간첩들이고 간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사람들이야 하고 생각하죠. 세상이 많이 변했으므로 그 정도로 잠깐 생각하고 마는 것일 뿐이죠. 제 주변에 아는 친구들은 저에게 걱정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답니다. 같이 놀지 말라고요. 그 사람들 눈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나 다 똑같이 빨갱이며 친북세력으로 보이는 거죠.

    "질문통제에 대한 유감"이란 제목은 죄송하게 됐군요. 시간적 제약과 공평한 기회 부여를 위해 그리해야만 한다는 김 기자님의 뜻에는 저도 깊이 공감한답니다. 그러나 저는 시간보다는 내용에 부담을 더 많이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고요. 특히 강 대표님이 좀 발끈하셨죠. 아직 우리나라에선 간첩이란 용어가 주는 충격이 크죠. 간첩, 그거 남재희 전 장관의 말에 의하면 집권당에도 있고, 보수당에도 진보당에도 다 있는 거라고 하더군요. 늘... 그냥 장 속의 구더기쯤으로 생각하라 그런 뜻이었겠죠.

  2. 2009.12.06 1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09.12.07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이승환 2009.12.07 1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장상환 교수님 말씀... 짜릿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