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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라면을 먹어본 기억 아직도 갖고 계시나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였답니다. 당시 고향 남해에서 4학년을 마치고 부산으로 전학을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개학 전 미리 부산의 누나 집에 가 있었지요.
부산 초장동의 산동네에 누나들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비탈진 골목길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마다 세상에서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특이한 음식 냄새가 풍겨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냄새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그 냄새의 정체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누나가 라면을 사와 끓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라면을 양은냄비의 펄펄 끓는 물 속에 넣는 순간, 저는 그 특이한 냄새가 바로 그 꼬불꼬불한 국수에서 나는 것임을 알아챘습니다.
첫 맛이 어땠을까요? 아주 강렬하면서도 맛있었습니다. 정말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바로 중독되어버렸지요. 당시 라면값은 25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게에서 파는 잼과 크림이 든 샌드위치 가격과 같았습니다. 제 어린 나이에도 "같은 값이면 차라리 라면을 먹지"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당시엔 라면도 쉽게 사먹지 못했습니다. 하나를 끓여 누나와 둘이서 나눠먹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양이 차지 않아 냄비 뚜껑에 남아 있는 국물을 혀로 싹싹 닦아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마흔 일곱이니 벌써 35년이 지난 일이네요. 그런데 오늘 아침 담배를 사러 집앞 슈퍼에 갔다가 35년 전의 바로 그 라면을 발견했습니다. 정확히 그 때의 디자인과 일치하는 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진하고 담백한 닭고기 국물맛!'의 그 삼양라면이었습니다. '라' 자와 '면' 자 사이에 하이픈 '-'이 있는 것도 그 때의 표기법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가격은 25원에서 700원으로 올랐으니, 무려 28배나 오른 셈이군요. 이 촌스런 포장지의 三養라-면을 보는 순간 바로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추억의 맛이 떠올라 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Since 1963'이라 적혀 있는 걸로 보아 우리나라에 삼양라-면이 나온 게 저의 생년과 같군요. 동갑내기네요. 하하.
아침부터 라-면을 끓이고 있으니 아내가 타박을 하더군요. 그래도 푹 삶았습니다. 그야말로 '푹' 삶아야 추억의 맛이 살아납니다. 왜냐면 라면이 충분히 퍼져야 조금이라도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 땐 무조건 '푹' 삶아 먹었습니다.
촌스런 포장지의 라-면에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정성껏 담았습니다'라고 적혀 있군요. 저처럼 라-면에 얽힌 추억이 있는 중년들에게 아마도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걸 '추억마케팅'이라고 하는가요?
뜬금없이 아침부터 추억에 잠겨봤습니다. 이런 걸 보면 저도 이젠 늙어가나 봅니다. 허허.
부산 초장동의 산동네에 누나들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비탈진 골목길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마다 세상에서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특이한 음식 냄새가 풍겨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냄새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그 냄새의 정체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누나가 라면을 사와 끓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라면을 양은냄비의 펄펄 끓는 물 속에 넣는 순간, 저는 그 특이한 냄새가 바로 그 꼬불꼬불한 국수에서 나는 것임을 알아챘습니다.
첫 맛이 어땠을까요? 아주 강렬하면서도 맛있었습니다. 정말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바로 중독되어버렸지요. 당시 라면값은 25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게에서 파는 잼과 크림이 든 샌드위치 가격과 같았습니다. 제 어린 나이에도 "같은 값이면 차라리 라면을 먹지"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당시엔 라면도 쉽게 사먹지 못했습니다. 하나를 끓여 누나와 둘이서 나눠먹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양이 차지 않아 냄비 뚜껑에 남아 있는 국물을 혀로 싹싹 닦아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마흔 일곱이니 벌써 35년이 지난 일이네요. 그런데 오늘 아침 담배를 사러 집앞 슈퍼에 갔다가 35년 전의 바로 그 라면을 발견했습니다. 정확히 그 때의 디자인과 일치하는 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진하고 담백한 닭고기 국물맛!'의 그 삼양라면이었습니다. '라' 자와 '면' 자 사이에 하이픈 '-'이 있는 것도 그 때의 표기법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가격은 25원에서 700원으로 올랐으니, 무려 28배나 오른 셈이군요. 이 촌스런 포장지의 三養라-면을 보는 순간 바로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추억의 맛이 떠올라 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Since 1963'이라 적혀 있는 걸로 보아 우리나라에 삼양라-면이 나온 게 저의 생년과 같군요. 동갑내기네요. 하하.
아침부터 라-면을 끓이고 있으니 아내가 타박을 하더군요. 그래도 푹 삶았습니다. 그야말로 '푹' 삶아야 추억의 맛이 살아납니다. 왜냐면 라면이 충분히 퍼져야 조금이라도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 땐 무조건 '푹' 삶아 먹었습니다.
촌스런 포장지의 라-면에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정성껏 담았습니다'라고 적혀 있군요. 저처럼 라-면에 얽힌 추억이 있는 중년들에게 아마도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걸 '추억마케팅'이라고 하는가요?
뜬금없이 아침부터 추억에 잠겨봤습니다. 이런 걸 보면 저도 이젠 늙어가나 봅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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