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사소하지만 달라진 병원 입원실 풍경

기록하는 사람 2010. 1. 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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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로한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입원을 했거든요.

그동안 가족 또는 제가 입원했던 과거 경험에 비춰 요즘 병원도 변한 게 많군요. 사소한 변화이긴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선 적잖이 번거롭고 불편했던 일들이 상당히 개선되었더군요.

우선 5~6년 전까지만 해도 병실 내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려면 100원 짜리 동전을 넣어야 하는 병원이 적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5분 또는 10분에 100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6명의 환자 보호자들이 동전을 준비해놓고 교대로 돈을 투입해가며 TV를 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보니 그런 풍경이 완전히 사라졌군요. 무제한 TV를 볼 수 있는 병실, 과거엔 비싼 병실료를 무는 특실 아니면 상상도 못한 특권이었습니다.

동전을 넣지 않고도 공짜로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 그나 저나 이 병원은 KBS 수신료를 얼마나 낼까?


그리고 이 또한 사소한 일이긴 하지만, 과거엔 환자의 수저도 개인이 매점에서 구입해 와야 했습니다. 식사 때마다 개인 수저로 밥을 먹고 보호자가 화장실 세면대에 가서 씻어다 놓아야 했죠. 식사가 끝나면 수저를 씻으러 화장실로 향하는 보호자와 간병인들이 줄을 이었죠.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것 때문에라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 옆에는 반드시 보호자 또는 간병인이 붙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그런 풍경도 사라졌습니다. 식사 때마다 수저가 함께 나오니까 그런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었습니다.

6인 병실의 모습. 침대보와 환의는 일주일에 두 번, 이불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체해준다.


심지어 한 때는 환자가 포도당 주사를 맞을 때 혈관에 꽂는 주사바늘도 개인이 구입해 놓고 간호사가 주사를 꽂을 때마다 건네줘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지만, 아마도 휘어지는 최신형 혈관주사 바늘은 그 때만 해도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병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과거엔 침대보와 이불, 그리고 환의 등을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해야 바꿔줬는데, 지금은 아예 침대보와 환의는 주 2회, 그리고 이불은 주 1회로 딱 정해놓고 알아서 교체해주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보호자들이 간단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배선실’이라는 곳에 설치된 전자렌지는 여전히 유료입니다. 100원 동전을 넣으면 딱 3분만 가동합니다. 아마 이것도 세월이 지나면 무료로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병실 내에 무선인터넷이 안 된다.


아쉬운 것은 병원 내에 무선인터넷이 안 된다는 겁니다. 혹시나 해서 넷북을 가져와 봤지만, 역시 잡히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넷북에서 사진작업을 한 후, USB메 담습니다. 그리고 병원 복도에 있는 인터넷 PC에 접속하여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겁니다.

병원 복도에 있는 인터넷PC. 이 글도 여기서 쓰고 있습니다.


병원복도에 있는 이 PC를 쓰려면 역시 100원 짜리 동전을 넣어야 합니다. 100원에 5분입니다. 지금 이 글도 여기서 쓰고 있습니다. 

병원 바깥 정원의 흡연구역.


마지막으로 확실히 달라진 것 중 하나. 과거엔 ‘금연’이라 써붙여놓아도 화장실에서 가끔 흡연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병원 바깥 정원에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재떨이가 놓여 있더군요. 좀 춥긴 하지만 거기서 피우니 한결 마음도 가볍고 담배 맛도 좋습니다.


참고로 이 병원은 경상남도 지방공사 마산의료원입니다. 경상대 의과대학이 위탁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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