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 초등학교 동창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비행기를 탄 그날부터 제주도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돌아오는 날까지 간헐적으로 계속 눈이 왔습니다.
강정에서 외돌개로 이어지는 올레 7코스에도, 자연휴양림이 있는 절물오름에도, 저희들이 묵은 호텔 주변 길가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눈은 내렸지만 여전히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하얀 눈 속에서도 고개를 내민 여러 꽃송이들과 여린 풀잎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모진 시절 세파와 시련 속에서도 끝까지 낙망하지 않고 가느다란 희망이나마 부여잡고 있는 우리 민중의 처지를 보는 듯 했습니다.
눈 내린 제주에서 제 빛깔을 잃지 않고 있는 꽃과 식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왔습니다.
제주시내 길가 가로수 아래에서 꽃을 피운 식물입니다. 하얀 눈과 청초한 녹색 이파리, 그리고 노란 꽃의 대비가 선명했습니다. (추가 : 실비단안개 님께서 이 식물의 이름을 털머위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연두색의 이 녀석도 호텔 주변 도로에서 발견했습니다.
시내 도로변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주변 건물과 차량이 보이도록 찍어봤습니다.
이 놈은 봄의 전령사라는 유채꽃입니다. 너무 일찍 피었더군요.
조금 더 가까이서 찍은 눈 밭의 유채꽃입니다.
올레 7코스입니다. 군데군데 눈이 덮여 있지만 연두색 풀이 얼마 남지 않은 봄을 알리고 있습니다.
동백도 이렇게 눈 속에서 붉은 자태를 뿀내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렇게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동백도 있었습니다. (실비단안개 님이 이 동백의 이름을 애기동백이라 일러주셨습니다.)
이 녀석은 산국화인듯 합니다. 역시 눈을 맞았지만 제 색깔만은 잃지 않은 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이름이 뭘까요?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귀찮아서 그만 두었습니다. 이름이 뭐 대수겠습니까? 그냥 아름다움을 느낄 수만 있으면 장땡이지요. (역시 실비단안개 님께서 이 녀석의 이름을 파라칸사스 또는 피라칸타라고 부른다고 일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놈은 어디서 봤을까요? 아마 절물오름 아래 휴양림에서 본 녀석입니다. 무거운 눈을 머리에 이고도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역시 절물오름에서 본 산죽입니다. 눈 속에서 이렇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이건 찔레 종류였습니다. 작은 새싹을 틔우고 있는 중이었는데, 눈 세례를 맞았습니다. 그래도 기개는 늠름합니다.
절물오름과 휴양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맛뵈기로 입구 삼나무 숲 진입로의 모습도 보여드립니다.
다음에는 눈 속에 핀 꽃이 아니라, 눈 자체가 꽃이 되어버린 설화를 보여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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