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문가 뺨치는 변영호 선생의 본업은 교육
 
거제 계룡초등학교 변영호 선생. 그동안 긴꼬리투구새우라든지 거제 지역 민물고기와 잠자리 조사·연구에서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성과를 내었습니다만 본업은 어디까지나 교육입니다. 변영호는 이를 무엇보다 잘 알고 있으며 아울러 자신의 조사·연구 활동도 결국은 학생들 교육으로 이어져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변영호가 2003년부터 하늘강 동아리를 꾸려 활동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답니다. 하늘강 동아리의 목적은 이렇습니다.

①학교 안에서 생태 환경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본 여건과 활동 방법을 만들어 해결한다. ②지역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해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③지역 생태계 기본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관찰 탐구 능력을 키우고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기회로 삼는다. ④자연과 인간의 공존 관계를 이해하고 자연을 소중하게 다루는 심성을 키운다.

⑤자연 속 생활을 체험하면서 야외 활동의 기본 기술을 익히고 심신을 단련한다. ⑥동료들끼리 어울리는 그룹 활동을 통해 훌륭한 사회인으로서 자질을 갈고 닦는다.

죽어가는 생명을 위한 충혼제 모습. 제법 엄숙합니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생태적 감수성을 최대한 끌어올림으로써 지역 사회에 대한 탐구심과 호기심을 끌어내고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능력을 기른다'쯤이 되겠다고 변영호는 말합니다. 목적이 생태나 환경 그 자체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랍니다.
 
동아리의 이름 '하늘강'에서 하늘은 넓은 자연, 강은 모든 생명이 거쳐가는 보금자리인 물과 습지를 뜻한답니다. 설립은 2003년이지만 뿌리는 그보다 깊다지요. 변영호가 1999년부터 자기 맡은 학급에서 운영한 생태 모임 '풀빛'이 그것이랍니다. 변영호는 그동안 자기가 옮겨가는 학교마다 이렇게 아이들을 생태 탐구에 동참시켰습니다.

2. '찾아가는' 환경 교육은 싫다?

그런데 변영호는 '찾아가는~' 류의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싫어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고스란히 하늘강 동아리의 프로그램에 반영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 멀리 이름난 데를 찾아가 둘러보는 지금 주로 행해지는 자연 체험 활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배우는 학생과 학생이 사는 장소가 반영되지 않은 즉흥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성 프로그램, 떠돌이식 기행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지속적이지 못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단편적이기 십상이라고 봅니다. 자기 사는 지역이 소홀하게 취급되는 문제도 있고요.

이런 체험 활동은 "자연에 대한 감상 욕구 충족은 할 수 있지만 지역 생태계의 구성 요소나 환경 문제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불러오고 생태 환경을 감상과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여기게 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변영호는 '찾아가는 환경 교육'을 멀리하고 '주변에서 시작해 지역 생태계와 사람의 관계를 통합해 이해할 수 있는 환경 교육'을 목표 삼아 걸맞은 프로그램을 짜는 한편으로 동아리 운영을 꾸준히 펼쳐나가는 방안을 찾아내 실행에 옮겼답니다. 2008년은 이랬습니다.

3. '공부하는 학교'를 환경 교육 체험장으로

먼저 6학년에서 4학년까지 26명으로 동아리를 꾸렸겠지요. 다음 잠자리와 나비의 애벌레를 채집해 성체가 될 때까지 길러보고 민물고기도 마찬가지 길렀습니다. 애벌레일 때는 모양이 비슷해서 어떤 잠자리나 나비인지 서로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늘강 동아리는 '키워보면 안다'는 답을 내놓고 실천했답니다.

잠자리 유충한테 먹이를 주는 장면.

동아리 구성원들은 채집한 알이나 애벌레를 개별 분양 받아 우화(羽和)대를 만들고 생태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왕잠자리 밀잠자리 고추잠자리 깃동잠자리 두점박이좀잠자리 큰밀잠자리 방울실잠자리 먹줄왕잠자리 고추좀잠자리 대륙좀잠자리 절록허리 왕잠자리 등 16가지를 볼 수 있었답니다.

조그만, 그리고 얼핏 보기에는 별로 다르지 않은 애벌레가 이렇게 다양한 잠자리로 바뀐다는 사실을 실감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학교 울타리 안에서 하려고 애쓰는 선생님은 아주 드물지요.

이와 함께 채집 장소에 따라 나중에 성체가 된 잠자리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는 보람도 있었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같은 잠자리지만 종류에 따라서 사는 데가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었겠지요. 아마도 먹을거리가 다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만.

하늘강은 긴꼬리투구새우 공개 수배에도 나섰습니다. 생물 연구는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에 월간지 <자연과 생태>가 생태에 관심 있는 이들의 폭넓은 참여를 위해 이 공개 수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여기에 함께해 다른 많은이들의 관심도 끌어냈고 울산과 경북 의성에 긴꼬리투구새우가 대규모로 살고 있음도 파악됐습니다.

긴꼬리투구새우가 거제도에서 생기는 정도가 해가 지날수록 낮아져 꾸준한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거제 하청면 옛 덕포초교 둘레 논에서는 긴꼬리투구새우의 새로운 서식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답니다.

깃동잠자리가 애벌레에서 날개를 털어 말리는 모습을 쳐다보는 아이들.

4. 사는 동네를 환경 교육 체험장으로

또 '흔하기에 소중한 나의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해수욕장이나 가까운 하천을 찾아 물고기와 양서류, 그리고 곤충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이것은 '찾아가는 환경 교육'이 절대로 할 수 없는 역할입니다. 자기 사는 지역 생태계 탐구거든요.

이렇게 해서 2008년 올린 성과로는 2004년 황소개구리 서식이 확인된 이래 4년만에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발견된 것입니다. 뭍과 떨어진 섬마을 거제도에도 황소개구리가 본격 서식하고 있음이 이들의 조사 결과 나타났습지요.

하늘강이 그렇다고 '찾아가는 환경 교육' 통 취급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생태 교육'도 진행을 했거든요. 새소리 전문가, 잠자리 연구가, 생태 교육 전문가 등을 모시고 멀고 가까운 현장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생태학적 안목을 키워주고 관심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5. 하늘강 활동은 어떤 성과로 돌아올까

이런 왕성한 활동은 보도매체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KNN <물은 생명입니다> 제작진이 2박3일을 함께하면서 영상으로 담아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래도 많이 으쓱해했을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아서요.

과연 그렇습니다. 변영호는 "프로그램을 본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의 풍부한 생태학적 탐구 지식에 아주 놀라워했다"고 했습니다. "지역 탐구 활동 과정이 주로 다뤄졌는데 지역 생태계의 중요성과 학교에서 하는 탐구 체험 활동의 의미를 널리 알릴 수 있어 좋았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활동에서 학생들은 풍부한 현장 지식뿐 아니라 생태적 감수성까지 몸으로 익히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들이 자라면 그런 생태계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른 생물에게도 소중한 삶터, 보금자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소중하게 여기겠지요.

변영호보다 나은 선생님이 여기서 나올는지도 모릅니다. 잠자리가 애벌레에서 날개를 털고 나오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하고 아예 보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그야말로 세상에 대한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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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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