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한 장에 25만원 넘는 보도블록 보셨나요?

김훤주 2009. 12. 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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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에 25만원 넘는 보도블록을 보셨나요?' 경남 마산에서 25만8500원짜리 보도블록이 나왔습니다. 세탁기보다 값이 더 비싸다 보니 '도대체 어떤 물건인데' 하는, 사람들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창원시는 봉곡상가 네거리와 신월동 한전 삼거리, 신월고교 앞, 반송초교 앞, 반송중학교 앞, 도계주유소 앞 등에 'LED 발광형(發光型) 보도블록' 603장을 깔았습니다.

밤이 돼서 어두워지면 노란 불이 들어오는 보도블록에는 빛이 나는 다이오드(LED-Light Emitting Diode)가 들어 있습니다. 겉을 싸는 재료로는 폴리카보네이트와 ABS 수지·PCB 등이 쓰였다고 합니다.

마산 내서읍 중리 마산밸리(경남정보기술센터)에 있는 에스엘테크(대표 권성국)가 개발한 특허발명품인 이 보도블록은 조달청 홈페이지 나라장터 종합 쇼핑몰에 '안전 유도 타일'로 분류돼 나옵니다.

보도블록 깔기 전에 준비하는 모습.

이 보도블록을 두고 조달청 홈페이지는 가로와 세로 길이가 30cm고 두께는 6cm이며 한 장 당 값은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해 25만8500원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값이 예사가 아닙니다. 이를테면 2004년 5월 시장에 나온 10kg 크기 대우 공기방울 세탁기(DWF-105WR)가 가격 비교 전문 홈페이지인 '에누리닷컴'에서 최저가 24만6000원이라 소개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블록이 이 세탁기보다 1만2500원이 비싼 셈이 됩니다.

보도블록 앞 모습.

보도블록 뒷모습.

이 보도블록이 특허청에 등록된 정식 이름은 '횡단보도의 신호등과 연계한 보도블록의 조명시스템 및 그에 의한 보도블록'이랍니다. 에스엘테크 홈페이지에 나옵니다. 그리고 특허 번호는 제 10-0679852호로 2007년 2월 1일 특허 등록이 됐습니다.

지역 주민들 반응을 알아봤습니다. 대부분 '지나치게 비싸다'는 쪽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특허품이니까 나름대로 비싼 까닭이 있겠지, 하는 얘기도 없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거의 대다수는 "아무리 특허 제품이고 독점 공급이라지만 어지간한 세탁기 한 대 값과 맞먹을 정도로 값이 비싸야 한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보도블록 깔려고 있던 보도블록 뜯어낸 모습.

새로 보도블록을 깔고 나서 다지는 모습.

이번에 공사를 한 창원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좀 비싸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 영역이 아니다"며 "조달청에 가격이 그렇게 정해져 있고 그래서 우리는 1억5500만원 남짓을 주고 603장을 샀을 뿐이다"고 했습니다.

조달청에서 정해 놓은 값대로 샀을 뿐이고 이를 두고 자기네로서는 비싸다거나 적당하다거나 아니면 싸다거나 하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자기네들 예산이 결국은 지역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채워진다는 데 생각이 머물면,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속셈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영혼이 없다'고나 할까요. 하하.

반면 에스엘테크 관계자는 "좀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그때문에 영업 사원이 압력을 꽤 받는 경우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특허 발명품이어서 개발 비용이 감안됐다는 부분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답니다.

그러면서 이어서 "지금은 독점 상태라 가격이 높게 유지되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고 두세 해 안에 경쟁 업체가 나타나면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에는 개발 비용이라는 것이 사실은 정확하게 측정이 되지 않는 영역임을 생각한다면, 결국은 특허 등록으로 독점 상태에 있을 때 이윤을 한껏 남겨 보자는 속셈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에스엘테크는 이 보도블록의 설치 효과로 △저시력 장애인 점자 블록 인식 효과 극대화 △교통 신호 대기선의 경각심 높임 △한밤중 자동차 운전자에게 건널목 인식에 효과 △아름다운 도시 조명 등을 꼽고 있습니다. 얼마나 그럴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보도블록은 올 7월 조달청에 올릴 때는 지금보다 2500원 비싼 26만1000원이었답니다. 또 대구와 부산을 비롯해 경남의 창원·마산·창녕·함양 등 지방자치단체에 6000~7000장이 팔렸습니다. 7000장이면 18억 950만원에 이릅니다.

앞으로 어쩌면 이 값비싼 보도블록이 설치돼 있는 동네에서는 경찰들 업무가 하나 더 늘는지도 모릅니다. 이 비싼 보도블록을, 사람들이 욕심을 내어서, 남몰래 뜯어가려고 할는지도 모르니까요.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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