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이런 지붕을 봤습니다. 지붕은 자기에게 쏟아진 참나무 잎사귀들을 고스란히 받아 안고 있었습니다. 예뻤습니다.

사람 폴짝대는 눈으로만 보면, 저 움직이지 못하는 지붕이야 받아 안지 않으면 무슨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하다 싶기는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머리를 돌려보면, 우리 인간이라 한들 저기 저 지붕이랑 무슨 큰 차이가 있으랴, 싶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리 돌고 저리 돌며 갖은 수작을 부려본들, 겪을 일은 겪고야 마는 것이 사람살이더라 이런 말씀입지요.


그냥, 고스란히 자기 있는 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주어지는 것들을 제대로 감당해 내는 태도가 아름다웠습니다.

저것이 언젠가는 자취도 없이 스러지겠지만, 거기 있는 동안만큼은 자기 자리를 버티는 태도라 여겨져 무척 씩씩했습니다.

아름답고 씩씩한 지붕을 물끄러미 내려다봤습니다. 저것이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려올 때에야 제 눈길을 거두어 줬습니다.

어쩌면 지키지 못할 약속일 수도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제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한 번 중얼거려 봤습니다.

'있는 자리에 그대로 있으리라. 닥치는 모든 것을, 반기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으리라. 두려워하지도 않고 만만하게 여기지도 않으리라.'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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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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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timshel.kr 괴나리봇짐 2009.12.01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에 스며드는 말씀입니다.
    오늘 하루 마음에 새기고 싶네요.^^

  2.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t__nil_login=myblog 실비단안개 2009.12.01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자기가 한 말도 엎고 피하는 세상인데,
    김훤주 기자님은 바보군요, 마음이 건강한!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2.01 1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당~~~ 그런데요, 저는 마음이 안 건강해요~~~

    • 보라매 2009.12.01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을 보니 김기자님. 진짜 마음이 안 건강하네요.
      삐딱허니...ㅋㅋㅋ
      건강할 때 많이 보여주세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2.02 1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라매님 ^.^

      저는요, 진짜요, 마음이 안 건강하거든요.

      그래서요, 저도 힘들어요.

    • 보라매 2009.12.03 0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스로 '내 마음이 안 건강하다'하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마음이 건강한 겁니다...

      ???

      그럼 뭐지?

      마음이 안건강하다고 하면 건강한거고 건강하다고하면 건강한거고 아니 안건강한거고...???

      에이~ 그냥 힘들게 살지 맙시다. (그게 마음대로 된다면...)

      각설하고...

      '있는 자리에 그대로 있으리라. 닥치는 모든 것을, 반기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으리라. 두려워하지도 않고 만만하게 여기지도 않으리라.'

      제 마음이 뭉클~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2.04 0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진리는 언어를 뛰어넘은 피안에 있다고들 하더군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