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버드나무 한 그루가 품은 봄

김훤주 2008. 4. 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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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에 있지 않고 잎에 있습니다. 연둣빛으로 솟아나는 잎이, 꽃보다 더 신비롭습니다.

봄은, 생물에 있지 않고 무생물에 있습니다. 솟아나는 물을 머금은 땅이 더욱 검어집니다.

창원 사림동 창원대학교와 경남도청 뒷담 사이입니다. 봉림산 용추골짜기에서 비롯된 창원천 물줄기가 흘러내립니다. 땅바닥은 또 질척거립니다.

어제 그제 이틀 내리 비가 온 덕분에 뿌옇게 흐린 채로 텃밭들 사이를 냇물이 가로 또는 세로 지릅니다.

흐르는 냇가에 나무 한 그루 섰습니다. 버드나무입니다. 버드나무는 축축한 땅에서 잘 자랍니다.

양지를 지향하는 소나무와는 성질이 반대됩니다. 민들레 같은 들꽃은 좀 벌써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앞에는 유채꽃이 활짝 벌어져 있습니다. 뒤쪽은 마늘도 있고 보리도 있습니다. 양파도 보이고요, 머위가 심겨 있는 데는 한쪽 구석에 숨어 있습니다.

어떤 데는 미나리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 흐르는 소리가 종일 울립니다. 비 그친 다음날 햇살이 따가워졌습니다. 덩달아 그늘도 짙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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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늘이 아쉬운 때가 바로 코앞입니다. 나무 오른쪽 그늘에, 쇠공장에서 물건 나를 때 깔판으로 쓰는(빠렛트라 하지요) 나무 뭉치가 하나 깔려 있습니다.

일하러 나온 이들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해가 하늘 한가운데를 지나간 다음에나 오려나 봅니다. 그렇지만 텃밭 여기저기에는 호미질 자국이 여럿 나 있습니다.

저는 김해로 출장 갔다오다 들렀습니다. 이제 점심 먹고 남은 일 마저 해야지, 자리를 뜹니다. 나무 아래 그늘 자리에 붙들린 눈길을, 어렵사리 거두고 돌아서는 발길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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