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여수 오동도엔 엄마를 위한 배려가 있다

김훤주 2009. 9. 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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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전라남도 여수 오동도에 갔더니 다른 데서는 본 적이 없는 시설이 있었습니다. 오동도 자체는 콘크리트로 뭍이랑 붙어 버려서 별다른 매력이 없었지만 이 시설물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일터로 삼고 있는 경남 마산에 견주자면, 돝섬 정도 되려나 싶습니다. 돝섬은 아직 뭍이랑 이어지지 않았고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에는 제가 말씀드리려는 그것이 없습니다.

제가 본 것은, 오동도 관리사무소 안에 있는 수유시설(수유실)입니다. 제가 남자인지라 안에까지 들어가 보지 않아 얼마나 시설이 잘 돼 있는지 보지는 못했습니다.

미안하게도, '여수 오동도 관리사무소' 표시가 나게 찍지 못했습니다.


전에는 어디에서도 이런 수유시설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데도 공공시설이라면 설치가 돼 있을 텐데 내가 남자라 관심을 둘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보니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9월 들어서,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에서 여성 동료랑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것이 착각인 줄 알게 됐습니다. 이 동료는 수유시설이 백화점을 빼고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에는 자기도 남들처럼 유모차 몰고 백화점 왔다갔다 하는 부류를 곱지 않게 봐 왔는데, 아이를 낳아 기르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했습니다.

백화점이 아니고는 아이에게 젖을 먹일 공간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대형 유통점도 마찬가지고 고속도로 휴게소도 마찬가지라 했습니다. 아이 기저귀 갈아줄 공간 정도는 있는데 그나마 공개돼 있어 문제라고도 했습니다. 남들 눈길 미치지 않는 그런 장소는 아예 없다는 얘기입니다.

수유실 같은 것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사람들 오가는 길거리 벤치 같은 데서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수유시설은 법률에서도 의무 설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모자보건법을 찾아봤지요. 그랬더니 제10조의3 (모유수유시설의 설치 등) ①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 필요한 모유수유시설의 설치를 지원할 수 있다."고만 돼 있었습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전형적인 표현입지요.

바깥(위 사진)에는 수유시설이라 적혀 있고 안에는 이렇게 수유실이라 돼 있습니다.


법률로 강제해도 할까말까 하는 때가 많은데, 여수 오동도 관리사무소는, 모성 보호에 남다른 인식을 갖춘 이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시키지 않았는데도 이런 귀찮음을 무릅쓰고 귀한 일을 했으니 칭찬받을만하다 하겠습니다.(아니면 국립공원은 죄다 그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쯤에서 가만 생각해 보니, 엄마들이 젖먹이에게 젖꼭지를 안심하고 물릴 수 있는 공간을 진짜 우리 사회가 너무 마련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남녀 불문하고 그 아이들 나중에 자라면, 그 노동력들을 바탕 삼아 사회 유지를 해 나갈 것이면서도 말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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