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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쓴 마이클 폴란이, 이번에는 잡식동물 앞에 행복한 밥상을 차려 내 놓았습니다. '잡식동물의 권리 찾기'가 부제(副題)랍니다.
인간이라는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과연 이 책이 해결해 줄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절반은 농담입니다만,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이 음식 만드는 이들이 이 책을 읽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하..
1. 음식을 먹어라?
그이가 써낸 책 <잡식동물의 딜레마>에 따르면 인간은 '걸어다니는 옥수수'일 따름입니다. 슈퍼마켓에 진열돼 있는 식품이 대부분 옥수수에서 나왔고 그것을 사람들이 즐겨 '섭취'한다는 것입니다.('먹는' 것이 아니고요) 맥도날드표 치킨과 콜라를 마실 경우 옥수수에 옥수수를 얹어 먹는 꼴이라는 얘기랍니다.
'치킨'이 먹는 모이의 대부분은 옥수수로 만들었고, 콜라에 들어 있는 단맛 또한 대부분이 옥수수 시럽이 원료라는 애기입니다. 그러니 그런 따위를 즐겨 먹고 마시는 인간이 걸어 다니는 옥수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말씀입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가 저주 받은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면, <행복한 밥상>은 그런 저주를 푸는 주문(呪文)을 일러놓은 책이 되겠군요. 대부분 주문이 그렇듯이, 처음 만나는 주문은 낯설고 어색합니다. 하지만 간단합니다. "음식을 먹어라."
영양소를 먹지 마라,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이나 지방이나 따위 '성분'을 먹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음식은 언제나 성분의 총합 이상입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이런저런 '식품'들이 있습니다. 비닐로 포장돼 있거나 깡통에 담겨 있습니다. 겉에는 당연히 이런저런 영양 성분이 적혀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이 아닙니다.
폴란에 따르면, 음식에는, 자본주의를 만족시킬 '값싼' 장거리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음식은 '썩습니다'. 이런 썩음을 막기 위해 썩는 영양소는 제거하고 썩지 않는 영양소는 살린 다음 칭송하고 동시에 저주합니다. 말하자면 '지방은 나쁘지만 탄수화물은 좋습니다.'
2. 엉터리 신화를 깨라
책 말미에서 폴란은 자기 스승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많은 면에서 공동 저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조사와 사고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음식, 건강, 농업에 관해 공부하면서, 나는 현명하고 관대한 네 명의 스승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존 거소, 매리언 네슬, 앨리스 워터스, 웬델 베리가 그들이다. 그들은 내 영감의 원천이다."
스승 가운데 하나인 메리언 네슬은 "생활 방식 전체의 맥락에서 식사를 떼어내는 일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답니다. 식사만으로 건강이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를테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건강하다 해서 채식만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채식하는 이들의 생활 방식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육식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신화를 깨자는 말입니다. 신화에는 일의 앞뒤가 인과 관계로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신화는 옛날에만 있지 않습니다. 요즘에도 있습니다. 옛날 신화는 오히려, 대다수가 신화인 줄 아니까 위험하지 않지만, 요즘 신화는 스스로 신화임을 밝히지 않으니 더욱 위험합니다.
"영양 보충제를 먹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건강하다. 하지만 그들의 건강은 그들이 먹는 영양 보충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영양 보충제는 사실 아무런 효과도 없다. 영양 보충제를 먹는 사람은 대개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더 풍족한 사람들로, 평범한 사람들보다 건강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들일 뿐이다."
3. 증조할머니를 모셔라
폴란은, '행복한 밥상'에 대해 "증조할머니(또는 신석기 시대 조상들)가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음식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가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공장제 식품산업이 들어서기 전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미국은 증조할머니가 되겠지만 우리나라 제 또래라면 어머니 시절로만 돌아가도 될 것 같습니다.
"슈퍼마켓에서는 어떤 식으로 음식을 사야 할까? 통로를 걸으면서 증조할머니가 유제품 진열대 앞에 함께 서 있다고 해 보자. 증조할머니가 짜 먹는 요구르트를 손에 든다. 성분 표시를 읽는다면, 정말로 그게 요구르트가 맞는지 의심할 것이다. 그 안에는 요구르트가 얼마간 들어 있기는 할 테지만, 요구르트같지 않은 성분들도 십여 가지나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고 묻는다면 정답은 "옛날에 먹었던 것을 먹으면 된다"가 됩니다. 여기서는, 채식이냐 육식이냐는 의미가 없습니다. 1870년 태어나 1948년 숨진 치과 의사 웨스턴 프라이스는 이런 연구를 남겼습니다.
그이는 1930년대에 '서유럽식' 식사의 미스터리를 푸는 데 헌신하기 위해(번역투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요?) 치과 병원을 때려치웠답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연구한 결과 "현대문명이 양과 유통 기한을 위해 음식의 질 대부분을 희생시켰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프라이스가 조사한 집단은 "해산물 식단, 낙농 음식으로 이루어진 식단, 육류 식단, 과일·야채·곡물이 주를 이룬 식단으로 각기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 잘 살아감이, 그 사람들이 채식이냐 육식이냐와는 무관하더라는 실증이었습니다.
4. 육식이 더 건강하게 만든다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사실상 전혀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고기와 피, 우유만을 먹고 살았다. 한편 헤브리스 제도의 원주민 집단은 그런 것을 전혀 먹지 않았다. 에스키모들은 날생선, 고기알, 사냥한 짐승의 고기, 고래 지방을 먹고 살았으며, 야채는 거의 먹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근처 나일강 근처에서 만난 집단은 우유, 고기, 방목한 소의 피, 나일강에서 나는 동물성 음식을 먹고 살았다. 곡물이나 또 다른 식물성 음식에 의존해 사는 농경 집단보다는 야생동물의 고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 일반적으로 더 건강했다. 농경 집단은 충치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했다.
특히 내장을 좋아하는 종족이 많았다. 내장에는 지용성 비타민과 미네랄, 비타민 K2가 다량 들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해산물을 중요하게 여겼다. 심지어 산지에 사는 집단들도 먼 거리를 걸어가 해안 부족들과 거래를 하여 말린 고기알 같은 것을 구해 오곤 했다."
5. 제발, 태양을 날것으로 먹어라
마이클 폴란이 프라이스를 통해 내린 결론은, "건강을 위한 공통 분모는 영양이 풍부한 토양에서 나고 자란 식물과 동물을 재료삼아 음식을 만들어서 전통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랍니다. 이는, 미국에서는 1930년대에 막 확립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지나 자리를 잡은 산업 농업에 대한 비판이고 반란인 것 같습니다.
군산 복합체뿐만 아니라 영양 산업 복합체도 우리를 못 살게 군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니, 음식은 단순히 영양 성분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물론 이윤 추구를 위한 단순한 상품도 아닙지요.) 우리는 영양분이 아닌 음식을 먹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우리 사람에게 영양분만을 먹으라고 강요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외침이 아닙니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고, 어쩌면 그보다 중요한, 제대로 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조건에 대한 얘기입니다.(그냥 탁 죽어버리는 것보다 100년을 살면서 건강할 수 없는 것이 더 불행하지 않을까요?)
폴란은 말합니다. "살아 숨 쉬는 음식-먹음직스런 과일과 야채, 고기-으로 요리를 할 경우에는, 음식을 상품이나 연료 아니면 영양소로 오인할 위험이 사라진다. 그것은 한낱 사물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 사이에 이루어진 관계의 망이다. 그 가운데 일부는 인간이고, 일부는 아니지만, 그들 모두는 궁극적으로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햇빛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다."
<행복한 밥상>은 많은 사람을 자유롭게 해 줄 것입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궁리하고 따지는 속박을 풀어줄 것입니다. 그냥, 그저, 옛날에 먹던 먹을거리를, 옛날에 먹던 방식대로 먹으면 좋다고 근거를 갖춰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폴란 덕분에 편해졌습니다. 딴에는 그런 데 신경 안 쓰고 산다고 여겼지만, 책을 읽다 보니 제가 얼마나 '영양 성분' 따위에 매여 있었는지 알겠습디다. "음식사슬의 한 쪽 끝에서 동·식물로 식사를 준비하는 부엌의 요리사는 걱정해야 할 것이 많겠지만, 건강만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니까."
김훤주
※ <경남도민일보> 8월 13일치 13면에 실은 글을 군데군데 고쳤습니다.
인간이라는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과연 이 책이 해결해 줄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절반은 농담입니다만,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이 음식 만드는 이들이 이 책을 읽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하..
1. 음식을 먹어라?
그이가 써낸 책 <잡식동물의 딜레마>에 따르면 인간은 '걸어다니는 옥수수'일 따름입니다. 슈퍼마켓에 진열돼 있는 식품이 대부분 옥수수에서 나왔고 그것을 사람들이 즐겨 '섭취'한다는 것입니다.('먹는' 것이 아니고요) 맥도날드표 치킨과 콜라를 마실 경우 옥수수에 옥수수를 얹어 먹는 꼴이라는 얘기랍니다.
'치킨'이 먹는 모이의 대부분은 옥수수로 만들었고, 콜라에 들어 있는 단맛 또한 대부분이 옥수수 시럽이 원료라는 애기입니다. 그러니 그런 따위를 즐겨 먹고 마시는 인간이 걸어 다니는 옥수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말씀입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가 저주 받은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면, <행복한 밥상>은 그런 저주를 푸는 주문(呪文)을 일러놓은 책이 되겠군요. 대부분 주문이 그렇듯이, 처음 만나는 주문은 낯설고 어색합니다. 하지만 간단합니다. "음식을 먹어라."
영양소를 먹지 마라,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이나 지방이나 따위 '성분'을 먹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음식은 언제나 성분의 총합 이상입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이런저런 '식품'들이 있습니다. 비닐로 포장돼 있거나 깡통에 담겨 있습니다. 겉에는 당연히 이런저런 영양 성분이 적혀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이 아닙니다.
폴란에 따르면, 음식에는, 자본주의를 만족시킬 '값싼' 장거리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음식은 '썩습니다'. 이런 썩음을 막기 위해 썩는 영양소는 제거하고 썩지 않는 영양소는 살린 다음 칭송하고 동시에 저주합니다. 말하자면 '지방은 나쁘지만 탄수화물은 좋습니다.'
2. 엉터리 신화를 깨라
책 말미에서 폴란은 자기 스승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많은 면에서 공동 저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조사와 사고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음식, 건강, 농업에 관해 공부하면서, 나는 현명하고 관대한 네 명의 스승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존 거소, 매리언 네슬, 앨리스 워터스, 웬델 베리가 그들이다. 그들은 내 영감의 원천이다."
스승 가운데 하나인 메리언 네슬은 "생활 방식 전체의 맥락에서 식사를 떼어내는 일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답니다. 식사만으로 건강이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를테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건강하다 해서 채식만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채식하는 이들의 생활 방식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육식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신화를 깨자는 말입니다. 신화에는 일의 앞뒤가 인과 관계로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신화는 옛날에만 있지 않습니다. 요즘에도 있습니다. 옛날 신화는 오히려, 대다수가 신화인 줄 아니까 위험하지 않지만, 요즘 신화는 스스로 신화임을 밝히지 않으니 더욱 위험합니다.
"영양 보충제를 먹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건강하다. 하지만 그들의 건강은 그들이 먹는 영양 보충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영양 보충제는 사실 아무런 효과도 없다. 영양 보충제를 먹는 사람은 대개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더 풍족한 사람들로, 평범한 사람들보다 건강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들일 뿐이다."
3. 증조할머니를 모셔라
폴란은, '행복한 밥상'에 대해 "증조할머니(또는 신석기 시대 조상들)가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음식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가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공장제 식품산업이 들어서기 전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미국은 증조할머니가 되겠지만 우리나라 제 또래라면 어머니 시절로만 돌아가도 될 것 같습니다.
"슈퍼마켓에서는 어떤 식으로 음식을 사야 할까? 통로를 걸으면서 증조할머니가 유제품 진열대 앞에 함께 서 있다고 해 보자. 증조할머니가 짜 먹는 요구르트를 손에 든다. 성분 표시를 읽는다면, 정말로 그게 요구르트가 맞는지 의심할 것이다. 그 안에는 요구르트가 얼마간 들어 있기는 할 테지만, 요구르트같지 않은 성분들도 십여 가지나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고 묻는다면 정답은 "옛날에 먹었던 것을 먹으면 된다"가 됩니다. 여기서는, 채식이냐 육식이냐는 의미가 없습니다. 1870년 태어나 1948년 숨진 치과 의사 웨스턴 프라이스는 이런 연구를 남겼습니다.
그이는 1930년대에 '서유럽식' 식사의 미스터리를 푸는 데 헌신하기 위해(번역투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요?) 치과 병원을 때려치웠답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연구한 결과 "현대문명이 양과 유통 기한을 위해 음식의 질 대부분을 희생시켰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프라이스가 조사한 집단은 "해산물 식단, 낙농 음식으로 이루어진 식단, 육류 식단, 과일·야채·곡물이 주를 이룬 식단으로 각기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 잘 살아감이, 그 사람들이 채식이냐 육식이냐와는 무관하더라는 실증이었습니다.
4. 육식이 더 건강하게 만든다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사실상 전혀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고기와 피, 우유만을 먹고 살았다. 한편 헤브리스 제도의 원주민 집단은 그런 것을 전혀 먹지 않았다. 에스키모들은 날생선, 고기알, 사냥한 짐승의 고기, 고래 지방을 먹고 살았으며, 야채는 거의 먹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근처 나일강 근처에서 만난 집단은 우유, 고기, 방목한 소의 피, 나일강에서 나는 동물성 음식을 먹고 살았다. 곡물이나 또 다른 식물성 음식에 의존해 사는 농경 집단보다는 야생동물의 고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 일반적으로 더 건강했다. 농경 집단은 충치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했다.
특히 내장을 좋아하는 종족이 많았다. 내장에는 지용성 비타민과 미네랄, 비타민 K2가 다량 들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해산물을 중요하게 여겼다. 심지어 산지에 사는 집단들도 먼 거리를 걸어가 해안 부족들과 거래를 하여 말린 고기알 같은 것을 구해 오곤 했다."
5. 제발, 태양을 날것으로 먹어라
마이클 폴란이 프라이스를 통해 내린 결론은, "건강을 위한 공통 분모는 영양이 풍부한 토양에서 나고 자란 식물과 동물을 재료삼아 음식을 만들어서 전통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랍니다. 이는, 미국에서는 1930년대에 막 확립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지나 자리를 잡은 산업 농업에 대한 비판이고 반란인 것 같습니다.
군산 복합체뿐만 아니라 영양 산업 복합체도 우리를 못 살게 군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책을 읽다 보니, 음식은 단순히 영양 성분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물론 이윤 추구를 위한 단순한 상품도 아닙지요.) 우리는 영양분이 아닌 음식을 먹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우리 사람에게 영양분만을 먹으라고 강요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외침이 아닙니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고, 어쩌면 그보다 중요한, 제대로 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조건에 대한 얘기입니다.(그냥 탁 죽어버리는 것보다 100년을 살면서 건강할 수 없는 것이 더 불행하지 않을까요?)
폴란은 말합니다. "살아 숨 쉬는 음식-먹음직스런 과일과 야채, 고기-으로 요리를 할 경우에는, 음식을 상품이나 연료 아니면 영양소로 오인할 위험이 사라진다. 그것은 한낱 사물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 사이에 이루어진 관계의 망이다. 그 가운데 일부는 인간이고, 일부는 아니지만, 그들 모두는 궁극적으로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햇빛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다."
<행복한 밥상>은 많은 사람을 자유롭게 해 줄 것입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궁리하고 따지는 속박을 풀어줄 것입니다. 그냥, 그저, 옛날에 먹던 먹을거리를, 옛날에 먹던 방식대로 먹으면 좋다고 근거를 갖춰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폴란 덕분에 편해졌습니다. 딴에는 그런 데 신경 안 쓰고 산다고 여겼지만, 책을 읽다 보니 제가 얼마나 '영양 성분' 따위에 매여 있었는지 알겠습디다. "음식사슬의 한 쪽 끝에서 동·식물로 식사를 준비하는 부엌의 요리사는 걱정해야 할 것이 많겠지만, 건강만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니까."
김훤주
※ <경남도민일보> 8월 13일치 13면에 실은 글을 군데군데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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