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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전의 한 호텔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호텔 로비에 쌀 포대가 가득 쌓여 있는 겁니다. 대전의 한 호텔 로비에서 본 장면.
쌀 위에 있는 '백미 보관 장소'라는 제목의 펼침막에는 이런 글이 씌여 있었습니다.
"테크노라이온스클럽 회장 이권재, 저희 클럽에서는 화환을 받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백미를 받아 불우이웃을 돕고자 합니다. -테크노라이온스클럽 회훤 일동"
아! 이거 참 신선했습니다. 각종 단체의 행사나 개인의 경조사 때 수없이 늘어서는 화환 대열만 봐온 저로서는 왜 이런 생각을 못해봤을까요?
또한 개인의 경조사에서는 화환이나 조화가 몇 개나 들어왔느냐는 게 혼주나 상주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사교력을 가늠하는 잣대처럼 보여 괜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고향마을에서는 한 때 경조사에도 화환 반입을 아예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 허례허식을 일소한다는 명분이었는데요. 하지만 객지에 나가 있던 자식들이 조화나 화환 반입 금지조치에 반발하는 등 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꽃 대신 쌀로 받아, 행사가 끝난 후 사회복지시설이나 불우이웃돕기로 기탁한다면 그런 문제는 깔끔히 해소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우연히 본 안내전단에 의하면 전문적으로 화환 대신 쌀을 배달해주는 업체도 있더군요. 그 업체는 마치 화환과 비슷한 분위기가 나도록 지게를 만들어 쌀 두 포대를 얹고, 거기에 축하메시지와 보내는 이의 이름을 적는 리본도 제공하고 있더군요. 가격도 3단 화환 가격과 똑 같은 10만 원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축하 분위기도 내고, 좋은 일도 하고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쌀을 지게에 얹어 배달하는 업체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우리쌀을 애용함으로써 우리농업을 살리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행사나 경조사 주최측이 사전에 화환 대신 쌀로 받겠다는 의사를 미리 알려야 하는 문제가 있겠더군요. 또한 화환 대신 쌀을 보내는 문화가 확산되면 화훼농가나 꽃집의 생존권이 타격을 받는 문제도 여전히 남습니다.
쌀 농가도 우리 농민이지만, 화훼농가도 우리 농민인데, 이거 참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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