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한나라당이 또 일을 저질렀네요. 물론 그 뒤엔 청와대가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지요. 시사인 7월 25일자(97호)에 실린 고종석 위원의 칼럼.
정말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처럼 화염병을 들고 폭력투쟁이라도 벌어야 할까요? 아니, 그것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선거라는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니까요?
그렇다고 작년처럼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벌인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100만 촛불에도 끄떡하지 않던 사람이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 난감한 일입니다.
그런 답답한 차에 어제 배달되어온 < 시사인 >에 실린 고종석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의 칼럼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고종석 위원도 참으로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칼럼 제목은 '겸손한, 매우 겸손한 제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의 제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사임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겸손하게, 정말 겸손하게 이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 복잡한 난국을 풀기 위해 사임하실 생각은 없으시냐고. 그 이 나름의 애국심을 의심하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정말 잘해보려고 애쓰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은 그 자리가 그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내 제안에 전혀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사임한 이 대통령의 자리를 한나라당 정치인이 이으리라는 것은(혹시 이회창씨여도 마찬가지지만) 내일 해가 또다시 떠오리라는 것만큼 확실하니까."
제가 알기로 고종석 위원은 평소 그다지 과격한 글을 쓰시는 분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에게 대놓고 사임하라는 칼럼을 썼다는 것은 그도 오죽 답답했으면 쇠귀에 경읽기가 될 게 뻔한 이런 글까지 썼을까 하는 공감이 들었습니다. 그의 글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열 한 명 꽃다운 목숨이 분신하거나 투신하거나 의문의 죽음을 당한 1991년 4~5월 이래, 지난 한 해 반만큼 내 마음이 뒤숭숭한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를 5공에 비유하는 것은 과장된 선동이겠으나, 이 정부의 행태에서 1991년 봄 노태우 정부 때의 공안통치가 연상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1991년이라면 이른바 '분신정국'입니다. '물태우'란 말을 듣던 노태우는 이 분신정국을 공안탄압으로 밀어부쳤습니다. 그 때도 노태우가 사임하지 않았듯이 이명박 대통령이 고종석 위원의 '겸손한 제안'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합니다. 아니, 아예 이 글을 보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결정은 스스로 하시겠지만 이 겸손한 제안, 한 번 읽어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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