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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더 셀까 식물이 더 셀까 언젠가 이런 물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동물하고 식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센지 아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당연히 동물이 더 세지 않느냐고, 동물은 대부분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식물을 해칠 수 있지만 식물은 동물을 그렇게 해칠 수 없지 않느냐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아니었습니다. 식물이 동물보다 더 세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물은 식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지만 식물은 동물이 없어도 물이랑 햇볕만 있으면 그리고 얼어터질 정도만 아니면 어디서나 살 수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아울러 동물은 춥고 배고프거나 어떤 위험이 닥치면 기어서든 뛰어서든 걸어서든 옮겨갈 수 있으니까 덜 완전해도 괜찮은 존재지만, 뿌리를 한 군데 붙박고 사는 식물은 그럴 수 없고 제 자리에서 온전하게 버티고 감당해야 하니까 조금이라.. 더보기
발 아래 초록 풀에서 느끼는 보람 겨울이 되면 모든 풀들이 시들어 버리고 푸른 잎은 아예 볼 수 없는 줄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밥벌이에 정신을 놓고 사는 대부분은 한겨울 푸른 잎의 존재를 제대로 모릅니다. 아마 이 여성 시인도 그랬나 봅니다. 저랑 나이가 비슷한데, 몇 해 전 어떤 매체에다 자기 사는 아파트 조그만 뜨락에서 한겨울에 푸른 풀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을 풀어놓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는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 여성 시인, 며칠 동안 밤샘을 했겠구나, 였습니다. 무슨 밤일을 그렇게 하느냐고? 아닙니다. 하하. 사람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어떻게든 표현하려는 욕심이 있습니다.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좋은 시 한 편 쓰려고 많이많이 끙.. 더보기
겨울철 양산 통도사에서 본 싱싱한 들풀 예전 어떤 시인에게서 ‘겨울이 되면 풀들이 다 말라 죽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시인과 흉허물 없이 말해도 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아무 말 않았습니다만, 아무리 춥고 메마른 겨울이어도 풀이 죄 죽지는 않지요. 따뜻한 양지 바른 데 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곳에는 겨울에도 풀들이 싹을 내밀고 잎을 틔웁니다. 또 그런 자리는 낙엽 덕분이든 아니면 지형 때문이든 물기도 촉촉하게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겨울에도 자랄 조건이 되면 자란다 이 말입니다. 멀리를 보면 실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까이를 봐야 실체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고개를 높이 들어 멀리 산을 보면 거기서 파란 풀을 볼 수 없습니다. 그냥 이미지만 머리에 남겨집니다. 그러나 고개 숙여 눈 앞 뜨락을 훑어보면, 거기에는 뚜렷한 실.. 더보기
과학 선생들한테 된통 당한 국어 선생 1.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아닙니다만, 김훈이 쓴 소설 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부역을 나온 백성들이 일을 끝낸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남아 이순신 장군에게 선물로 줄 칼(환도)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 대장장이 백성들이 검명(劒銘)까지 새기겠다 나서는 바람에 장군이 一揮掃蕩일휘소탕 血染山河혈염산하, 라고 글을 적어주기까지 합니다.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백성들 장군에 대한 믿음과 장군을 받드는 마음과 왜적을 물리치자는 간절한 소망과 이순신 장군의 굳건한 충심이 도드라져 보이는 국면입니다. 김훈은 이렇게 썼습니다. “그 때, 나는 진실로 이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염(染)하고 싶었다. 김수철은 글씨를 말아들고 물러갔다. 새 칼은 나흘 뒤에 왔다. 칼집에 자개를 박아 용무늬를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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