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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노대갑지비 6

함안총쇄록 답사기 (16) 가뭄 속 단비 같은 무진정

첫눈에 반한 마음의 안식처 산수 으뜸이라 잔치·대회도 자주 열고 "어진 선비들과 좋은 정자서 사귀어 가슴 트이고 머리 맑아지네“ 오횡묵의 행적을 보면 거의 쉬는 여가가 없었다. 하루에 100리 넘게 길 위에 있기도 했고 자정 전후 해시(亥時)에 횃불을 들고 돌아오기도 했다. 어떤 때는 비를 쫄딱 맞기도 하고 새벽에 잠자리에 들어 옷을 입은 채로 한두 시간밖에 못 자고 일어나기도 했다. 바깥에서 업무를 보다 기운이 빠져 뒷산에 숨어 잠깐 쉬는 등 지쳐 떨어지거나 아파서 옴짝달싹할 수 없거나 땀이 비 오듯 쏟아지거나 하는 표현도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런 오횡묵에게 무진정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았고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업무에 바삐 쫓기는 틈틈이 몸과 마음을 두루 편안하게 하면..

15. 함안 성산산성과 아라홍련

700년간 작은 씨앗 품은 생명의 어머니 가야 옛터 함안 성산산성 성산산성은 함안군 가야읍 광정리 조남산(해발 136m) 정상에 있다. 1.4km남짓을 돌로 쌓아 둘렀다. 무진정(이수정)에서 오르면 10분 안팎이 걸려 동문 자리에 이를 수 있다. 맞은편 서쪽이 가장 높고 그 다음 높은 북쪽에서 낮아지기 시작하여 가운데에 평지를 이룬 다음 남쪽으로 가면서 높아진다. 높지는 않아도 여기 능선에 서면 사방으로 트인 풍경이 눈에 담긴다. 한복판은 옴폭하게 꺼져 분지를 이루고 동쪽으로 골짜기가 나면서 열려 있다. 성산산성 자리는 지금 보아도 요충이다. 함안 이쪽저쪽 골짜기에서 남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여러 물줄기들과 그것들이 펼쳐놓은 들판까지 한 눈에 장악되는 지점이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1991~2016년 조사..

가본 곳 2021.09.19

함안, 박물관~사자석탑 걷고 싶은 산책로

함안에도 아주 걷기 좋은 길이 있습니다. 길목마다 보석 같은 문화와 역사가 촘촘하게 박혀 있어 몸과 마음이 모두 아름다워집니다. 함안군청 뒤편에 함안박물관이 있습니다. 함안박물관은 말이산고분군이랑 이어집니다. 함안군청은 말이산고분군을 따라서 걷기 좋도록 산책로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여기 아라가야 수장들의 무덤들은 다른 여느 가야 집단의 유택들과 마찬가지로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줄줄이 누워 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고즈넉할 뿐만 아니라 가풀막 비탈도 심하지 않아 누구에게나 걸어다니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함안박물관에서 아라가야 역사와 문화를 슬몃 엿본 다음에는 말이산고분군을 한 바퀴 둘러보아야 마땅하겠지요. 함안박물관에서 말이산고분군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면 마치는 지점은 도항리 도동마을 언저리가 되겠..

가본 곳 2016.08.15

보물찾기 하듯 재미나게 둘러볼 고장 함안

함안군이 주최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진행하는 '함안 관광 활성화 2016 블로거 팸투어'가 7월 29~30일 펼쳐졌습니다. '아라가야 함안의 꿈, 그리고 멋과 맛'이 주제인 이번 팸투어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함안 관광 자원을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경남을 비롯해 부산·수도권·강원도 등지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10명이 함께했습니다. 먼저 찾아간 데는 장춘사였습니다. 장춘사의 으뜸 특징은 '작음'이랍니다. 대웅전도 크지 않으며 조사당·약사전·산신각·독성각 등 다른 전각들도 조그맣습니다. 대부분 다른 절간들이 불사로 건물을 키우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물론 무소유라든지 일체 공이라든지 하는 부처님 가르침과 깨우침을 잘 따라서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이번 팸투어에 함께한 블..

가본 곳 2016.08.09

함안 성산산성의 세 가지 미덕

함안에 성산산성이 있습니다. 가야읍내 말이산고분군에서 도항마을을 지나 함안면으로 발길을 옮기면 불꽃놀이로 이름 높은 이수정(무진정)이 나옵니다. 정자와 그 앞 연못에 눈길을 건넨 다음 정자를 끼고 오른편으로 산길을 오르면 성산산성이 나타납니다. 1587년 함안군수 한강 정구는 지역 사림들 역량을 모아 읍지 를 펴내면서 성산산성을 두고 ‘가야 옛 터’라 일었습니다. 지금껏 발굴이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성산산성이 신라 기록의 보물창고로 확인됩니다. 군사·행정 목적으로 글자를 적었던 나무조각이 다른 나무 도구들과 함께 엄청나게 발견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아라가야가 쌓아놓은 석성을 신라가 점령한 뒤 군사 요충으로 썼던 모양입니다. 성산산성은 조남산(鳥南山 140m) 꼭대기에 있습니다. 조남산은 함안 ..

함안의 푹신한 은행길과 상큼한 고분길

8일 날씨는 흐렸지만 춥지는 않았습니다. 걷기 알맞은 날씨랍니다. 아침 8시 조금 넘어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삼거리 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8시 20분이 지난 시점에 114-1번 버스가 왔습니다. 8시 50분쯤 함안군 가야읍 가야 농협 중앙회 앞에 내렸습니다. 오늘 걷는 길은 여기서 함안면에 있는 이수정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도항리 고분군과 함안박물관과 말산리 고분군을 거쳐 함안군청과 가야시장까지 들르는 5km 남짓한 걸음이랍니다. 2. 텅 빈 들판을 가로지르는 은행길 읍내에서 이수정까지 이어지는 79번 국도는 양쪽에 은행나무 가로수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나무는 읍내에서 머리를 짧게 깎였지만 거기 벗어나 들판 언저리로 접어들면 달라집니다. 원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래 된 절간이..

가본 곳 201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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