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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35

전국 노인 70여명이 창원으로 몰려온 이유

전국의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회 간부 70여 명이 25일 오후 창원에 왔다. 권경석 국회의원과 한나라당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권경석 의원은 지난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포함한 17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 법률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독립적인 위원회의 결정을 국무총리가 재심 또는 소송을 통해 뒤집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 의원측은 "과거의 결정을 무조건 뒤집자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위법·부당한 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재심 또는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들은 권경석 의원의 이 법안이 한나라당의 과거사 관련 위원회 통폐합 및 무력화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사람들이 창원에 데모하러 오는 까닭

저는 지금까지 기자 노릇을 해오면서 가장 답답하게 여겼던 일이 바로 '민간인학살' 문제였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법치국가입니다. 그런데, 그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범죄자가 되어 수십만 명의 국민을 '불법'으로 집단살해한 사건이 민간인학살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제12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한국전쟁 당시 단지 인민군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만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산골짜기에 끌고 가 집단총살하거나 바다에 수장시켰습니다. 아무런 재판절차도 없었습니다. 헌법은 또한 "모든 ..

59년 전 아들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할머니

20대 초반에 청상과부가 되어 평생 혼자 살아온 83세 여성노인에게 가장 아쉽고 절실한 것은 뭘까? 황점순(마산시 진전면 곡안리) 할머니에게 그것은 '혈육'이었다. 그녀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적군도 아닌 아군에 의해 남편 이용순과 아들 상섭을 잃었다. 당시 남편의 나이 24세, 아들은 고작 2세였다. 남편은 그해 7월 15일 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불려간 후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상섭이는 8월 11일 미군의 곡안리 재실 민간인학살 현장에서 잃고 말았다. 국가가 남편의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해준 것은 그로부터 59년이 지난 2009년 2월말이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가 당시의 민간인 희생자 명단에서 '이용순(李鏞淳)'의 이름을 찾아줬던 것이다. 물론 국가가 ..

민간인학살 유족 사찰 '극비문서' 있었다

김해경찰서, 작성해 유족 감시 확인 경찰이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보도연맹원 뿐 아니라 그들의 유족에 대해서도 일일이 성향 분석을 하면서 감시·관리해왔다는 사실이 '극비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김해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 272명에게 결정 통지한 '진실규명 결정문'에 따르면, 경찰은 1950년 학살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이른바 를 작성해 유족들을 감시해왔다. 김해경찰서 정보과가 1972년에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는 '6·25 당시 처형자 및 동 연고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여기에는 1950년 살해된 201명의 성명·본적·주소·생년월일·성별은 물론 연고자(유족) 간의 관계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특히 연고자란에도 성명·본적·주소·직업·생..

반인권 범죄 피해배상 입법 절실하다

오늘 진주KBS 라디오와 최근 두 건의 민간인학살 관련 법원 판결에 대해 전화인터뷰를 했습니다.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앞에 썼던 글과 다소 비슷한 부분들도 있지만, 기록삼아 포스팅합니다. 진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매거진-진주 투데이 -담당 PD : 김해천 , 진행 : 김하희 -담당 작가 : 신미연 -방송 일시 : 2009년 2월 17일 화요일 오후 3시 20분 진행자 = 한국 전쟁을 전후해 우리나라에서는 국군과 경찰 등에 의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민간인 학살은 우리 역사에서 잊혀지도록 강요당한 기억인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도내에서도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

"아버지, 이제야 60년 한을 풀었습니다"

올해 72세 노인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60년에 걸친 원한을 마침내 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결정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전화통을 붙든 채 울었어요. 나뿐만 아니라 온 식구가 함께 울었지요." 함양군 수동면 도북마을 차용현 씨는 열 두 살 나던 해인 1949년 9월 20일 아버지와 당숙을 한날 한시에 잃었다. 큰아버지도 함께 끌려 갔으나 군인에게 돈을 써서 겨우 살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대위 계급장을 단 군인에게 돈을 주면서 아버지와 큰아버지, 그리고 당숙을 함께 풀어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큰아버지만 풀려나왔다. 돈을 받은 대위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한 사람만 먼저 풀어줬다"고 했다. 돈이 모자라서 그런가 싶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돈..

한국군 민간인학살, 60년만에 진실규명 결정

공교롭게 되었습니다. 지난 12일(월), 이 블로그에서 '이스라엘군 민간인학살, 한국군 학살은?'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학살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계기로 삼아 60년이 다 된 지금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간인학살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작성된 글이었습니다. 다행히 약 5만 여 명에 가까운 분들이 글을 읽어주셨고, 또한 적지 않은 분들이 '비교 대상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의 글 의도는 이스라엘군의 학살이 대단치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수십 년의 세월동안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 한맺힌 삶을 살아온 유족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자는 취지였습니다. 또한 과거사 진..

과거사 14개 위원회 통폐합되면?

가끔 제가 보도한 기사 중 이슈가 될만한 내용에 대해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전화로 참여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쓴 기사를 방송원고 삼아 하다 보니 글로 따로 정리하지는 못한 채 그냥 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문득 이것도 정보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방송원고를 좀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은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 등이 발의한 과거사 관련 14개 위원회 통폐합 법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여에 걸쳐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민간인 학살 매장지에 대해 유해발굴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시작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았는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정..

"역사의 진실은 덮어도 또 나오게 돼있다"

[인터뷰]진실화해위 김동춘 상임위원 "지금 우리는 암매장된 민간인학살 희생자의 무덤 위에 서 있다." 사회학자로서 한국현대사를 꾸준히 추적해온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어떤 글에서 했던 말이다. 그의 표현대로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는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학살로 암매장된 유골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희생자의 숫자는 최소 수십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을 헤아린다. 하지만, 흔히 나치의 유태인학살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일제의 각종 만행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대한민국 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정치적 학살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희생자의 유족들마저 오랜 침묵을 강요당해왔다. 오랜 독재 치하에서 그걸 발설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돼 왔던 탓이다. 2005년 12월 출범한 '진실 화해를 위한..

역사에 대한 부관참시, 막아야 합니다

이번 주말에 경남 진주와 함양의 민간인 집단학살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유족 중 한 분의 "저는 일곱, 여덟 살 때까지 원래 모든 집에는 아버지가 없는 줄 알고 자랐습니다"는 말이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4·19혁명 이후 46년만에 다시 찾아온 집단학살(Genocide) 진상규명이 2년만에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희생자를 세 번씩이나 죽이는 일이며, 두 번째 부관참시나 다름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대표발의와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 등 14명이 공동서명한 과거사 관련 14개 기구 통폐합 법안 때문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을 맡고 있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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