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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얼굴이 뭉개진 그 해 5월의 사진 한 장 그 날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이 한 장 앞에 놓여 있었다는 것 하나만 빼고는 모든 것이 기억에서 깨끗하게 지워져 있다. 심지어 그 사진이 흑백이었는지 칼라였는지도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 속 그림은 개의 머리 같아 보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까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눈, 코, 귀, 입, 뺨, 눈썹 그 어느 것도 제 자리에 붙어 있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당연히 헝클어져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 있었던 것이다. 1983년 5월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 때 나이 스무 살, 대학 2학년이었다. 태어나서 20년이 이르도록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있었다. 이처럼 참혹하지는 않았지만 6.25전쟁 때 북한군에게 죽은 남.. 더보기
일제강점기 경전선이 섬진강 못 넘은 까닭 1. 제대로 본 삼랑진역 급수탑 2017년 12월 16일 밀양 삼랑진에 가서 삼랑진역 급수탑을 보았다. 아침에 차가운 물로 말갛게 씻은 듯한 모습이었다. 함석으로 만든 지붕은 가장자리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새로 올렸음이 분명했다. 바로 아래 목재 또한 아직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새것이었다. 몸통을 휘감은 담쟁이덩굴도 알맞게 정돈되어 있었다. 지난 가을만 해도 그 가지와 잎에 뒤덮여 있었다. 잎은 겨울이라 지고 없었다. 가지도 누가 다듬었는지 적당하게 잘려 있었다. 덕분에 급수탑 전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몸통이 아래는 콘크리트고 위는 양철이었다. 양철은 골판지처럼 꼬불꼬불 세로로 홈이 파여 있었다. 몸통 아래에서 2m 정도 되는 높이에 창이 있었다. 아래위 창틀은 보통 콘크리트와 재질이 달라 보였.. 더보기
어제 TV 못본 나는 오늘 신문 보며 울었다 오늘 아침에 1면을 보는데 눈물이 울컥 솟아올랐다. 민주주의운동을 진정 온 몸과 온 마음으로 해온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민주주의운동을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내는 인간들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인간의 문장이었다. 1. 해결되지 않은 비극의 역사와 동시대 이었다. 이 ‘비극의 역사’를 딛고 선 것이 비단 문재인 대통령만은 아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좀더 탄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사’는 이제부터 대통령과 대한민국 일반 유권자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슬 퍼런 독재의 어둠 속에서도’ ‘광주의 불빛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간.. 더보기
박근혜가 님을 위한 행진곡 부르게 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제33주년 기념식에 참석은 했지만 ‘님을 위한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는 않았다는 보도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국가보훈처가 합창은 하지만 제창은 않겠다는 국가보훈처의 결정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정부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꺼려한다는 사정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담은 노래이기 때문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내심은 그런 정통성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 5.18 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려면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 행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5.18기념식에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고요, 2005년과 2006년에도 참석했습니다... 더보기
전라도 영산강에서 배우는 경상도 낙동강 광주·전남에 영산강이 있듯, 경상도에는 낙동강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영산강은 이렇습니다. 전남 담양에서 시작해 광주와 나주·목포를 거쳐 서해로 나갑니다. 길이는 138km 남짓 되는데, 광주천 황룡강 지석천 고막원천 함평천 등등을 흘러가며 쓸어 담습니다. 영산강 유역에는 나주평야, 서석평야, 학교평야 등이 펼쳐지며, 쌀이 주산물이지만 배·복숭아·포도(나주), 채소(나주·송정), 양파·마늘(학교)도 꽤 이름이 높답니다. 여기는 땅이 기름지고 바다와 쉽게 이어지기 때문에 옛적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겠지요. 이런 사정은 경남의 낙동강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해평야와 수산(밀양) 들판 주남(창원) 들판 등이 이어지고요, 쌀이 많이 나기는 하지만 밀양 삼랑진 딸기와 양산 물금 배와 창녕 양파 등도 못지 않게 널리 .. 더보기
삼성 야구가 지기를 바라는 까닭 저는 대구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런 연유로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를 속으로는 많이 좋아합니다. 그러나 저는 삼성라이온스가 많이 이기기는 바라지를 않습니다. 아니 바라지 않는다기보다는 크게 싫어합니다. 왜냐고요? 삼성이란 존재 때문입니다. 삼성은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해결된다고 여기는 존재입니다. 우리 사회 전체에서 본다면 삼성은 괴물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을 거의 완벽하게 자기 손아귀에 잡아넣고 있습니다. 지난해 터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그야말로 겉으로 드러난 빙산밖에 안 됩니다. 스포츠에서는 그런 ‘돈빨’이 통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중에 그게 아니었다 속을지라도 당장은 그리 확인하고픈 욕심 같은 것이 제게 있습니다. 이런 심정을 담아 6년 전에 쓴 글이 있습니다. 2002.. 더보기
민주주의가 진전되면 항쟁은 잊혀진다? ‘예언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말씀을 예수께서 하셨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습니다. 제게는 이 말이, 어름하게 아는 사람(=고향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된 값어치(=예언자)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데 버팀돌 디딤돌 노릇을 했던 80년 5월 광주 항쟁을 진지하게 다룬 책들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뜻도 있고 가치도 퍽이나 있는 이런 책들은 어째서 잘 팔리지 않을까요? 민주주의가 진전되면 민주 항쟁의 역사는 잊혀진다?지난달, 생애 처음으로 ‘5월 광주’를 찾았을 때 황풍년 편집국장이 있는 전라도닷컴 사무실을 들렀습니다.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사무실 뒷벽 책장을 보니 한 가지 책이 수 백 권 꽂혀 있었습니다. 왜.. 더보기
광주서 먹은 생고기의 잊을 수 없는 맛 제가 맛집 관련 포스팅을 자주 하니까 "저 놈은 돈 벌어서 다 먹어치우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좀 그렇습니다. 다 먹어치우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거 사먹는 데는 크게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적이지 않습니까? 이게 제 삶의 원칙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 돈을 들이지 않고 정말 맛있는 쇠고기를 먹었습니다. 지난 5월 17일 광주에서 '지공사(지역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 첫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마친 후 전남대 최정기 교수께서 맛있는 집을 안내하셨는데, 광주에서 쇠고기 구이와 생고기로 유명한 '유명회관'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약 5년 전 광주에서 소생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느 식당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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