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이 한 장 앞에 놓여 있었다는 것 하나만 빼고는 모든 것이 기억에서 깨끗하게 지워져 있다. 심지어 그 사진이 흑백이었는지 칼라였는지도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 속 그림은 개의 머리 같아 보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까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눈, 코, 귀, 입, 뺨, 눈썹 그 어느 것도 제 자리에 붙어 있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당연히 헝클어져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 있었던 것이다. 1983년 5월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 때 나이 스무 살, 대학 2학년이었다. 태어나서 20년이 이르도록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있었다. 이처럼 참혹하지는 않았지만 6.25전쟁 때 북한군에게 죽은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