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영혼없는 '좀비' 같은 서울 신문들

김훤주 2009. 7. 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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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와 한나라당은 제대로 형성된 여론이 싫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 불법 경품 신고 포상금제'를 하고 있다. 경품이 1년치 구독료(서울 일간지는 18만원)의 20%(3만6000원)를 넘으면 불법으로 규정하고 신고한 사람에게 불법 경품의 10배가량을 포상금으로 준다.

경품이 정가의 10%만 넘어도 불법으로 규정되는 일반 상품에 견주면 기준이 느슨한 편이지만, 이나마 지켜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 시장을 조사·단속을 제대로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이조차 없애려 한다. 불법 경품을 규제하는 근거가 되는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제10조 2항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와 무상 경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를 삭제하려는 것이다.

이를 두고 6월 30일부터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16개 지역신문이 공동 보도로 한꺼번에 비판에 나서자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존치'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일개 거수기의 '삑사리'일 뿐 한나라당 당론은 여전히 '삭제'다.

신문 시장에서 불법 경품은 단순한 시장 왜곡이나 독과점으로 끝나지 않는다. 독자 매수를 통한 여론 왜곡과 여론 독과점으로 이어진다. 왜곡된 여론은 사회와 그 구성원의 가치 판단 기준까지 왜곡하게 마련이다.

2. 경남에도 10만원 어치 경품 등장

수도권에서는 이태 전부터 10만원을 웃도는 상품권(또는 현금)과 1년치 무가지 한 묶음이 불법 경품으로 나왔지만 이제는 경남에서도 10만원 시대가 '활짝' 열렸다.


올 1월 창원 팔룡동에서 <중앙일보>가 걸린 적이 있었다. 2008년과 같은 상품권 5만원 어치와 여섯 달 무료 구독이 조건이었다. 경품 총액은 14만원, 불법 금액은 10만4000원, 신고 포상금은 104만원이 된다. 그러던 것이 두 달 새 두 배로 뛰었다.

3월 20일 신고 대행을 해드린 경우다. 창원 상남동에 사는 이였는데 상품권 10만원 어치와 내년 3월까지 무가지를 주는 대신 1년 동안 <동아일보>를 정기 구독하는 조건이었다. 경품 총액은 28만원이고 불법 액수가 24만4000원이며 포상금은 244만원이 된다.

6월에는 신고 대행을 해 드린 이와 술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 진보신당 경남도당 간부를 지낸 사람인데 2008년 9월 <조선일보> 불법 경품을 신고해 포상금으로 134만원을 받았고, 얼마얼마는 어디어디 기부했는데 어쨌거나 좋은 일에 썼으니 술 한 잔 하자고 했다.

이 이는 상남동 어느 상가 앞에는 주부들 장보러 나가는 저녁 5시 어름만 되면 양복 입은 남자가 상품권이나 현금을 들고는 신문 구독 해달라며 달라붙는다고 했다. 업무 때문에 자주 다니는 길목이니까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 무엇이 상습인지도 모르는 공정거래위

실정이 이러니 공정거래위원장조차 "신문 시장이 '여전히' 혼탁하다"(2008년 9월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는 신고 포상금을 예산이 모자란다는 핑계를 대며 없애려 하고 있다.

이런 언사와 인식은 다른 식으로도 나타난다.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전화가 왔다. 금방 해 놓은 신고 대행에 대한 내용이었다. 증거 사진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다면서 다시 보내 달라고 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같은 이름으로 신고를 여러 번 하셨던데요." "그래서요?" "다른 뜻은 아니고, 지급 심의위원회에서 '포상금을 노린 상습 신고'로 간주해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어서요." "지난해 언론노조 지부장을 해서 대행해 드리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예, 그러시네요."

공정위 사람들은 원인과 결과도 구분하지 못했다. 나만 해도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신문 불법 경품과 세 차례 마주쳤다. 두 번은 집으로 찾아왔고 한 번은 길거리에서 만났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겨 한 번도 신고하지 못했다.

신고 대행을 해 드린 사람 가운데도 이런 '상습'은 있다. 김해에 사는 한 사람에게는 세 차례 신고 대행을 해 드렸고 마산에 사는 다른 한 사람에게는 두 차례 신고 대행을 해 드렸다.

신고 대행을 해 드린 이들은 '옳다구나!' 하고 불법 경품을 냉큼 받은 것이 아니다. 여러 번 찾아온 '불법 경품을 동반한 구독 강요'를, 여러 번 뿌리치다 못해 신고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것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면 '포상금을 노린 상습 신고'가 된다.

신문 불법 경품은 사람들 신고가 상습이 아니고, 조·중·동뿌리기가 상습이다. 이런 현실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오히려 신고를 자주 한다는 이유로 '포상금 지급 대상'에서 빼기도 하는 이상한 위원회까지 그대로 두고 있다.

4. 한겨레·경향을 뺀 서울 일간지들은 좀비다

다른 모든 신문 등에 칼을 꽂는 이런 현실을, 수도권 신문들은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조·중·동은 범죄집단이니 다루지 않는다 해도 다른 신문들이 다루지 않는 것은 완전 '좀비' 짓이다. 토종말로 하자면 '산 송장'이다.(한겨레와 경향은 그래도 다루기는 한다.)

많이들 알겠지만, 보급선이 길어지면 비용도 늘어난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면 보급선을 줄일 수밖에 없다. 지금 시골 신문 시장이 그렇다. 2008년 2월 인구 3만가량 되는 경남 의령에서 <동아일보> 지국장이 연락을 해 왔다. "<중앙일보> 때문에 죽겠다"고 했다.

40년 정도 지국장을 했다는 이 어른은 "사람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상품권 2만원 어치와 공짜 구독 석 달까지 불법 경품을 주는 바람에 한꺼번에 서른 명씩 줄고 하니 진짜 피눈물 난다"고 했다. 자금이 이런 정도 할 수 있는 신문은 중앙 하나뿐이거나 중앙·조선 둘뿐이다.

이렇게 비수도권 신문 시장은 더 망가질 데가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수도권으로 조·중·동의 불법 경품이 더욱 집중될 것이다.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하고 나면 그만둘 조중동으로 보이는가? 천만의 말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다.

예전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지금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미래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도, 이토록 뜨거운 줄도 느끼지 못하고 불을 끌 줄도 모르니 바로 얼빠진 '좀비'이고 '산 송장'이다. 조·중·동이 썩어 빠지기는 했어도 그나마 영혼이 있다. 그러나 한겨레·경향을 뺀 나머지 덜 떨어진 서울 일간지들은 그런 썩은 영혼조차 없다.

김훤주
※ <시사인>에 실은 글입니다. 200자 원고지 15매로 분량을 맞춰 달라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고쳐지기 전 원문에다 마지막 대목을 고쳐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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