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환경, '부산·경남'과 '광주·전남'의 차이 지난 5월 22일 뉴스통이 주최한 토론회.
'부산·울산·경남'과 '광주·전남'은 언론환경에 있어서 몇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부산·울산·경남은 지역에 따라 신문사와 방송사의 소재지와 배포(송출) 권역이 뚜렷이 구분돼 있다. 이를테면 부산에는 국제신문과 부산일보가 있고, 경남에는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신문, 경남일보가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상일보와 울산매일은 울산광역시만을 배포지역으로 한다.
그러나 아직 광주·전남은 두 개의 행정구역을 한묶음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전남일보가 광주에 있듯이 지역일간지의 대부분이 광주에 본사를 두고 광주·전남 전체를 배포권역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광주·전남에는 신문사가 엄청나게 많다. 순천에 본사를 둔 1개 신문을 빼고는 무려 15~16개 일간지가 광주에서 발행된다. 하도 많은 신문이 어느날 창간했다가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곤 하는 바람에 기자들조차 정확히 몇 개 신문사가 있는지를 모른다. 그러다보니 이른바 '사이비신문'이나 '듣보잡신(듣도 보도 못한 잡다한 신문을 뜻하는 인터넷 속어)'도 많다고 한다.
이토록 유난히 신문이 많은 곳이 광주·전남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곳에서 만나는 시민들은 한결같이 '올바른 지역언론'을 목말라하고 있었다. 지난 5월 22일 광주지역 인터넷신문 <뉴스통> 폐간 기념(?) 토론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고, 3·4일 이틀간 전남 여수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그랬다. 그들은 특히 6200명의 시민주주가 참여해서 만든 <경남도민일보>를 부러워했다.
도시규모 비해 기자는 엄청 많지만, 진정한 기자는 없다
<뉴스통>은 1999년 < DK21 > 이란 이름으로 창간한 최초의 지역 인터넷신문이었다. 대학교수와 초·중·고 교사, 시민운동가 등이 호주머니를 털어 창간한 이 신문에는 지역일간지의 기자들이 익명으로 참여하여 기사를 쓰기도 했으며, 기존 신문에서 빠진 지역현안과 문제들을 이슈화하여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새로운 시민언론 '넷통'을 준비하는 여수시민들이 마련한 블로그 강의엔 50~60대 장년들이 많았다.
하지만 끝내 재정난으로 창간 10년을 넘지 못하고 폐간한 이 신문의 주축멤버들은 마지막 남은 돈으로 '폐간 기념 토론회'를 열었던 것이다. 그들은 마지막 토론회에서 "뉴스통의 실험은 이것으로 막을 내리지만, 올바른 언론을 개척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의 <뉴스통>의 멤버들이 이렇게 와신상담하고 있는 사이, 전남 동부 여수지역에서는 새로운 언론을 위한 시민들의 열망이 구체적인 모임의 형태로 서서히 태동하고 있었다. 그들는 기존의 인터넷신문에서 한 단계 나아가 '블로그 언론'을 구상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소통한다는 의미로 가칭 '넷통'이라는 이름까지 정해둔 여수시민 21명은 1인당 100만 원씩 2100만 원의 종잣돈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목표는 21명이 아니라 200명이 2억 원의 자금을 만들고, 시민 30만 명 중 적어도 5만 명이 필진이자 독자로 참여하는, 그야말로 '시민언론'을 지향한다고 했다. 이 목표를 위해 지난 1년 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정운현 테터앤미디어 대표이사, 고재열 시사인 기자(독설닷컴 운영자) 등을 초청해 언론과 블로그에 대한 강의를 계속해왔다. 지난 3일 나를 불렀던 것도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사는 기자이자 블로거로서 경험을 듣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정말 특이한 인적 구성이었다. 대개 시민단체가 주최한 모임에 가면 30·40대가 주축이다. 하지만 여수의 그 모임은 50대가 주축이었고, 60·70대도 있었다. 40대는 오히려 소수였다. 그날 모인 35명 가운데 이른바 '운동권'과는 무관한 평범한 시민들이 많았다는 것도 특이했다. 농민, 주부, 교사, 금융인, 수산인, 종교인, 회계사, 변호사는 물론 오케스트라의 플룻 연주자까지 직업도 다양했다.
그들은 "인구 30만 명도 안 되는 여수시에 등록된 시청출입기자만 91명이라고 한다. 최근엔 1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광주에 본사를 둔 일간지의 주재기자들과 방송사들, 그리고 지역주간지와 정보지는 물론 서울지역 일간지 주재기자들까지 중소규모 도시에 기자 수는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진정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의 입이 되고 발이 되어주는 신문이나 기자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블로그를 통한 언론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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